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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스포츠산업 인재 등용문, 대학생 스포츠마케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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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스포츠산업 인재 등용문, 대학생 스포츠마케터의 세계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10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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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률 뚫고 합격, 잡무 수준 뛰어넘어 구단에 도움 주기도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야구 시즌 개막에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이 객원마케터 선발을 완료하거나 한창 모집하고 있다.

야구뿐 아니다. 포항 스틸러스 퓨처스, 울산 현대 프렌즈, 안산 경찰청 와텔러스(이상 축구), 케이티 소닉붐 프론티어즈, SK 나이츠 챌린저, 고양 오리온스 크리에이터(이상 농구) 등등...

이 모두가 대학생을 위한 스포츠마케팅 프로그램이다.

스포츠도 한국에서 산업군 중 하나로 당당히 인정받을 기미가 보이는 시점이다. 구단들은 이제 종목을 막론하고 대학생을 필요로 한다. 젊은 감각을 빌려 신선한 아이디어를 수혈받고 인력이 필요할 때는 이 마케터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된 인재를 선발하기도 한다.

▲ 고양 오리온스는 2014~2015 시즌부터 크리에이터 1기를 뽑아 구단 실무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민건식 씨 제공]

대학생 스포츠마케터들의 세계로 들어가본다.

◆ 대학생, 잡무에 그치지는 않을까 

민건식 씨는 고양 오리온스 크리에이터 1기로 활동중이다. 2014~2015 KCC 프로농구 개막과 동시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4인 1조로 팀을 이뤄 홍보·미디어, 경기운영, 머천다이징(MD), 이벤트, 지원, 사회적공헌활동(CSR)으로 로테이션을 돈다.

그는 “매 경기가 끝난 후 마케터를 관리하는 담당 과장님께서 모두 모아 회의를 주관하신다”며 “라운드 별로는 결과보고서 작성도 한다. 프런트 분들께 현장 실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조경렬 씨는 지난달 짜릿함을 맛봤다. 넥센 히어로즈 광팬인 그가 목동구장에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된 합격자 12인 명단에 뜬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그는 지인들로부터 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티켓을 나눠주거나 행사 보조 도우미를 하는 등 밖에서 그리는 마케팅과 동떨어진 일을 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실제로 넥센 마케팅팀에서 해나가는 업무이기 때문에 실무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 퓨처스 멤버들은 스틸야드 구석구석을 누빈다. 경기장 밖에서는 팬사인회, 에어바운스 어린이 놀이터, 스틸야드 워터파크까지 다양한 이벤트 구역을 관리한다. 안에서는 팬들의 편의를 위해 수유실, 어린이 위탁시설, 익사이팅을 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 대학생 스포츠마케터로 활동한 이들은 대개 프로 구단 취업을 꿈꾼다. 박준형 씨(오른쪽)는 퓨처스 출신 최초로 구단직원이 되는 것이 꿈이다. [사진=포항 스틸러스 제공]

서울 이랜드 FC 김은영 마케팅팀 팀장은 이들의 활동에 대해 “분명히 도움이 된다. 지원자들의 역량에 따라 도움 받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며 “기본적인 행정이 주된 업무이긴 하지만 간혹 팬 시각에서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프런트들이 업무 실행방안을 구성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 대학생 스포츠마케터 제도가 불러온 효과

흔히 스포츠산업에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객원 마케터가 되기를 바라는 이는 자기소개서 작성 과정에서부터 실무자의 입장을 헤아려보게 된다. 합격자들은 구단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를 파악함으로써 ‘준비된 인재’로 거듭난다.

조 씨는 “지난해에는 ‘넥센 골수팬’이라는 점만 강조했다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면서 “그래서 올해 지원서는 ‘마케터’의 관점에서 접근하려 애를 썼다. 내가 가진 능력과 팀에 대한 애정을 조합해 녹여냈던 것이 합격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씨는 “나만의 무기는 딱히 없었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와 간절함이 통한 것 같다”며 “진심으로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 향후 스포츠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꿈을 어필했던 것, 몸소 야구부 활동을 하고 있는 것 등이 구단 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홍보를 통해 기자들을 상대하고 경기운영을 통해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시야를 갖추게 됐다. MD를 통해 유통과 거래처간의 제휴에 대해 공부했고 지원 업무를 통해 영업 마인드도 배우고 있다. 서포터즈와 어린이 회원을 받으며 지역 연고 활동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게 됐다.

스포츠 대외활동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던 지방 학생들에게 기회가 간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울산 현대 프렌즈 1기 회장 박세익 씨는 “대학생활 중 가장 뜻깊은 활동이었다. 울산은 수도권 지역에 비해 스포츠 대외활동을 할 기회가 전무하다”며 “프렌즈를 통해 다양한 체험을 했다. 앞으로도 많은 지역 팬들이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 팀장은 “프로 구단들이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 스포츠 현장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현실을 인지시켜주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이라며 “잡무 수행 인력으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구단과 지원자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 구단 채용 사례 속속들이 생겨, 스포츠산업 취업 등용문 

객원 마케터가 되기 위한 경쟁은 더욱 해가 거듭될수록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인기 구단의 경우 경쟁률이 10대1은 기본이고 30대1까지 치솟기도 한다. 따라서 프로그램 활동간 두각을 나타낼 경우 구단에 남는 경우가 생기거나 스포츠업계 추천을 받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GS스포츠에 입사해 현재 FC 서울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승현 사원은 “원주 동부 프로미 마케터 활동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며 “특히나 동부의 경우 마케터 인원수가 적어 내가 할 수 있는 많았다. 실질적인 업무를 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 스포츠 대외활동을 찾기 힘든 지방의 경우 마케터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사진=울산 현대 제공]

포항 퓨처스를 수료하며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준형 씨는 “단지 축구가 좋아 관심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 퓨처스가 이제는 의미있는 자산이 됐다”며 “퓨처스 최초의 구단직원 탄생이라는 목표를 향해가겠다. 앞으로도 많은 학생들이 나처럼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직접 검증한 친구들에 대해서는 꼭 다른 곳에라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스포츠산업계에 종사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며 “이력서 레퍼런스 한줄 추가하려고 지원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중요한 시간을 투자하는 프로그램이니만큼 최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아 스스로를 포장하는 시간으로 쓰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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