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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한국전력, 생각만 바꿨더니 '빅스톰' 몰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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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한국전력, 생각만 바꿨더니 '빅스톰' 몰아치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10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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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많은 선수들에 대중 스피치,과도한 긴장감 없어지자 잠재력 폭발...창단 최다 7연승 행진 원동력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괄목상대(刮目相對).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상대를 대한다는 이 한자성어와 가장 잘 맞는 팀을 꼽으라면 단연 V리그 남자부의 수원 한국전력이다.

2011~2012 시즌 4위를 기록한 것을 빼놓고는 중위권도 버거웠던 팀이다. 물론 V리그 출범 후 '봄 배구'를 해본 기억도 없다. 2010~2011 시즌 10승과 2011~2012 시즌 18승을 기록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시즌에서는 모두 한자리 승수를 올리는데 그쳤다. '동네북'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27경기를 치르면서 벌써 17승을 거뒀다. 지난 9일 구미 LIG손해보험과 경기에서도 역전승을 거두면서 팀 창단 최다 7연승을 내달렸다.

'진달래 필 때도 배구하자!' 한국전력 빅스톰 구단 홈페이지 메인에 걸린 캐치프레이즈대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으로 '봄 배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몇몇 특정팀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천안 현대캐피탈과 네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고 최하위 아산 우리카드를 상대로 5전 전승, LIG손해보험에 4승 1패를 거두며 착실하게 승수도 쌓았다.

한국전력이 강해진데는 외국인 선수 쥬리치와 전광인, 서재덕의 활약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한국전력의 상승세를 설명할 수 없다. 전광인, 서재덕은 지난 시즌에도 있었던 선수다. 외국인 선수 한 명 바뀌었다고 7승(23패)에 그쳤던 팀이 1년만에 확 바뀐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수원 한국전력 선수들이 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구미 LIG손해보험과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제공]

◆ 수원역에서 3분 샤우팅, 멘탈 트레이닝 효험봤다

한국전력 선수들은 지난 여름 비시즌에 특별한 훈련을 했다. 바로 유동인구가 많은 수원역과 대형 쇼핑몰에서 진행한 '3분 샤우팅'이 그것.

신영철 감독은 지금도 그 샤우팅만 생각하면 흐뭇하다. 자신의 생각이 제대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선수들을 계속 지켜본 결과 실전에서 심리적인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너무 긴장하면서 실수를 자주하고 위축되더라"며 "사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시 멘탈 훈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정신력 강화 훈련이면 흔히 '해병대 입소 캠프' 또는 지옥훈련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 감독은 "사흘 동안 해병대 들어갈래, 3분 샤우팅할래라고 물어보면 선수들 열이면 아홉 모두 해병대 캠프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해병대에서 정신력을 키우는 극기훈련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이는 체력훈련"이라며 "체육관에서 힘든 훈련을 하고 시즌을 보내는 선수들에게 해병대 극기훈련은 소용이 없다. 단순히 또 하나의 체력훈련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분 샤우팅'은 달랐다. 평소 체육관과 숙소만 오가는 선수들은 대중들과 마주칠 기회가 없다. 그러다보니 가운데 의외로 내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선수도 적지 않다. 이런 성격을 고치는데는 대중 앞에서 쩌렁쩌렁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최고다.

▲ 수원 한국전력은 지난해 8월 비시즌에 수원역 등에서 3분 샤우팅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를 통해 선수들은 정신력을 강화, 위기나 고비를 넘기는 힘을 갖게 됐다. [사진=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제공]

신영철 감독의 '3분 샤우팅' 멘탈 트레이닝은 선수들이 중압감과 과도한 긴장감을 이겨내는데 큰 효과를 봤다. 올 시즌 여덟차례 풀세트 접전에서 6승 2패를 거둔 것만 봐도 그렇다. 대전 삼성화재도 풀세트에서 4승 3패, 안산 OK저축은행도 6승 2패다. 그만큼 고비를 넘기는 힘이 생겼다.

신영철 감독은 지난 9일 벌어졌던 구미 LIG손해보험전과 오는 12일 인천 대한항공전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중요한 분수령이라고 봤다. 이 가운데 LIG손해보험이라는 한 고비는 넘겼다. 신 감독은 "이제 올 시즌 1승 3패로 밀리는 대한항공과 경기만 넘기면 된다. 대한항공만 꺾으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60%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 당장 오늘 경기가 아닌 한 수를 더 본다

한국전력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분명히 여유가 생겼다. 최근 7연승과 함께 3위를 달리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미 시즌 초반부터 여유를 갖고 경기에 임한다고 말한다. 여유가 있다는 증거는 당장 오늘 경기가 아닌 그 다음 경기까지 생각하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전광인은 LIG손해보험전 승리로 7연승을 한 뒤에도 "지금까지는 연승을 한다고 해도 그 다음 경기가 중요하다. 늘 다음 경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그러다 보니 오늘 경기가 끝나도 항상 지금이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하위권 팀이라면 이런 생각을 갖기 힘들다. 항상 지기만 하다가 한 경기를 이기면 승리했다는 안도감에 그 다음 경기를 잊어버리곤 한다. 하위권 팀이 연승을 하기 힘든 이유다.

서재덕 역시 "LIG손해보험과 경기를 이기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경기는 다음 대한항공전"이라며 "순위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라 더욱 신경이 쓰인다. 지금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항상 앞으로 결과를 생각한다"고 밝혔다.

▲ 수원 한국전력 전광인(왼쪽)과 오재성이 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구미 LIG손해보험과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어깨동무를 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제공]

◆ 이기니까 신나는 배구, 경기가 항상 즐겁다

하위권 팀들의 경기를 보면 항상 긴장감에 가득차 있다. 이런 경기가 선수들에게 신날 리가 없다. 한국전력이 바로 지난해까지 그랬다.

그러나 연승을 하기 시작하니까 신이 난다. 쥬리치를 비롯해 전광인, 서재덕 등 한국전력에는 유난히 젊은 선수가 많다. 이런 선수들에게 가장 좋은 보약은 바로 '흥'이다.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신나고 즐겁게 경기하는 팀을 이기기는 너무나 힘들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그 상승세를 꺾기란 좀처럼 불가능하다. 지금 한국전력이 그렇다.

신나고 흥이 나니 선수들의 경기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전광인은 "경기할 때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고 하나하나 잘하고 싶어진다. 간혹 의욕이 넘쳐 미스가 나기도 하지만 공 하나하나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도 생겼다"며 "내가 때리는 공 하나가 그냥 공격이 아니라 의미를 담게 된다. 1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공격 하나, 수비 하나도 귀하게 여기다보니 잘 풀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은 이제 중요한 고비를 맞았다. 12일 대한항공전에 이어 14일에는 OK저축은행전이다. 여기에 17일에는 현대캐피탈이 기다리고 있다. 세 경기가 모두 원정이다. 그러나 지난 1일에는 삼성화재까지 풀세트 접전 끝에 이겨낸 한국전력이다. 그 상승세의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 수원 한국전력 쥬리치(오른쪽)가 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구미 LIG손해보험과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스파이크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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