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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순수의 시대' 사는 배우 신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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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순수의 시대' 사는 배우 신하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27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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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배우 신하균(41)의 광폭 행보에 시선이 머문다. 오락 액션영화 ‘빅매치’에서 조커를 연상케 하는 천재적인 악당 에이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미스터 백’에선 30대로 되돌아가 순수한 사랑에 빠져드는 70대 재벌회장 최고봉의 옷을 입었다. ‘순수의 시대’(3월5일 개봉)는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사극이다. 핏빛 권력 쟁탈전이 창궐하던 조선 건국 초, 야망의 시대를 역행하는 장군 김민재를 맡아 목숨 건 사랑에 ‘올인’한 신하균과 눈을 맞췄다.

 

◆ 조선 건국 초, 순수 좇는 반역의 장군 김민재 연기

왕자 이방원(장혁)의 반대편에 선 개국 공신 정도전의 사위 김민재는 외적을 막아낸 무공으로 전군 총사령관에 임명된다. 권력의 핵심에 진입했으나 자살한 친어머니는 오랑케로 불렸던 여진족이며, 왕의 사위가 된 아들 진(강하늘)은 친자가 아니다. 정도전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구로써 살아온 그에게 자신의 것은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어미를 닮은 기녀 가희(강한나)를 만나 흔들리고, 그녀를 지기키 위해 모든 것을 건다.

신하균은 냉철한 장수의 위용, 카리스마, 피로와 고독을 겹겹이 쌓아올린다. 사랑 앞에서 동요하는 감정과 연인을 지키고자 하는 순수한 의지를 캐릭터에 불어넣는다. 이뿐이랴. 일대 다수의 호쾌한 검술장면,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 노출, 전라 베드신에 이르기까지 정신과 육체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낸다.

“민재는 태생의 한계로 인해 주류 사회에 흡수되지 못한 채 트라우마를 지닌, 결핍 많은 인물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낼 상대조차 없는 외롭고 안쓰러운 사람이다. 그러니 권력의 정상까지 올라갔으나 알맹이가 없는 빈껍데기와 같은 캐릭터다. 그러던 그가 가희를 만나면서부터 출구를 찾고 감정과 욕망을 해소한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달려갈 수 있는 점이 같은 남자 입장에서 멋있었다. 모든 걸 버린 채 사랑에 목숨마저 건다는 게 쉽지 않은 것이지 않나. 대리만족을 느꼈다.”

 

◆ 배우인생 첫 사극 출연...매력에 빠져 다시금 출연 소망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안 해본 장르’ ‘새로운 이미지’였다. 시나리오에는 멜로의 감정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으며 사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외피를 두르면 18년차 배우의 얼굴에 신선함을 실어나를 수 있을 거라는 본능이 꿈틀댔다.

준비 과정은 혹독했다. 촬영을 앞두고 두 달 동안 술과 밥, 사람까지 끊었다. 싫어하던 헬스 트레이닝에도 매진, 전장을 누빈 장군의 몸을 만들어냈다. 체지방은 보디빌더 수준인 3%까지 내려갔다.

“검술, 승마, 근육 만들기 등 준비할 게 많은 만큼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아서 매력적이다. 수염을 붙인, 갑옷과 한복을 입은 신하균의 모습은 그 전엔 없었으니까. 또 살아보지 않은 시대의 인물을 통해 지금 시대와 공명하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이제 말도 탈 줄 알고(웃음) 사극 분장과 대사에 적응했으니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다른 시대의 이야기,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라면 좋겠다. 실존 인물을 더 깊숙이 파고들어가 재해석하는 것도 흥미롭지 않나. 숱하게 작품들 속에서 다뤄져와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작업은 어렵지만 한번쯤 해보고 싶다.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역할이라면 가릴 이유가 없다.”

◆ '장나라의 남자' 장혁과 다른 작품에서 에너지 주고받고파

언론시사회 이후 20~30대 시절에도 보기 힘들었던 신하균의 노출 및 강한나와 나눈 수위 높은 베드신이 화제가 됐다. 중년의 배우 양조위가 ‘색, 계’에서 파격의 정사장면으로 강렬한 인상을 줬던 게 연상이 된다.

 

“나보다 여배우가 힘들었을 거다.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어렵다.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모두 지치게 한다. 하지만 계산된 몸동작과 앵글 등 잘 준비된 콘티를 바탕으로 사전 회의, 연습을 충분히 했기에 짧은 시간 밀도 있게 찍었다. 난 느낌과 표정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후배인 장혁, 강하늘과도 첫 공연이다. 이번엔 아쉽게도 두 사람과 공연하는 장면이 적었기에 작품 속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에너지가 대단한 배우인 장혁과는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단다. 공교롭게 장혁, 신하균은 ‘장나라의 남자들’이다.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미스터 백’으로 연이어 장나라와 호흡을 맞췄다.

“강하늘씨는 밝은 청년부터 비열한 모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어 그의 미래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한나씨의 경우 굉장히 똑똑하고 성실한 친구다. 늘 노트를 하면서 흡수하는 노력을 보여주더라. 신인으로써 감당하기 힘든 부분을 이번에 현명하게 잘 소화했다.”

◆ "많은 역할, 새로운 작업환경 경험한다면 배역 비중 중요치 않아"

연극배우 출신인 신하균은 1998년 ‘기막힌 사내들’에 출연하며 영화에 데뷔했다. 초창기 ‘장진 사단’으로 불리며 고뇌하는 예술청년 이미지를 구축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킬러들의 수다’ ‘복수는 나의 것’ ‘지구를 지켜라’ ‘박수칠 때 떠나라’ ‘웰컴 투 동막골’ ‘박쥐’ ‘고지전’, 드라마 ‘좋은 사람’ ‘위기일발 풍년빌라’ ‘브레인’ ‘내 연애의 모든 것’ 등 한 해도 쉬지 않고 주연, 조연, 단역 가리는 법 없이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작품마다, 캐릭터마다 완성도를 최고치로 끌어내 ‘하균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연극배우 시절부터 조연, 작은 역할을 섭렵했고 영화로 와서도 조연부터 했다. 시작이 그러다보니 주인공, 조연, 특별출연을 가리지 않는다. 많은 역할과 새로운 작업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면 캐릭터의 비중을 따질 필요는 없다. 물론 아무 이유 없이 하진 않는다. 재미가 있고,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뛰어든다.”

그에 따르면 쉬지 않고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다. 한 작품 끝내고 지치면 쉬다가 새 작품을 하는데 그 텀이 짧다. 그러다보니 필모그래피는 차고 넘친다.

“계획 세우는 걸 잘 못한다. 작품 역시 어떤 의도나 계획을 가지고 임하질 않는다. 앞으로도 꽂히는 작품이 있으면 해나갈 계획이다. 내 앞에 닥친 작품을 잘 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재미를 느끼며 할 뿐이다. 사실 계획을 세운다고 좋은 작품을 하게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하다보면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는 거지.”

◆ 연극 출연 안한지 10년...충분히 시간투자할 기회 오면 도전

고향인 연극무대를 떠난 지 10년이다. 영화와 드라마 속 그의 연기를 라이브 무대인 연극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인다.

 

“공연을 보면 꿈틀거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기회라는 게 쉽게 오진 않는 것 같다. 연극은 특히 몇 개월에 걸친 집중적인 연습시간이 필요해서 더욱 그렇다. ‘배우 신하균’이란 이름만 가지고 무대에 오르는 건 아닌 거 같고. 초심으로 돌아가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서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도전해볼 듯하다.”

[취재후기] 배우로써 그의 매력은 ‘순도’다. 자신의 말마따나 계획이나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그래서 대중은 배우 신하균의 가식 없는 연기를 믿고 본다. 여행과 술 한 잔, 연애와 연기를 오가며 지내는 신하균의 ‘순수의 시대’는 지속할 것 같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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