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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정명훈 '서울시향' 세계무대 비상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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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정명훈 '서울시향' 세계무대 비상 꿈꾼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1.28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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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영 BBC프롬스 초청 연주...DG 음반 2장 발매

[스포츠Q 용원중 기자] 홍안의 청년은 걸출한 연주력을 뽐내며 피아니스트로 세계를 점령했다. 지휘자로 변신했다. 세계 유수의 악단 포디움에 서며 다채로운 선율을 조율했다. 10여 년 전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마에스트로 정명훈(61)이 신년 벽두, 멈출 줄 모르는 ‘욕망’을 드러냈다.

9년째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다. 유럽투어, 굴지의 클래식 음반레이블 도이치 그라마폰(DG)을 통한 음반 발매 등을 이루며 서울시향을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시킨 그는 올해 외연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먼저 오는 8월 19일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메라노 뮤직 페스티벌, 핀란드 투르쿠 페이스벌,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 영국 BBC 프롬스 등 유럽 4개국 5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BBC 프롬스 무대에 초청받은 것은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에서 두 번째다.

지난 16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예술감독은 “지금까지 진행한 투어 중 다시 와 달라는 부탁을 안 받아 본 적이 없다”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페스티벌인 영국 프롬스 페스티벌은 굉장히 잘해야만 초청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우리가 초청됐으니 아시아에서 제일 인정받는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상·하반기 2회에 걸쳐 ‘진은숙 3개 협주곡(생황, 피아노, 첼로)’, ‘말로 교향곡 5번’을 실황 녹음할 예정이다.

정 예술감독은 “교향악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외 공연과 음반 발매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DG 레이블로 나온 음반이 6장이고 이번에 2장이 더 나온다. DG와 장기 계약한 오케스트라도 우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향은 올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총 세 번에 걸쳐 슈트라우스의 대표 관현악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5월에는 순수 교향악의 걸작인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하며, 실황녹음도 함께 진행한다. 9월에는 바그너의 4부작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 중 첫 작품인 ‘라인의 황금’도 콘서트 버전으로 처음 국내 무대에 올린다. 이 밖에 시민들을 위한 야외 및 기념 음악회도 계속 선보인다.

▲ 신년 계획을 밝히는 정명훈 예술감독 [사진=서울시향 제공]

이날 정 예술감독은 지난 9년을 회고하며 “처음 이 자리를 맡았을 때는 마음이 급했다. 예전에는 누가 물어보면 서울시향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되기 위해서는 한 20년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20년을 10년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고, 그 10년도 둘로 나눠서 처음 5년은 아시아 최고인 일본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했다. 최근에 레코딩을 했는데 자랑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 연주가 더 좋다고 본다”며 활짝 웃었다.

실제 휴스턴 심포니를 오랜 기간 이끌었던 명 지휘자 한스 그라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서울시향의 연주력이 놀랍도록 향상됐고 그들의 에너지, 열정, 음악에 대한 집중이 인상적이다"라며 "말러 교향곡 9번 연주는 NHK 등 타 오케스트라와 비교했을 때 최고"라고 추켜 세웠다.

정 예술감독은 서울시향의 목표에 대한 질문에 명료하게 대답했다. “우리 오케스트라의 원칙은 한 가지 밖에 없다. 매일 더 나은 연주를 하는 것이다. ‘오늘 연주를 특별히 더 잘했으면 내일은 어떡하지?’하고 걱정할 정도로. 그러니까 오늘 한 연주는 다 잊고 내일은 또 새로 시작해야 한다.”

【취재후기】인터뷰 말미, 서울시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나는 하기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확신을 주려고 하는 편이다”라며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로 갈무리했다. 소통에 임하는 거장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관록의 숨결이 반짝반짝 빛나는 대목이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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