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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드라이브' 조광래 대구 사장의 키프로스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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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드라이브' 조광래 대구 사장의 키프로스 분투기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13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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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우승 주역 이영진 감독·안드레 코치 영입…'약육강식' K리그 챌린지서 재미있는 축구 재현 다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조광래(61) 대구FC 사장은 마음이 바쁘다. 올시즌 K리그 챌린지는 사상 유래없는 '약육강식'의 시대가 열리기 떄문이다.

K리그 챌린지 첫 우승팀 상주 상무가 돌아왔고 안산 경찰청은 이흥실 전 전북 현대 감독대행을 신임 감독으로 영입하고 새판짜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경남FC 코치이기도 했던 그는 최강희 감독을 보좌하며 익힌 '닥공 축구'를 안산에서 보일 태세다.

여기에 팬 프렌들리로 무장하며 김영광, 김재성, 조원희 등 대표팀 출신들을 데려온 신생팀 서울 이랜드FC까지 있다. K리그 클래식에서 강등된 경남도 있다.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챌린지에서 13승 8무 15패, 승점 47로 7위에 그쳤던 대구로서는 다시 클래식으로 승격하기 위해서는 올시즌이 더없이 중요하다. 행정가로 변신한 조광래 사장은 올시즌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모든 것을 걸었다.

▲ 조광래 대구FC 사장은 키프로스까지 날아가 선수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영진 감독이 있긴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고 마음이 급해 이영진 감독과 함께 전술의 큰 틀을 잡고 있다. [사진=대구FC 제공]

◆ '왕감독'이 된 조광래 "축구 잘해야 관중이 온다"

왕위를 자신 아들에게 내준 뒤에도 뒤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왕을 '상왕'이라고 한다. 회사에서도 회장직을 내줬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명예회장을 '왕회장'이라고 한다.

현재 조광래 사장은 '왕'감독이다. 이영진(52) 감독이 있긴 하지만 빨리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키프로스까지 날아가 선수단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자칫 이 감독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 될 수 있지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조 사장이 '월권'을 하면서까지 팀을 지휘하는 이유는 홍보와 마케팅을 잘하는 것보다 축구를 잘해야만 관중이 온다는 자신의 철학 때문이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최덕주 감독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워낙 성실하고 지도 능력도 있는 지도자여서 고민을 많이 했다"며 "다만 여자팀을 오래 맡아 K리그 무대에서 필요한 무언가가 부족했다. 대구는 승격을 노려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을 강하게 훈련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이영진 감독을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최덕주 감독이 한국 17세 이하 여자 대표팀을 이끌고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우승을 이끌어낸 지도자이긴 하지만 선수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가 부족했다는 우회적인 표현이다. 승격을 노려야 하는 팀으로 최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보다는 좀 더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조광래 대구FC 사장이 안양 LG 감독이었던 2000년에 코치로 활약했던 이영진 대구 감독(오른쪽)이 지난 11일 키프로스 독사FC와 평가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영진 감독은 조광래 사장과 감독-코치로 오랜 기간 보냈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잘 아는 사이다. [사진=대구FC 제공]

◆ 2000년 안양 우승 멤버, 15년만에 뭉치다

청주대를 이끌었던 이영진 감독을 다시 데려왔다. 이 감독은 안양 시절부터 FC 서울까지 늘 함께 했다.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무엇을 서로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 정도가 됐다. 또 이 감독은 청주대를 이끌기 전 대구를 2년 동안 맡았던 경험이 있다.

조광래 사장은 대구FC에서 유망주가 많이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미 서울에서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 기성용(26·스완지 시티) 등을 육성한 기억이 있다. 현재 서울의 주장을 맡고 있는 고명진(26) 역시 조광래 사장과 이영진 감독이 서울에서 키워낸 주역들이다. 이 감독은 대구 재직 시절 현재 전북 현대의 중앙 수비수로 뛰고 있는 김기희도 길러냈다.

이에 대해 조광래 사장은 "자기 사람을 심는다는 욕 먹을 각오를 먹고 이영진 감독을 데려왔다. 내가 생각하는 경기 운영이나 훈련법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라 생각했다. 선수를 키울 지도자도 필요했기에 이 감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안드레(43) 코치를 데려온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안드레는 2000년 안양이 우승했을 당시 1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수훈 선수였다.

조광래 사장은 "이영진 감독과 의논해 안드레를 데려왔다. 브라질로 건너간 뒤 지도자로 변신해 상파울루 브라간치노를 3부에서 1부까지 승격시켰다"며 "브라간치노에서 감독으로 활약했지만 우리 제안을 듣고 대구로 왔다. 안드레 코치는 감독 수준의 지도자로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 사장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대구는 3명의 감독이 있는 셈이다. 물론 조 사장은 키프로스에서 전술의 큰 틀을 잡는 역할에만 그치고 시즌이 시작되면 손을 떼고 이영진 감독에게 전권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안드레 코치가 이 감독을 보좌하며 대구를 강팀으로 만든다는 것이 조 사장의 구상이다.

그는 "시민구단으로는 큰 돈을 들여 키프로스까지 왔다. 우리보다 강하고 빠른 템포의 팀을 계속 상대하며 실력을 올리기 위해서"라며 "2000년 안양을 이끌 때도 키프로스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강한 팀과 평가전을 치러 실력이 성장했다. 당시 13번의 평가전을 치렀는데 첫 5경기는 고전했지만 나머지 8경기에서 6승 1무 1패를 거두며 발전했고 결국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 안드레 코치가 키프로스에서 대구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안양 LG에서 뛰며 2000년 조광래 사장, 이영진 감독과 함께 우승을 이끌어냈던 그는 브라질에서 지도자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사진=대구FC 제공]

◆ 수준높은 경기로 평균관중 5배로 늘린다

조광래 사장이 만들고 싶어하는 대구는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빠른 축구다. 이 때문에 새로운 대구의 팀 색깔과 맞지 않는 15명의 선수를 대거 내보냈다.

지난 시즌 대구의 관중수는 처참했다. 평균관중이 966명으로 1000명에 미치지 못했다. 1년 내내 1만7383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K리그 클래식 한 경기에 해당하는 관중이다.

조광래 사장은 "아무리 현수막을 걸고 홍보와 마케팅을 해도 소용없었다. 경기가 재밌다는 말 한마디가 더 강하기 때문에 홍보 마케팅 비용을 아껴 훈련하는데 사용했다"며 "올 시즌 목표는 평균 관중 5000명"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재미있는 축구만 실현된다면 지난 시즌보다 관중 5배를 더 끌어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실제로 키프로스에서 보여주고 있는 대구의 축구는 변화무쌍하다. 포백을 쓰다가도 스리백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4-2-3-1 포메이션과 3-4-3 포메이션을 혼용하고 미드필더 김현수를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 등 포지션 파괴를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이와 함께 조광래 사장은 선수출신 프런트를 키우는데도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선수 출신 행정가가 많은데 K리그는 선수 출신이 사무국에 너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선수 출신들은 모두 코칭스태프와 스카우트 정도만 한다. 일본에서는 사무국의 30% 정도가 선수 출신이라고 하더라"며 "내가 대구를 살려내 역시 다르구나란 이야기를 듣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취임 6개월을 맞은 조광래 사장은 대구를 '개혁'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조광래 사장은 키프로스에서 밑바닥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구 살리기를 넘어 새로운 대구 만들기에 도전하는 조광래 사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의 첫 봄이 다가오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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