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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의 이중적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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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의 이중적 단면
  • 김신일 음악평론가
  • 승인 2015.02.1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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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김신일 음악평론가] 해외의 '아메리칸 아이돌', '브리튼즈 갓 탤런트'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으로부터 유래된 국내 Mnet의 '슈퍼스타K'(2009년 7월 첫 방송)는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포맷으로 방송과 대중문화에 반향을 일으킨다.

이후 MBC의 '위대한 탄생', SBS의 'K팝 스타'가 등장하면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을 더하기 시작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댄스, 요리 다이어트, 회사의 공개채용 등 다양한 직업을 소재로 한 경연 프로그램이 대거 출현하면서, 이런 포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이제 시청자들의 안방에 깊숙히 자리잡았다.

▲ 몇해 전부터 우리는 TV 리모컨으로 채널을 검색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심심찮게 만나왔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스타가 탄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더불어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러나 극한의 경쟁 뒤에는 씁쓸한 여운도 종종 남았다. [사진= 김신일 제공]

오디션 프로그램의 커다란 특징 중 하나는, 노래에 재능 있는 '가수 지망생들의 등용문'인 동시에  기존의 실력자들이 보다 나은 경쟁구조에서 대중음악의 인프라를 다져나갈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미친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실력있는 신인을 발굴하려는 기획의도 자체가 사회적으로 높은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외모나 자본력이 아닌 노래실력에 초점을 맞춰 오디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풍부한 스토리와 콘텐츠를 가진 꿈 많은 신인 도전자가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실례로 슈스케 시즌1의 우승자인 가수 '허각'은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도전정신과 노래실력을 보여주며 대중들에게 드라마와 같은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긍정적인 결과만 낳는 건 아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갖고 있는 극한의 경쟁구도와 각본 없는 리얼리티의 특성으로 인해 본래의 의미와 방향과 다른 폐해를 낳을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종종 경연자들의 음악 외적인 갈등과 대립을 확대해 시청자들의 감흥을 강요하기도 하고, 당초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는 달리 출연자들의 눈물이 주역이 되는 신파극을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의 'K팝스타' 시즌 4에서도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도전자들이 무대에서 보여준 음악적 재능과 역량보다 인간미와 심금을 울리는 감정선 등 음악 외적인 코드에 중심을 잃거나(?) 극히 주관적인 취향으로서 평가하는 듯한 모습이 시청자들 사이에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감성적인 내용들로 인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공정성의 문제를 야기한다면, 애초에 방송사가 명시한 기획의도와는 달리 부정적인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민족은 감성에 충실하며 배타적이지 않고 정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나 방송 스태프는 정에 치우치면 안된다. 대중문화를 올바르게 선도해야 하는 사명감을 갖고 냉정한 눈과 귀로 임해야 한다.

▲ 우리가 선택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우리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는 꿈과 희망의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 김신일 제공]

관계자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음악인들과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 때문에 오디션 프로그램 스태프와 심사위원들은 시작 전부터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명확한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혹시 뮤지션 발굴 과정이 '약속된 스타'를 앞세운 방송사들의 '자사 배불리기를 위한 콘텐츠 희생양'처럼 비쳐지지 않는지, 방송사 스태프에 의한 상업성 스토리 텔링과 일각에서 비판받고 있는 '악마의 편집'의 진원지는 아닌지에 대해 꾸준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엠넷에서는 여성래퍼 오디션 프로그램인 '언프리티 랩스타'를 방송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마주하다 보면 욕설에 가까운 출연진들의 거친 입담과 지나친 대립구도가 자칫 신인 발굴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아슬아슬하다.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단순히 흥미와 오락만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나 간섭으로 생기는 문제들을 보다 공정한 시각에서 시청자들에게 알려야 하는 공적 기능이 강한 매체다.

아무리 저염 음식이 건강에 좋다고 해도 사람들은 더 자극적이고 매운 요리를 잘 만드는 맛집을 즐겨 찾는다. 시청자들 역시 건전한 내용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극적인 맛을 더 선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적인 매체는 대중에게 건강에 좋은 음식을 소개하고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서바이벌 오디션과 같은 경연 프로그램은 이미 대중에 깊히 파고든 문화 콘텐츠다. 그 특성인 선의의 경쟁구도를 잘 살려 '인재 발견의 희망 무대'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위에서 열거한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이미 한국 대중음악사에 그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남겼다.

과하면 부족한만 못한 법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도전자들의 갈등과 대립이라는 자극적인 맛에 취하지 않고 재능있는 신인의 발굴과 대중음악사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본연의 취지를 뚝심있게 살려나가야 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응원자이자 감시자로서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kimshinil-_-@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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