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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단어 모델 영어] ① '캣워킹(catwalking)'이 아니라 '워크(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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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단어 모델 영어] ① '캣워킹(catwalking)'이 아니라 '워크(walk)'?
  • 배선영 모델 겸 스타일원미 대표
  • 승인 2015.02.1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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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모델 출신인 배선영 스타일원미(www.style1.me) 대표는 작은 키 때문에 국내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뉴욕과 LA 런웨이에 당당히 서고 돌아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장애물을 만났지만 거침없이 부딪치며 당차게 넘었습니다. 6년간의 미국 활동 중 맨 먼저 맞닥뜨렸던 문제가 ‘언어의 벽’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자 ‘언어의 벽’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스포츠Q는 '도전의 가치'를 소중히 여깁니다.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배선영 대표의 '100단어 모델 영어'를 연재합니다. 뉴욕 등 해외 런웨이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배선영 모델 겸 스타일원미 대표] ‘영어 울렁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만 보면 지나치게 긴장해 속이 울렁거리거나 머리 속이 새하얘지고 입이 경직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이런 병은 없다고 합니다.

모델지망생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미국에 가서 도전하고 싶은데 ‘영어 울렁증'을 가지고 있어 겁이 나고 두려운 게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영어는 여러모로 어려운 언어입니다. 불규칙한 스펠링은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미국 원어민들조차도 읽기와 쓰기에 곤란을 겪게 만듭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 2010 S/S LA 패션위크 캐시 베츠 쿠튀르(Cassie Betts Couture) 무대에 섰을 때 백스테이지에서 모델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만 없앤다면 언어의 벽은 새로운 도전에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스펠링 문제는 영어의 어려움 중 어쩌면 작은 부분입니다. 근본적으로 언어체계가 크게 다른 점이 영어를 배우는데 힘들게 만듭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문장의 어순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주어 다음에 목적어가 오는 우리나라말과 달리 동사가 먼저 옵니다. 당연히 영어권 사람과 사고하는 순서가 다릅니다. 영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리 속에서 문장 순서를 재배열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독이 가능합니다.

발음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유성음이 많고 우리나라말에 없는 발음들도 있습니다. 음절구분이 모호하고 변형된 연음발음은 휙하고 지나가 도무지 알아듣기 힘듭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영어울렁증’을 심어주는 주범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가면 ‘외국인’입니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만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미국 원주민처럼 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영어울렁증’을 치유할 해답이 숨어 있습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 겁니다. 틀리거나 유창하지 못한 영어를 하더라도 주눅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뉴욕이나 LA의 런웨이에 도전하고자 하는 모델 후배들을 종종 만나 조언해 주다 보면 이들에게 맨먼저 공포로 다가오는 난제가 바로 ‘영어울렁증’입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국내 모델은 별로 없을 겁니다. 영어만 만나면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의 모델들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이런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외국인이 영어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절대로 겁먹지 말라”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 가면 영어를 완벽하게 잘 하지 않아도 충분히 활동이 가능하며, 책에서 배운 대로 문법을 다 지켜서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한국말을 할 때 문법을 의식하면서 말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때로는 명사만으로 얘기하기도 하고 조사를 생략하거나 목적어나 부사만으로, 때로는 동사만으로 얘기해도 의사소통에 지장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대화에서는 굳이 전문용어를 섞어쓰지 않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경험상 우리가 중학교 때 배운 기초 단어만으로 웬만한 의사소통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런웨이 모델 활동에 필요한 용어는 일반회화보다 훨씬 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모델 영어'라면 어려운 전문용어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요.

‘식은 죽 먹기’라는 말이 있죠? 하지만 제가 LA와 뉴욕 런웨이에 도전하면서 체험한 모델 영어는 허탈할 정도로 너무 쉽고 평범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델을 산업적인 측면이나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는 다르겠지만, 그냥 뉴욕이나 LA 런웨이에 도전하고자 하는 모델 후배라면 영어를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영어울렁증’의 가장 큰 적은 우리들이 가진 ‘두려움’입니다. 저도 초반에는 '영어 울렁증'이라고 말할 정도로 두려움이 컸습니다. 모델 관련 용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문법 대로 고지식하게 번역하려는 자세가 울렁증을 심어준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디자이너로부터 “당신 워킹할 수 있어?”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도 머릿속에 ‘워킹(walking)’에 해당하는 전문용어를 떠올리며 ‘캣워킹(catwalking)’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겁니다.

“Can you do catwalking?” 아마 이런 식으로 문장을 째내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접한 LA와 뉴욕 런웨이 세계에서 이런 식의 표현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캣워킹(catwalking)’이라는 단어도 거의 쓰지 않더군요. 만약 쓰려면 캣워킹(catwalking)보다는 '캣워크(catwalk)'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Can you walk?”

이 문장에 초중고생이 모르는 단어가 있나요? 영어를 시작하면 초반에 배우는 단어 세 개로 문장이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났던 많은 패션 관계자들이 이 표현을 “당신 워킹할 수 있어?”라는 뜻으로 사용했습니다.

‘워킹(walking)’도 ‘캣워킹(catwalking)’도 아닌 ‘워크(walk)’가 정답이었던 거죠.

생각보다 이렇게 쉬운 표현이었다니... 자신감이 솟지 않으세요?

미국 런웨이에 도전하는 모델 후배 여러분. 미국으로 떠나기 전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는 떨쳐 버리고 일단 도전하세요! <계속>

[100단어 모델 영어]② 옷이 'clothes'가 아니라 'look'이라고?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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