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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낭랑 18세 박소연 '소녀와 숙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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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낭랑 18세 박소연 '소녀와 숙녀 사이'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02.24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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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설 특집으로 피겨 박소연 취재야~"

'포스트 연아', '한국 피겨의 미래' 등등 피겨여제 김연아의 뒤를 잇는 박소연 취재를 지난 17일 오전 배정 받았다. 일정을 확인하고 그에 대해 떠올려 보니 지난해 김연아의 마지막 갈라쇼 이후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눈물, 콧물 흘리던 앳된 모습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건 작년 일이며 그 당시 그는 아직 여리디 여린 소녀였다.

몇 일전 국내서 끝난 ISU 4대륙 피겨선수권에서 직접 그의 연기를 취재하지 못했다는 점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었다. 분명, 홀로서기한 연아 바라기 박소연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을 터,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그만큼 무거워진 부담감을 어떻게 짊어졌을지 목격할 수 있었던 기회이자 지금의 박소연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의 신상부터 살펴 보았다. 가장 눈에 띈 점은 97년생이었다. 한국 나이로 18세다. 흔히 여자로서 가장 꽃다운 나이를 일컬을 때 낭랑 18세라고 한다. 즉, 소녀의 순수함과 숙녀의 원숙함이 공존해 인생에서 가장 청초한 빛을 발하는 때가 바로 올해의 박소연인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연기 속에 낭랑 18세의 청초함이 묻어나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란 예감을 가지고 그의 프리와 쇼트 프로그램 영상을 여러 번 반복해서 세심히 살폈다. 아쉬운 순간에 다시금 탄식하고 아름다운 동작엔 탄성을 지르며 촬영 콘셉트를 찾아냈다.

 

취재 당일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긴 했지만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잔뜩 낀 먹구름을 보며 하늘을 원망했다. 태릉 아이스링크장을 들어서자 머리를 질끈 묶은 채 연습중인 박소연이 보였다. 연습을 멈추고 취재진을 향해 다가오며 수줍지만 당당하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예상했던 낭랑 18세가 엿보였다.

아이스링크장에는 후배들을 살피러 온 김연아를 비롯해 여러 선수들이 있었다. 훈련에 방해가 될까 걱정됐는지 여러 번 주의를 당부하는 소속사 홍보팀 직원의 말을 들으며 촬영이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짧은 시간을 의식하며 서둘러 미리 결정했던 포즈를 요구했다. "프리 첫 동작과 이어진 두 번째 동작을 보여주세요." 짧은 시간에 OK컷을 얻기 위해 최대한 집중했다. 뒤로 아이스링크장이 보이며 푸른색 천장이 밝고 상쾌한 느낌이 들도록 구도를 잡고 그의 시선을 렌즈로 유도 했다.

숲 속의 잠자는 공주가 연상되는 포즈가 소녀감성이라면 렌즈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맑고 깊은 시선은 숙녀의 향기였다. 이어진 두 번째 포즈에선 한층 원숙해진 그가 보였고 마지막 세 번째 컷에선 미완의 카리스마가 언뜻 스쳤다.

 

곧이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인터뷰가 진행됐고 30여 분 동안 그는 속내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답변은 솔직했고 진중했다. 다소곳한 자세와 조용한 손짓에선 약간 내성적인 성격이 묻어났다.

 

혹자는 그의 이런 성격이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단단해져 가고 있는 그에겐 아직 이른 걱정일 뿐 아니라 '내성적'이란 다르게 말해 그만큼 '감성이 풍부'하단 장점도 됨으로 오히려 키워 줘야 할 부분이 아닐까.

 

최근 차두리가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차범근의 아들이란 꼬리표를 떼고 만개한 실력을 뽐내며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짐작 하건대 그 역시 항상 선수시절 차범근과 비교되는 대중의 기대감에 많은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피겨여제 김연아가 짊어졌던 부담감을 그대로 건네받은 박소연이다. 그 책임감과 중압감을 오롯이 이겨낸다면 언젠가 세계 정상에 올라 제2의 김연아가 아닌 제1의 박소연으로 불려질 것이라 기대한다.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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