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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의 투미닛 드릴] (1) 리더십과 인간미, 쿼터백이 갖춰야 할 필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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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의 투미닛 드릴] (1) 리더십과 인간미, 쿼터백이 갖춰야 할 필수 조건
  • 정인수
  • 승인 2015.03.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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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식축구에서는 '투미닛 드릴(2minute drill)'이라고 해서 2분 안에 터치다운을 할 수 있는 훈련을 혹독하게 거듭한다. 찰나의 순간 같지만 이 2분 안에 승패가 좌우된다. 이를 위해 트레이닝과 필드운동 세미나를 거친다. 상대를 약하게 보고 마지막 2분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2분 때문에 패배를 맛본다. 풋불에서처럼 하루 2분이면 자기 인생의 역전을 꿈꾸고 행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믿는 정인수의 미식축구 세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부주장 정인수] 쿼터백은 미식축구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포지션이다. 헬멧에 내장된 교신장치를 통해 코칭스태프와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는 재량껏 작전지시를 내리는 지휘관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필드의 야전사령관이라고 보면 된다. 축구의 플레이메이커, 농구의 포인트가드, 배구의 세터와 비슷한 역할이다. 모든 팀 전략이 쿼터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포지션이 쿼터백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쿼터백은 모든 플레이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팀이 펼치는 수백 가지 작전을 모두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야 한다. 넓은 시야는 물론이고 강한 어깨를 갖추고 있어야 하며 상대 디펜스가 치고 들어올 때는 러싱 플레이를 해낼 수 있는 기지도 발휘해야 한다.

최근 쿼터백들은 발까지 빨라지는 추세다.

리그에서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1,2년차 쿼터백들과 10년차가 넘은, 잔뼈 굵은 쿼터백들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슈퍼볼 챔피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톰 브래디와 준우승팀 시애틀 시호크스의 러셀 윌슨을 비교해보자.

40야드 기록체크에 탐브레이는 5초대 초반이 걸렸고 윌슨은 4.5초대 기록이 나왔다. 최근 쿼터백들은 이렇게 주력까지 갖추고 있다. 브래디의 키는 193cm. 월슨은 180cm로 13cm나 작은데도 더 빠르다.

예전에는 키가 크고 발이 빠른 쿼터백보다는 패스를 잘 찔러주는 쿼터백을 선호했다. 최근 흐름은 장신보다는 빠른 발에다 러싱 능력까지 동시에 갖춘 쿼터백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NFL은 관객이 없으면 존재 할 수 없는 리그다. 구단은 팬들이 좋아하는, 발 빠르게 뛰어다니면서 패스를 할 수 있는 쿼터백을 원하게 된 것이다. 이번 스카우팅 콤바인에 나타낸 쿼터백들의 40야드 달리기 결과도 이를 보여준다. 5초대는 없다. 대부분이 평균 4.5초대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쿼터백의 능력은 달리기도 패스도 아니다. 리더십과 인간미다.

단순히 신체능력이 좋아서 양질의 패스를 뿌린다고 한들 리더십이 없는 쿼터백은 팀을 이끌지 못하고 패배로 빠뜨린다. 풋불은 쿼터백의 능력에 따라 팀의 승패가 좌우되는 종목인데 이들이 리더답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쿼터백의 리더십은 일반 기업이나 조직의 리더십과 똑같다. 각 포지션에 배치된 팀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려야 하며 솔선수범의 자세로 동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 것이 없다면 항상 불만만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필드에서 나타난다.

필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마추어를 상대로 하는 이야기이긴 하다. 그래도 쿼터백이 가져야 할 필수 자질은 신체적 능력, 빠른 주력보다는 인간미와 리더십이라고 믿는다. 달리기는 열심히 노력하면 해결되지만 성품은 그럴 수 없다.

     
■ 필자 정인수는?
1982년생.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디펜스 캡틴과 부주장을 맡고 있다. 풋볼월드컵에 2회 출전했다. 포지션은 라인백커. 동의대 졸업 후 일본 엑스리그 아사히 챌린저스를 거쳐 현재 서울 바이킹스서 뛰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남자 스포츠 풋볼을 사랑한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로 감동을 주듯 움직임으로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백성일 대표팀 감독은 “정인수의 안목이 상당하다”고 엄지를 치켜든다.

fbcool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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