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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7) 인천 연극계 터줏대감 봉두개, 메가폰을 잡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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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7) 인천 연극계 터줏대감 봉두개, 메가폰을 잡다 (上)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2.28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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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MBC '서프라이즈', MBN '실제상황' 등에서의 출연으로 얼굴이 익숙한 봉두개(본명 봉회장)는 1976년부터 연극,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판에서 연기한 베테랑이자 직접 영화, 연극의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다재다능한 배우다. 그를 만나 배우, 작가, 감독으로서의 삶에 대해 들었다.

◆ 극장 청소부터 시작한 연기 생활, 인천 연극계의 산 증인

봉두개의 연기 시작은 학창시절 연극반부터였다. 이후 1976년 인천 연극협회에 지원해 극단 막내로 들어갔다. 전국을 돌며 유랑극단 막내로서 정통 악극을 하고 영상 공부를 위해 일본을 다녀오는 등 배움의 시간을 거쳤다.

"극단에 들어가 극장 청소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 역할 하나를 맡았는데 구석에 잘 보이지도 않는 창 들고 서 있는 포졸 역이었죠. 가족들이 제 연극을 보러왔는데 무대 위 저를 못 찾을 정도였으니까요.(웃음) 혹시나 누군가 비게 되면 기회가 주어질까 대본 전체를 싹 외웠어요. 그러다 주인공을 하던 선배가 급한 일이 생겨서 갑작스럽게 제가 맡게 됐는데, 공연 10분 전에 다시 돌아와 결국 못 맡게 됐죠.(웃음) 그 후로는 꾸준히 기다려서 역을 늘려갔죠."

이후 코미디언 배삼룡의 양아들로 1년 6개월간 함께 생활하며 코미디 연기에 대해 배웠다. 그가 애정을 기울인 곳은 인천 연극계다. 1990년 인천시립극단 창단 때 들어갔고, 극단 '엘칸토'를 만들고 인천 연극협회지회장을 맡는 등 정성을 쏟았다.

 

지금까지 오는 길이 순탄치는 않았다.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대가 심했던 것. 배우 생활 중 몸이 아팠을 때, '연극을 그만두면 병원비를 대주겠다'는 친척 어른의 말에 잠시 연기를 그만두고 치료 후 일반 회사에 걸음하기도 했다.

"회사일이 영 안 맞아서 보름만에 나와서 가구 공장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공장에서 쇠를 깎는데, 제대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접는 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죠. 쇠를 깎다말고 공장을 뛰쳐나왔어요. 그 길로 후배가 일하는 극장에 가 앉아있는데 온갖 감회가 밀려왔어요. 역시 물고기는 물에서 놀아야 한다 싶더군요. 그 후 지금껏 연기를 계속 하고 있네요."

◆ 감독으로서 영화 '하얀 눈꽃' 촬영중, 가족같은 촬영장 만들려 노력 

봉두개는 현재 영화 '하얀 눈꽃'의 감독으로서 부산, 강원도를 오가며 촬영 중이다. '하얀 눈꽃'은 남녀 간 사랑을 그린 영화로,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그간 연극, 단편영화는 작업해 봤으나 장편 영화 연출은 처음이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으로 작업했지만 상업영화로 극장에도 올릴 계획이다. 배우로서 집필과 연출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 첫 장편 연출작 '하얀 눈꽃' 촬영장. [사진=봉두개]

"국내에는 연기와 연출을 다같이 하는 경우를 아직 특이하게 보는 시선이 많아요. 하지만 이렇게 다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흐름인 것 같고요. 연기와 가수 활동을 모두 하는 사람들이 늘듯, 연기와 연출을 모두 하는 배우가 더 늘어날 거라 예상하고 있어요."

그는 좋아하는 배우이자 감독으로 멜 깁슨을 꼽았다. 멜 깁슨이 출연하고 연출한 영화는 모두 봤고, 참고하며 감독으로서의 고민을 깊게 가졌다.

"연기를 할 땐 내 역할만 하면 되는데 감독은 전체적인 흐름을 알아야 하니 고민이 굉장히 많았죠. 하지만 연기를 해 본 경험이 있으니 배우들의 심정을 알 수 있고 작업에 보다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 또한 연기자로서 얻은 경험을 감독으로서 연출에도 발휘하려 한다. 그 중 하나는, 배우에 대한 대우다.

"방송에는 여건상 주연, 조연, 단역에 따라서 배우에 대한 대우가 차이가 커요. 제가 감독으로서 영화를 찍으면서는 그 차이를 없애고 싶어서 촬영장을 최대한 가족적인 분위기로 만들려 노력 중이죠."

 
 

◆ 노인 문제 등 세태 반영하는 작품 연출 희망, 지인들은 나의 힘

현재 촬영 중인 '하얀 눈꽃'의 작업은 쉽지 않았다. 예산 규모가 크지 않아 장비의 부족 등 아쉬움이 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촬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각 지역 영상위원회의 도움으로 장소를 섭외하고, 배우들은 먼 지방까지 내려와 촬영에 임했다. 그는 부산·강원 영상위원회, 출연 배우들, 제작진, 한국영화배우협회(회장 거룡) 등에 고마움을 표했다.

"배우로서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감독 일을 시작한 나를 도와줄 사람은 누가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많았어요. 나름대로 인심을 잃지 않고 잘 해왔단 생각이 들었죠. 다들 열정있게 임해줘 참 행복하고요. 이번 작품이 잘 돼서 도와준 분들께 보답하고 싶네요."

▲ MBC 드라마넷 '별순검 시즌1' 촬영 중. 배우 안내상과 함께. [사진=봉두개]

그가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이유는 뭘까. 요즘 세태를 반영한 영화를 실력있는 배우들과 함께 찍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앞서 그는 자연과 사회문제를 다룬 '갯벌', 노인 문제를 다룬 '요양소탈출기' 등 연극을 쓰기도 했다.

'갯벌'은 인천 송도를 1년간 자료조사해 쓴 작품으로, 인천 갯벌의 매립과정에서 갯벌을 지키는 가장의 모습을 그렸다. '요양소탈출기'는 요양원에서 학대당하는 노인들이 병원을 빠져나오는 내용이다.

"앞으로는 보다 사회적인 문제와 모습을 담은 영화들을 찍고 싶어요. 특히 요즘 노인층이 많아지며 동반되는 문제가 많은데, 이를 어렵지 않게 코믹하게 풀어보고 싶어요. 배삼룡 선생님과 함께 살며 코미디에 대해 많이 배웠는데, 요즘 코미디를 보면서 안타까운 점은 연기로서 주는 재미보다는 단발적인 억지 코미디가 많아졌다는 거예요. 제대로 된 작품을 찍어서, 한국에서도 이런 코미디 영화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또한 그는 이런 '노인 영화'를 만듦으로써 출연진에 줄 수 있는 효과까지 생각했다.

"특히 노인 문제를 그린 영화의 경우 70~80세의 선배들을 캐스팅할 수 있죠. 한국 영화계를 움직였던 선배들인데 지금은 연기할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선배들에게는 스크린에 복귀하는 기쁨도 드리고 저 또한 머릿속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싶어요."

[히든스타 릴레이]⑦ 봉두개, 연출·집필·연기 올라운드 플레이어 下 에서 이어집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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