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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가 보여준 노장의 자격, '아직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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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가 보여준 노장의 자격, '아직 할 일이 많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16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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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 교체로 어수선한 분위기, 레프트 후배 성장 더뎌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2000년대를 풍미했던 이경수(36·LIG손해보험)가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리며 배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 배구를 대표했던 슈퍼스타는 이제 상대 리시브 라인을 덜덜 떨게 만들었던 예의 호쾌한 스파이크와 강력한 서브를 잃었다. 하지만 베테랑으로서 자신이 할 일을 다하며 존재 가치를 입증해 보이고 있다. 시즌 기록은 9경기 6세트 출전이 전부이지만 최근 들어 부쩍 코트에 서는 일이 많아졌다.

이경수는 15일 충남 아산 이순신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원정경기 우리카드전에서 선발로 출장해 풀세트를 소화하며 2점을 올렸다. 4번의 스파이크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2점은 모두 블로킹이었다.

▲ 이경수(왼쪽)가 15일 우리카드전에서 팀이 득점에 성공하자 하현용과 함께 손을 들고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제공]

◆ 초라한 기록, 그래도 빛났던 2득점 

블로킹 2개. 이경수라는 이름값에 비해서는 많이 초라한 성적이다.

공격은 총 4번 시도했다. 오픈 1회, 퀵오픈 2회, 시간차 1회. 득점은 없었다. 그마저도 한 번은 블로킹에 걸렸다. 대학배구 시절 현재의 레오(삼성화재)처럼 풀세트에 접어들면 50점을 기록했던, 월드리그에서 유럽, 남미의 장신 블로커들도 뚫어버리던 그 때 그 거포는 없었다.

서브도 무뎌졌다.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던 예리함은 물론이고 리베로 정면을 향해 파워로 때려버려도 경쟁력이 있던 스파이크 서브가 사라졌다. 세터나 센터들이 주로 하는 예쁘장한 폼으로 슬며시 서브를 시도할 뿐이었다. 6번의 시도 중 2번은 범실이었다.

상대의 집요한 목적타 서브에 흔들리기도 했다. 우리카드는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진 이경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1세트에는 실수를 남발하며 팀에 해를 끼치기도 했다. 강성형 감독대행은 작전타임간 이경수를 다독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빛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2세트 5-4, 17-15 리드 상황에서 다비드의 오픈과 구도현의 속공을 잡아내며 제몫을 했다. 문용관 감독의 사임 이후 승리가 없던 LIG손해보험은 5연패 수렁에서 벗어나며 강성형 감독대행에게 첫 승을 안겼다.

◆ 왕년 이경수가 아님에도... 그가 있어야 하는 이유 

▲ 이경수(가운데)가 구도현(왼쪽)의 속공을 가로막고 있다. 그는 15일 우리카드전에서 블로킹으로 2점을 올렸다. [사진=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제공]

프로 원년인 2005년 득점상, 서브상, 인기상을 독식했다. 2005~2006 시즌에는 공격상, 득정상, 서브상에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이듬해에도 올스타전 MVP를 수상했고 토종 선수로는 유일하게 트리플크라운을 3회나 기록했던 대선수다.

전광인(한국전력) 이전 데뷔 후 2시즌 만에 1000득점을 돌파한 선수는 이경수가 유일했다. 수비도 빼어났다. 2시즌 연속 세트평균 1개 이상의 디그와 리시브를 기록한 선수 역시 전광인 이전에 이경수뿐이었다.

과거에 묶여서는 안되지만 LIG손해보험의 사정을 보면 이경수가 해야 할 일들이 아직도 산적한 것 같다. 김진만도, 이강원도, 손현종도 받은 기회에 비해 성장하지 못했다. 양호한 외국인 선수와 김요한이라는 스타를 보유하고도 늘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이 팀에서 분명 이경수의 자리는 있다.

게다가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문용관 감독이 지난 5일 자진 사퇴로 지휘봉을 놓았다. 강성형 감독대행은 지난해 수석코치로 영입된데다 갑작스런 지휘봉을 잡아 정신이 없는 상태다. 11년째 이 팀에 몸담고 있는 이경수가 팀을 잘 추슬러야 할 때다.

불혹을 넘긴 후인정도, 방신봉도 뛴다. 서른여섯 이경수는 아직 젊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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