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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필리핀 넘어 세계로' 피겨전도사 이규현의 원대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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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필리핀 넘어 세계로' 피겨전도사 이규현의 원대한 꿈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2.14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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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 불모지 필리핀에 피겨 씨앗 뿌리는 이규현 코치

[목동=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노민규 기자] “세계 여러 선수들을 가르쳐보고 싶다. 언젠가 한국 선수를 지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비록 열악한 환경이지만 피겨 전도사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선수시절 자신의 노하우를 전파하는 이가 있다. 바로 열대의 나라 필리핀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규현(35) 코치다.

이 코치는 12, 13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2015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필리핀 여자 피겨국가대표의 코치 자격으로 참가했다.

▲ 이규현 코치가 13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2015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규혁(38)의 동생이다. 외할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스케이트를 만드는 사업을 해왔고 아버지 이익환씨 역시 스피드스케이터 출신이다.

또 어머니 이인숙씨는 국내 피겨 1세대로 국가대표와 코치를 지낸 뒤 현재 국민생활체육 전국스케이팅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이규현 코치가 피겨스케이팅을 접한 계기는 특별하다. 처음에는 형과 함께 스피드스케이팅을 했지만 둘이 함께 출전한 대회에서 이규혁이 1등, 자신이 2위를 해 운명이 갈렸다. 그는 “어머니가 그걸 보시고 ‘한 명은 피겨를 해라. 형제끼리 경쟁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하셨다”고 말했다. 이에 이규현 코치가 피겨스케이팅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국가대표를 지내면서 1998년 나가노 올림픽과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까지 두 차례 올림픽에 출전했다. 각각 24위와 28위를 기록했다. 10년 넘게 국내 최강 자리이었지만 세계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2006년 은퇴한 이 코치는 곧바로 후진 양성에 힘썼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제자는 곽민정이다. 2009년 곽민정을 지도한 그는 제자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을 일궈냈다. 2013년부터는 필리핀으로 건너가 동남아 피겨스케이팅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 "세계 곳곳에 피겨스케이팅 전수하고파"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지도자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선수 때보다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이규현 코치는 “일단 내가 가진 것을 전수해야 했고 그 이상 연구해야하는 부분이 있었다. 각 선수의 특성을 잘 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현재 지도하고 있는 선수는 필리핀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멜리사 불란하기(25)다. 그는 4대륙 선수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 22.36점, 프로그램 구성 19.31점 등을 받아 41.67점으로 전체 19명의 선수 중 16위를 차지했다.

자국에서 그를 넘는 선수가 없지만 스물다섯. 피겨선수로 많은 나이다. 체력적으로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이규현 코치도 나이를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이 코치는 “체력 때문에 1년, 1년이 힘든 게 사실이다”며 “예전에 미국 대표로 뛴 경험이 있는데 주니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다. 예술적인 부분은 좋지만 기술적으로 더 보완해야 한다. 체력도 더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이규현 코치가 13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2015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불란하기를 바라보고 있다.

이규현 코치는 앞으로 불란하기가 선수생활을 접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밀어줄 참이다. 경기 날짜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시 한국 피겨 꿈나무들을 지도할 의향도 있다. 세계 여러 나라 선수들을 지도한 뒤 한국 선수들에게 기술을 전수할 예정이다. 이 코치는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피겨를 경험하고 또 전수하고 싶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 필리핀 피겨, 걸음마 단계지만 희망은 있다

현재 필리핀의 피겨스케이팅 보급은 걸음마 단계다. 주변 동남아 국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1년 내내 더운 필리핀과 피겨스케이팅은 영화 ‘쿨 러닝’에서 봅슬레이를 타는 자메이카 국가대표 선수들을 연상케 한다. 그만큼 저변이 좁다.

이 코치는 “국가적으로 많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고 선수층도 두껍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다”며 “성인 국가대표 선수가 10명, 주니어 대표는 5명이다. 이들이 모든 피겨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전역에 있는 피겨스케이팅 전용 링크장은 단 2개다.

그럼에도 이규현 코치는 앞으로 필리핀 피겨가 점차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엘리트 체육의 발전은 더디지만 생활체육으로는 널리 보급되고 있다.

그는 “시내 쇼핑몰에 스케이트장이 있다”며 “물론 거기에 있는 아이들 모두가 피겨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피겨에 재미를 붙이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이규현 코치(오른쪽)가 13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2015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불란하기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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