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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와의 두 번째 만남 'LP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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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와의 두 번째 만남 'LP의 귀환'
  • 김신일 음악평론가
  • 승인 2015.03.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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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김신일 음악평론가] LP(Long Playing)는 지름 30㎝ 크기에 분당 33과 3분의 1 회전으로 재생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비닐(Vinyl) 앨범이다.

레이디 가가, U2, 다프트 펑크 등이 1980년대 주요 음악매체였던 이 LP로 최근 음반을 발매했다. 특히 그래미상의 4관왕에 빛나는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의 '랜덤 액세스 메모리스(Random Access Memories)'(2013년 발매)의 LP 앨범은 미국내에서만 3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국내 음악계에도 조용필, 이상은, 지드래곤 등과 같은 가수들이 LP로 한정발매를 했고 김광석과 들국화의 주요 음원들을 LP로 복원하고 박스세트로 출시하며 그 성황에 일조했다. 또한 인디 메카인 홍대거리에서는 LP 카페들이 속속 등장하여 아날로그 콘텐츠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 LP의 부활은 아날로그의 귀환이며 인간 감성의 회복이다. 재킷에 새겨진 사인과 패턴까지도 뮤지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진= 김신일 제공]

LP의 판매량은 2014년 미국시장 내에서만 920만 장을 기록하면서 매해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

이 '아날로그 귀환'의 시발점은 매년 미국의 독립레코드 회사들이 4월 셋째주 토요일을 기념일로 정한 '레코드 스토어 데이'(Record Store Day)로부터다. 2008년 출범한 이 행사는 현재 미국 영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레코드 회사가 참여하고 있는데, 행사기간에는 특별 한정앨범과 유명 뮤지션들이 소장했던 악기판매, 가수들의 특별 공연 등으로 꾸며진다.

이 뜻깊은 행사는 국내의 '서울 레코드 페어'(2011년 출범)로까지 이어졌다. 국내 최초 레코드 페어 행사로서 LP와 CD, 도서, 그리고 음악 장비와 티셔츠 등 다양한 음악 관련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총 3회 행사까지 누적 관객수가 1만2000명을 넘어서며 자연스럽게 그 영향이 LP의 관심으로 확대됐다.

LP는 기성세대들에겐 익숙한 매체이기도 하지만 신세대들에겐 막연한 옛날 감성이 담긴 '새로운 매체'로 각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한 '아날로그의 재조명'이 되고 있다.

LP에 담겨진 커다란 디스크와 재킷, 속지를 포함한 패키지는 단순히 시각적인 물리체가 아니다. 뮤지션이 만든 '보이지 않는 음악'은 '패키지'를 통해 가시화하면서 보다 많은 대중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었다. 대중들은 음악이 주는 감동의 여운을 보다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게 됐으며 진정한 음악에 대한 소장가치를 부여했다.

 
▲ '지름 30㎝ 크기에 분당 33과 3분의 1 회전' LP는 '지직'하는 잡음과 함께 음악에 호흡을 입히며 추억의 향수를 불러온다. [사진= 김신일 제공]

LP에서 들리는 '치직'하는 잡음(?)을 누군가는 '추억의 향수'로 느끼고, 어떤 이는 그것을 결코 음악에 방해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내린 '따뜻한 감성의 일부'로 해석한다.

우리는 디지털 세상의 발전과 빠른 흐름 속에서 음악 외적의 불편한(?) 물리적인 것들에 대해 지나치게 도외시하거나 멀리했던 것 같다.

우리는 '들려진 것'만이 다가 아니라 '들리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존재까지도 뮤지션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음악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아날로그 감성'에 배고픔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음악을 위해 존재해야만 할 그 모든 것들과 재회하게 되었다. 또 이 만남을 통해 음악의 의미와 본질 앞에서 '인간의 우매함'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음악의 디지털화는 우리의 패키지에 대한 소유욕마저 약화시켜 버렸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가장 그리워 하는 것들에 대한 의미를 되묻고 되찾을 수 있는 계기도  되고 있다.

LP는 이렇게 음악이라는 가상의 물질을 재킷과 비닐 레코드라는 실체로 바꾸었다. 이런 점에서 'LP의 부활'은 그동안 디지털화가 초래한 폐해를 상쇄하기 위한 인간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더 좋은 것을 위해 때때로 시간을 거스를 줄 아는 게 인간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지금, 고귀함을 망각한 행위에 대한 고찰과 반성, 그리고 잠시 무언가를 고뇌하듯 멈추어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통해 아날로그와 다시 만나고 있다.

아날로그와의 재회는 일시적인 과거의 향수가 아닌 음악의 근본적인 정체성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고민에서 출발한다. '디지털화'를 맹목적으로 과신했던 지난날에 대해 자성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아날로그에게 두 손을 내밀어 본다.

 "반갑다! LP야!"

kimshinil-_-@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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