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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13) 신체적 한계·무관심, 김경태가 뛰어넘는 두 허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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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13) 신체적 한계·무관심, 김경태가 뛰어넘는 두 허들 (上)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10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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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육상 트랙 최초 청소년올림픽 메달리스트 김경태, 남자 허들 미래 밝히는 도전의 길

[300자 Tip!] 육상은 모든 운동의 기초가 되는 종목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외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까지 개최했지만 선수층이 얇고 새로운 기술이 전수되지 않아 현실은 암울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중국 난징에서 열린 유스올림픽에서 유망주가 탄생했다. 일반 허들(106.7㎝)보다 낮은 높이의 허들(91.4㎝)을 넘는 청소년올림피아드이긴 하지만, 한국 육상 올림픽 트랙종목에서 메달리스트가 나온 것. 그것도 자신의 최고기록(13초43)을 세우며 딴 동메달이었다. 주인공은 남자 110m 허들의 김경태(18·경기모바일과학고). 서양 선수들에 비해 신체조건에서 열세이지만, 아직 성장기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태는 조바심을 갖지 않고 자신의 앞에 놓인 허들을 하나 둘 넘을 참이다.

[안산=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노민규 기자] “처음에는 즐기다 가려 했는데, 예선을 치르고 나서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메달을 땄을 땐 믿기지 않으면서도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다르더라고요.(웃음)”

한층 높아진 목소리에 아직 그때의 감동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경태의 청소년올림픽 동메달 획득은 그만큼 한국 육상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쾌거였다.

▲ 겨우내 제주도에서 몸을 만든 김경태가 안산와스타디움에서 허들을 힘차게 넘고 있다.

메달을 딴 후 대한육상경기연맹(KAAF)으로부터 장기 육성이 필요한 젊은 유망주군으로 분류된 김경태는 지난해 11월부터 6주 동안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몸을 만들었다. 110m 허들 세계기록(12초 80) 보유자 아리스 메리트(30·미국)와 함께 훈련하는 기회도 잡았다.

“메리트의 키가 185㎝로, 나보다 1㎝밖에 크지 않는데, 다리가 길고 탄력이 좋더라고요. 종아리도 얇았는데 뛰는 건 어찌나 빠르던지. 보면서 ‘역시 흑인이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선수가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미국에서는 기초체력 위주로만 훈련을 진행했으나, 6주의 시간은 그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특히 선천적으로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를 심어줬다.

◆ 넘는 게 좋아 시작한 허들, 신장의 한계에 부딪치다

부천 신곡초등학교 5학년 시절 우연히 출전한 달리기대회에서 100m 1위를 차지한 게 김경태가 육상에 발을 디딘 계기였다. 부천 부곡중학교 1학년 때 멀리뛰기를 하다 담당 선생님의 권유로 허들을 넘게 된 그는 무언가를 넘으면서 얻는 성취감이 생겼고, 결국 종목을 전향하기에 이르렀다.

야심차게 허들로 바꿨지만, 그의 앞에 놓인 장애물들이 제법 많았다. 육상 선수 출신의 아버지와 양궁 선수 출신 어머니의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지만, 일단 그의 키는 184㎝로 허들 선수 가운데 작은 편에 속한다. 이는 본인이나 그를 지도하는 심재령 코치 모두 아쉬워한 부분.

▲ 김경태는 부천 부곡중학교 1학년 때 멀리뛰기를 하다 담당 선생님의 권유로 허들을 넘게 됐다. 무언가를 넘으면서 얻는 성취감이 생긴 그는 결국 전향하기에 이르렀다.

심 코치는 “다른 것 보다는 신체조건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며 “신장이 190㎝정도는 돼야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키가 더 자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김경태는 “하반신 쪽의 성장판은 닫혔지만 척추 성장판은 남아있어 희망을 가지고 있다. 아직 더 클 수 있기에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 신체적 한계, 피나는 훈련으로 극복

선천적인 열세는 노력으로 극복해야 했다. 동계훈련 기간 동안 제주도에서 오전, 오후, 야간으로 나눠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 시즌을 대비했다.

오전에는 보강운동을 실시했고, 오후에는 200m 트랙을 전력으로 15번 뛴 뒤 수목원 오르막길과 내리막을 10번 반복하며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남들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뛰어야 했기 때문에 고삐를 늦출 수 없었다.

“야간운동 시간에 남들이 다 복근운동을 하는 동안 나는 허들을 넘을 때 왼 무릎을 턱에 닿게 하기 위해 고무줄을 묶어 강제로 당기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또 세계적인 선수들이 허들을 넘는 장면을 동작 하나하나 분석해 제 것으로 만들려 노력 중이에요.”

왼 무릎을 최대한 끌어 올리며 허들을 넘으면 체공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록 단축에도 큰 도움이 된다. 김경태는 “다리를 가슴까지 힘껏 끌어올려 탄력을 높이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 김경태를 지도하는 심재령 코치는 선수로서 김경태의 단점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작은 키를 꼽았다.

◆ 인터넷 방송으로 봐야 하는 한국육상의 암담한 현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육상은 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축구나 야구에 비해 팬들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한국 선수의 경기가 시작되면 보통 TV 중계가 되기 마련인데, 비인기 종목인 탓에 중계 배정을 받지 못했다.

김경태는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를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에서 보지 못하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육상을 찾아봐야만 하는 현실에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친구에게 국가대표 선수 아무나 한 명을 집어 ‘이 선수 아느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모른다는 말로 일관했다. 그만큼 한국 육상에는 스타가 없고 미디어 노출이 적기 때문에 스타가 나오기도 힘든 환경이다.

“이왕 허들 하는 거 목표를 높게 잡고 더 열심히 해볼 참입니다. 지금까지 세운 목표는 대부분 이뤘는데, 청소년올림픽에서 우승하면서 태극마크에 대한 갈망이 커졌습니다. 아시아 성인무대부터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기량을 끌어올리겠습니다. 아울러 한국 육상에 붐을 한 번 일으켜 보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 육상이 비인기 종목으로 치부돼 TV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김경태는 한국육상에 붐을 일으키고자 열심히 달리고 있다.

ㄴ[챌린지 2015] (13) 박태경의 '현미경 과외'에 롤모델까지 바꾼 김경태 (下) 로 이어집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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