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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하늘에서 내려다본 '김만종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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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하늘에서 내려다본 '김만종 미소'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03.01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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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왜 산에 오르시나요"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지요.”

1924년, 세 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을 앞 둔 산악인 조지 멜로니가 남긴 명언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비록 산악인은 아니었지만 높은 곳만 보면 어떻게든 올라서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그곳이 나무든 담벼락이든 동네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마리 원숭이처럼 정상을 정복(?)했다. 해냈다는 쾌감이 컸었다. 특히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탁 트인 시야와 그만큼 작아진 친구들의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사진가의 시선은 독창적이어야 한다. 그러한 창의적인 시선을 가지기 위해서 여러 가지 훈련을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동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하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에 쏜살같이 현관으로 달려나가는 푸들 강아지의 낮은 시선, 부서지는 햇살에 한층 짙어지는 여름 나뭇잎의 시선, 그리고 창공을 가르며 먹잇감을 고르는 독수리의 매서운 시선이 그것이다.

물론 어린 시절, 담벼락 위에 올라서서 바라본 시선이 사진가의 시선임을 알진 못했겠지만 사진이 직업이 된 지금으로서는 본의 아니게 '조기교육'을 받은 셈이었다.

 

"D리그 오리온스팀 김만종 선수? 이름이 참 한국적인 친구네~."

지난 2월 24일 리그는 둘째치고 선수 이름도 생소한 김만종 선수 취재일정을 전해 듣고 고민에 빠졌다. 그에 대해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프로농구의 2군 무대를 말하는 D리그에서 무럭무럭 꿈을 키워가고 있는 선수였다. 꿈만큼 키도 커서(무려 198cm) 이미 올 시즌 리그에서는 그를 당할 선수가 몇 없을 정도였다.

 

꿈 많은 이 청년을 어떻게 사진으로 표현할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2m에 달하는 키와 센터라는 포지션에서 ‘덩크’를 떠올렸고 프로무대를 향한 그의 꿈에 착안해 림을 올려다 보는 모습을 담아내기로 결정했다.

현장에 다소 일찍 도착해 이리저리 구상을 하던 도중 갑자기 인터뷰 장소가 보조농구장으로 변경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상했던 부분이 소용없게 되어 아쉬웠지만 주변의 방해 없이 촬영이 가능하니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김만종 선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첫인상이 그의 이름 그대로였다. 친근했고 소탈했으며 밝은 사람이었다. 잠시후 훈련이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이었고 그 중에 사진촬영은 10분을 약속 받았다.

바닥에 누워 포즈를 취하는 보편적인 컷들과 색상을 대비시킨 컷까지 찍고 나서 드디어 덩크 사진을 찍기로 했다.

 

새로운 시선에 대한 기대감과 높이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인 탓인지 4미터 남짓한 철제 사다리를 올라가면서 후들거리는 다리만큼 심장도 두근거렸다. 어린 시절의 담벼락 위에 선 것처럼 아찔한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내려다본 농구코트는 역시 색다른 느낌이었다.

 

물끄러미 지켜보는 김만종 선수를 불러 림 아래에 세웠다. 큰 신장보다 밝은 미소가 돋보였다. 그 미소를 림 중앙에 위치시켜 찍었다.

 

정상을 향한 그의 꿈도 역동적인 원 핸드 덩크를 통해 담아냈다. 특히 몸이 덜 풀려서 완벽하지 않은 덩크를 미안해 하면서도 '할 수 있다'며 두 번 세 번 시도하는 그의 겸손함과 적극성이 참 인상적이었다.

실력보다 중요한 것이 심성임을 알기에 오늘 보여준 모습에서 그의 큰 그릇을 본 것 같았다. 무사히(?) 촬영이 끝낸 김만종 선수는 마지막까지 깍듯한 인사를 남기며 훈련장을 향했다.

 

오늘 그가 림 아래에서 카메라를 올려다 보며 보여준 농구에 대한 뜨거운 시선만큼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한민국 농구의 대들보가 될 김만종을 기대해 본다.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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