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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일뿐' 봄배구 향한 윤봉우의 거미손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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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일뿐' 봄배구 향한 윤봉우의 거미손 본능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12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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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전 시즌 최다 7개 블로킹, 최근 5경기 평균 2.6개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봄배구’에 단골손님이 빠지면 섭섭하다. 현대캐피탈이 플레이오프 막차에 승선하기 위한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최근 7경기 성적은 4승3패. 한국전력과 OK저축은행에는 덜미를 잡혔지만 대한항공과 삼성화재를 잡는 값진 수확을 얻었다. 케빈은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며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고 문성민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위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방점은 윤봉우(33)가 찍는다.

방신봉, 이선규와 함께 ‘1세대 거미손’ 라인을 구축했던 그가 1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우리카드전에서 펼친 블로킹쇼는 현대캐피탈의 높이가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보여줬다.

▲ 윤봉우는 프로 원년부터 현대캐피탈의 플레이오프와 늘 함께 해왔다. 시즌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힘을 내는 그의 활약에 봄배구를 향한 현대캐피탈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사진=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 살아난 거미손 본능, 공격까지 살아났다 

현대캐피탈은 우리카드를 상대로 무려 21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이는 2007~2008 시즌 자신들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기록한 최다 블로킹 기록 24개에 3개 모자라는 놀라운 수치였다. 이중 윤봉우가 3분의 1에 해당하는 7개를 책임졌다. 시즌 최다다.

득점도 10점이나 올렸다. 지난해 12월 8일 한국전력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패배할 때 블로킹 6개 포함 두자릿수 점수를 기록한 이후 14경기 만에 나온 맹활약. 현대캐피탈은 케빈과 문성민 쌍포가 50점을 합작한데다 윤봉우마저 폭발하니 낙승을 거둘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세트당 평균 0.692개를 기록하며 신영석에 이어 블로킹 2위에 올랐던 그는 올시즌 들어 0.534개를 잡아내는 데 그쳐 9위에 머물러 있다. 점프력과 순발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이 눈에 띈다. 속공 성공률도 61.81%에서 53.01%로 크게 떨어졌다. 역시 9위다.

그러나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는 평균 2.6개의 블로킹을 건져내 플레이오프를 향한 스퍼트에 톡톡히 힘을 보태고 있다. 3경기에서는 시즌 평균 득점(5.36점)보다 1점 가까이 많은 6.3점을 올리며 지원 사격에도 나서고 있다.

◆ 속일 수 없는 나이, 그래도 믿을 건 윤봉우뿐 

나이는 속일 수 없다. 윤봉우는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2000년대 후반 한 경기에서 11번이나 상대 공격수를 좌절시키며 V리그 단일경기 최다 블로킹 기록을 세웠던 무시무시한 ‘거미손 본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 윤봉우(오른쪽)의 높이는 지난 시즌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캐피탈에는 그를 대체할 자원이 없다. 그는 여전히 블로킹 9위에 올라 위력을 입증하고 있다. [사진=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그는 전성기 시절에도 다른 정상급 블로커들과는 달리 타고난 운동 능력으로 블로킹을 잡던 선수가 아니었다. 특히 옛 동료였던 이선규에 비해서는 서전트 점프가 10cm나 낮은 60cm에 그쳤지만 상대 세터와 공격수의 습성을 꿰뚫어 블로킹 선두를 다투곤 했다.

관록으로 자신의 단점을 커버하는 그는 진성태, 조근호, 소인섭 등 자신보다 까마득히 어린 1990년대생 센터들이 기량을 끌어올리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몇 년간 더 활약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개인 타이틀과 유독 인연이 없었을 뿐 윤봉우는 여전히 리그 정상급 센터다.

일단 눈앞에 닥친 목표는 현대캐피탈의 플레이오프 진입. 2005년 V리그 출범 후 단 한 번도 봄배구를 놓친 적이 없던 윤봉우이기에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은 노장 프랜차이즈 센터의 기운을 받아 날아오를 수 있을까.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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