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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10) 바벨 코리아 부활을 위한 이배영 코치 '요령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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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10) 바벨 코리아 부활을 위한 이배영 코치 '요령의 과학'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24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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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대표팀 코치로 돌아온 '미스터 스마일'이 주창하는 '기술 역도론'…"개인마다 15kg 이상 기록 향상 가능"

[300자 Tip!] "일을 요령있게 해야지." "자꾸 요령 피울래?" '요령'이라는 의미와 느낌은 극과 극이다.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전자는 '일을 하는데 꼭 필요한 묘한 이치'를 뜻한다. 그런데 후자는 '적당히 해 넘기는 잔꾀'를 말한다. 요령이란 말처럼 이렇게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단어도 없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선수가 '요령을 피우면' 안되겠지만 '요령있게 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지도자로 돌아온 '스마일 역사(力士)' 이배영(36) 역도대표팀 코치는 요령 피우면서 훈련하는 것을 봐주지 않으면서도 요령있게 역기를 들어올리라고 말한다. 이배영 코치의 '요령있게 역기 드는 법'은 과연 무엇일까.

▲ '미스터 스마일' 이배영이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태릉선수촌에 7년 만에 돌아왔다. 현역 시절 '기술 역도의 대명사'로 불렸던 그는 이제 후배들에게 기술 역도를 전수, 한국 역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한다.

[태릉=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선수 개개인에 맞는 자세를 찾아서 힘을 덜 들이면서 들어올리고 부상을 최대한 줄이자는 거죠."

'스마일 역사' 이배영이 지도자로 지난달 태릉선수촌에 복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했으니 7년 만에 태릉선수촌으로 돌아온 것이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겨냥한 남녀 역도대표팀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칭스태프로 참여했다.

그가 대표팀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기술 역도의 이식이다. 이미 그는 현역 시절부터 기술 역도에 일가견이 있었고 이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겠다는 것이 대표팀 지도자로서 첫 목표다.

그런데 힘을 덜 들이면서 역기를 들어올린다는 것이 가능할까.

어차피 같은 무게라면 같은 힘을 들여서 올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코치는 자세에 따라서 들이는 힘도 제각각이라고 말한다. 자세를 올바르게 잡으면 부상도 줄이고,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의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 '미스터 스마일' 비법은 기술 역도에 있었다

현역 시절 이배영은 '미스터 스마일'로 통했다. 역기를 들어올리면서도 인상을 쓰지 않고 늘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역기를 들어올리는 순간 힘을 발휘할 때는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지만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오곤 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대표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나섰다. 강력한 메달 후보였던 그는 결승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앞으로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던 투혼을 발휘, '스마일 역사'에서 '투혼의 역사'로 별명이 바뀌었다.

그러나 그가 현역 시절 웃으면서 역기를 들어올리기까지 많은 고충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역시 힘으로 밀어붙이다가 네 차례나 부상을 당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오른쪽 팔꿈치가 탈골이 됐었죠. 철심까지 박았어요. 또 고등학교 3학년때는 왼쪽 팔꿈치 인대가 늘어나더군요. 왼쪽과 오른쪽 번갈아가면서 계속 같은 부위에 네 번이나 다쳤어요. 계속 같은 부위를 다친다면 분명 내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치지 않으면서 역기를 들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그게 기술 역도의 시초죠."

여러 동작을 해보면서 팔에 무리도 가지 않으면서도 역기를 더욱 쉽게 들어올리는 자세를 스스로 찾아냈다. 그 이후 기록이 급향상됐고 대표팀에 발탁까지 됐다.

"기술 역도는 다치지 않으면서도 편하게 역기를 들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힘도 함께 줍니다. 그러니까 역기를 들고 있는 순간에도 미소를 지을 수밖에요."

◆ 바른 자세로 편하고 쉽게 들어올린다, '기술 역도론(論)'의 핵심

이배영 코치가 말하는 기술 역도에 대한 철학은 간단하다. 바른 자세로 들어올리자는 것이다.

"역기를 들면서 몇몇 선수들은 엉덩이가 뒤로 빠지가 허리가 앞으로 쏠리게 됩니다. 그러면 상체 균형이 무너지게 됩니다. 또 팔과 역기의 각도도 중요하죠. 그 각도가 맞지 않으면 역기를 자신의 몸까지 붙이는 힘을 추가로 들여야하니까 그만큼 더 힘을 쏟아야겠죠. 이런 모든 부분까지 과학적으로 계산해서 역기를 들어올리는 것이 바로 기술 역도의 핵심입니다."

▲ 이배영 역도 대표팀 코치가 태릉선수촌 역도 훈련장에서 자상하게 선수들의 자세를 고쳐주며 조언하고 있다. 그는 기술 역도가 대표선수들의 기량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들어보니 너무나 간단하고 기초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배영 코치가 대표팀에 들어와서 가장 깜짝 놀란 것이 선수들이 기술 역도의 기초를 제대로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몸을 무리해서 역기를 들어올렸고 자연스럽게 부상이 따랐다.

"의자도 자세를 바르게 하고 앉으면 오래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척추에 변화가 오잖아요. 그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됩니다. 자세를 제대로 만들어서 훈련하면 똑같이 땀을 흘려도 기구를 들어올릴 수 있는 시간은 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자세가 굳어진 선수들에게 무작정 지시만은 할 수 없죠. 왜 자세를 고치는 것이 중요한지 알려줄 생각입니다."

이배영 코치는 훈련하고 있는 태릉선수촌 개선관 천장에 달려있는 카메라를 가리켰다.

"역도 대표팀이 어린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상비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을 때는 어느 정도 가능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상비군이 사라지면서 기술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저 카메라를 활용해서 자세를 바로 잡곤 했거든요.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역기를 들어올린 뒤 자신이 어떤 자세를 취했는지가 모두 나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수촌에 와보니 카메라에 먼지도 많이 앉아있는 것이 활용을 잘 안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다른 훈련방법으로 선수들을 지도했겠지만 이제 제가 온 이상 분석 카메라를 잘 이용해야죠."

그는 기술 역도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는 듯 했다. 그럴만도 했다. 이미 적용해 성공사례가 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충남체고에서 코치로 활동했어요. 그 가운데 한 선수가 허리디스크로 고생을 하면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었죠. 다행히 그 선수가 제 기술 역도를 잘 받아들여줘서 부상 없이도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기술 역도를 통해 자세를 바로 잡은 결과 인상에서 17kg, 용상에서 20kg 정도 기록이 올라갔어요. 인상과 용상 합쳐서 40kg 가까이 올라간 것인데 장족의 발전이죠."

▲ 이배영 코치는 이미 충남체고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한 선수의 기록을 인상, 용상 합계로 40kg 가까이 향상시켰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 역도에 대한 철학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 이 코치는 이제 대표팀에도 이식할 준비를 마쳤다.

◆ 기술 역도 이식하면 대표팀 성적 업그레이드 가능하다

한국 역도는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처참한 실패를 겪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냈던 한국 역도는 런던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금메달 1개와 은메달과 동메달 각 2개를 따냈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달리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과 동메달 1개씩에 머물렀다.

"현재 한국 역도의 수준을 보면 대부분 B그룹(하위 그룹)에 있고 A그룹(상위 그룹)에 있다고 하더라도 메달 경쟁을 할 수 없는 중위권 수준입니다. 그러나 기술 역도를 적용하면 선수마다 10~15kg 정도, 또는 그 이상 기록도 높일 수 있습니다. 15kg 정도 기록을 높이게 되면 B그룹에 있는 선수는 A그룹에 진입할 수 있고 A그룹 중위권에 있는 선수는 메달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앞으로 이배영 코치는 한국스포츠개발원과 공동으로 선수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자세를 찾아줄 계획이다. 천장에 달려있는 카메라와 분석 장치를 통해 일일이 선수들의 자세를 과학적으로 교정해준다는 것이다.

"대표팀에 부임한 뒤 1개월 정도는 선수들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기술 역도를 해볼 의향이 있는지를 알아봐야 했으니까요. 이제 선수들의 면면을 거의 다 알아봤으니까 기술 역도를 본격적으로 이식해야죠. 기술 역도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올바른 자세를 찾게 되면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11월 세계선수권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선수들이 대부분 밝고 목표의식도 뚜렷해서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역도는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7년 가까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 역도를 지탱해왔던 장미란 등 일부 스타 선수들도 노장이 돼 은퇴하면서 이들의 뒤를 이을 후배 선수도 발굴되지 않아 세대교체까지 더딘 상황이다. 하지만 이배영 코치는 기술 역도를 전수하고 이식만 된다면 대표팀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믿고 있다. 그가 코치가 꿈꾸는 역도 대표팀의 미래가 기대된다.

[취재후기] 이배영 코치의 기술 역도는 물리학 가운데 가장 기초학문인 역학 이론을 통해 적은 힘으로 최대의 힘을 내겠다는 것이다. 잘못된 자세 또는 힘이 분산되는 자세가 아니라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자세를 통해 부상까지 사전에 예방한다는 것이 기술 역도의 주요 골자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스포츠도 '요령'이 필요하다. 쉽게 역기를 들어올릴 수 있는 요령, 자신의 몸을 다치지 않게 만드는 요령이 모두 이배영 코치의 기술 역도에 들어있다.

▲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침체 내리막길만 걷고 있는 한국 역도는 이제 이배영 코치가 들고 나온 기술 역도이라는 새로운 무기로 경쟁력을 갖추려 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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