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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남자의 수다와 예능, 그 오묘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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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남자의 수다와 예능, 그 오묘함에 대하여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3.07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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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요즘 예능 프로그램은 '남자판'이다. '무한도전(MBC)', '슈퍼맨이 돌아왔다(KBS)', '나 혼자 산다(MBC)', '삼시세끼(tvN)', '냉장고를 부탁해(JTBC)' 등 인기 프로그램에는 남성들이 자리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토크, 즉 남성 간 '수다'떠는 모습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비정상회담(JTBC)', '결혼 터는 남자들(MBC 에브리원)', '뇌섹시대-문제적남자(tvN)' 등은 남성 출연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과거 몸을 쓰거나,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서 재미를 보여줬던 모습에서, 이제 남성들은 스튜디오에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주고 있다.

◆ '결혼 터는 남자들', '문제적남자'…'솔직' 면모

지난달 말 방송을 시작한 '결혼 터는 남자들'과 '뇌섹시대-문제적남자'는 아예 프로그램 제목에 '남자'를 올렸다. '결혼 터는 남자들'에서는 김구라, 김성주, 손준호 등 기혼자와 장동민, 오창석 등 미혼자가 '결혼'이라는 주제 하에 경험담과 생각을 나눈다. 19세 이상 관람가인 만큼 대화 수위도 높은 편이다.

▲ 지난달 말 방송을 시작한 '결혼 터는 남자들'(왼쪽)과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사진=MBC, tvN 제공]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서는 전현무, 하석진, 김지석, 이장원, 타일러 라쉬, 랩몬스터 총 6인의 출연진이 주어진 질문에 최선의 답을 하기 위해 토론한다. 지난달 26일 첫 방송에서는 기업 면접관이 묻는 '여자친구와 왜 헤어졌는지'라는 질문에 고심하는 장면이 담겼다.

제작진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공감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생각의 틀을 깨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결혼 터는 남자들'의 출연진은 솔직하고 거침없는 대화를 선보였다. 이들은 모유 수유에 대해 얘기하고 게스트로 출연한 서장훈에게 '재혼'을 언급했다.

신조어 '뇌섹남'이 보여주듯 '생각이 매력적인, 스마트한, 달변의 남자'들은 과거 대표적 이상형으로 꼽힌 '과묵한 남성' 대신 새로운 매력 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수다', '남성'으로 옮겨가

여성 출연자들의 설 곳이 많지 않았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TV 프로그램의 시청자 타깃은 여성이다. 비교적 여성이 TV에 더욱 민감한 까닭이다. 지난 1월 말 새로 시작한 MBC 동물 예능 '애니멀즈'의 경우 출연진 11명 중 여성은 소녀시대 유리가 유일해(현재 유리는 출연 코너 '곰 세 마리'의 폐지로 출연하지 않는다),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은 "여성 출연자를 왜 배제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 '애니멀즈'(위)와 '속사정쌀롱'. [사진=MBC, JTBC 제공]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를 "여성 시청층을 대상으로 한 남성들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면, 그 인기가 토크쇼까지 옮겨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 제목으로 대표되던 '여성 수다 예능'이 남성의 영역까지 옮겨온 것이다.

하 평론가는 또한 남성 토크쇼가 하나의 흐름으로 등장하게 된 것을 '비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준으로 봤다. 그는 "남성 출연자들만이 모여서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방송이 성공할 수 있다고 방송가가 인지하게 된 것은 '비정상회담'의 성공 이후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남성 출연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7월 첫 방송을 한 이후 종편 채널임에도 4~5%의 시청률을 보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 열 두 명의 출연자는 G12(비공식 정상)라는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다.

◆ "남성 '수다' 신선, 여성보다 자유로운 표현 좋아"… "공공성 측면에서 여성 캐릭터 개발 필요도"

시청자 반응은 어떨까. 평소 '비정상회담', '뇌섹시대-문제적남자' 등을 자주 보는 이정화(26·서울 강남구)씨는 "여성들이 수다를 떨거나 얘기하는 모습은 일상이나 방송에서 익숙하게 봐 왔다. 방송에서 남성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더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남성들도 여성과 별다르지 않게 대화한다는 걸 알게 돼 새롭기도 하다"고 말했다.

▲ 열 두 명의 토론자와 세 명의 MC가 출연하는 '비정상회담'. [사진= JTBC 제공]

김윤영(26·서울 강남구)씨는 "여성 연예인의 경우 이미지상 표현에 비교적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남성 연예인의 경우 표현에 더욱 자유롭고 시원시원하게 말해줄 수 있어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는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시청자들은 남성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신선하고, 여성 출연자보다 표현에 있어 자유롭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이처럼 시청자게시판 등 온라인 상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방송의 공공성 면에서의 과제는 있다.

하재근 평론가는 "남성의 수다 프로그램은 현재 하나의 흐름이다. 그러나 방송의 공공성 측면에서 본다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국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여성 캐릭터 개발에 신경을 쓸 필요는 있다"고 언급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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