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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비엔날레...박찬경 감독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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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비엔날레...박찬경 감독이 사는 법
  • 이희승 기자
  • 승인 2014.03.19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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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박찬경(49) 감독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미술과 사진을 전공했지만 불혹이 넘은 나이에 영화감독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단편과 장편들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대중성보다 의미 있는 작품에 매진해 온 박 감독은 최근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고진감래'에 이어 전통 굿을 소재로 한 다양성 영화 ‘만신’을 완성했다. 오는 9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미디어 시티 서울2014‘의 예술감독까지 맡은 그는 영화와 미술을 아우르는 존재로 우뚝 섰다.

[스포츠Q 글 이희승 •사진 최대성기자] 유명인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축복이자 굴레다. 영화 ‘만신’의 박찬경 감독은 미디어아티스트이자 사진가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왔다. 하지만 ‘칸의 남자’로 불리는 박찬욱 감독을 형으로 둔 탓에 비교는 피할 수 없었다.

박찬경 감독은 시기나 질투보다 ‘교감’을 택했다. 형과 파킹 찬스(PARKing CHANce)라는 이름으로 '파란만장' '오달슬로우' '청출어람' 등 단편영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최근엔 형과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고진감래'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서울을 주제로 지난해 8월 20일부터 11월 25일까지 66일 동안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담은 영상 1만1852편을 편집한 작품이다. 서울시 홍보 영상의 하나로 제작됐지만 기존 랜드마크 위주의 홍보 영상과는 다른 파격 연출로 주목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작품이 온·오프라인으로 공유되면 세계 시민들이 서울을 다르게 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서울의 다양한 군상을 박찬욱 박찬경 감독 특유의 철학으로 잘 엮어주신 것 같다“고 극찬했다.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 숙제처럼 ‘만신’이 깔려있다. 무당을 높여부르는 말인 ‘만신’을 위해 박감독은 눈문을 작성하는 기분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민화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하는 등 다양한 소재를 영화에 녹여냈다.

"누구나 한국의 전통 굿을 보면 반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 문화적인 풍요로움이란.(웃음) 김금화 만신은 자신이 계승하는 무속 전통을 처음으로 책으로 펴낸 분이세요. 그런 자료가 있음에도 정보 수집에만 3년이 넘게 걸린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극장에 걸리니 감회가 뿌듯하죠.”

◆ 한국 최초의 굿 소재 영화...임권택 감독에게 극찬받아 뿌듯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보는 ‘신기’가 남다른 김금화를 만나러 가는 길은 거침 없었지만 걱정은 남달랐다. 혹시나 굿을 하라고 하진 않을지, 단번에 내쫓기진 않을까 하는 고민이 머리를 꽉 채웠다.

"너무 흔쾌히 허락을 받았어요. 본인의 사명이라며. 김금화 만신은 팝가수 마돈나, 독일의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처럼 천재이자 신이 내린 재주의 소유자일 뿐아니라 그냥 신이 내린 사람이죠. 그런 분의 인생을 영화로 담는다는 게 가슴 벅찼어요.”

'만신’에는 무당이 어떻게 공권력과 만나는지, 어떤 핍박과 고통을 겪고 우리 삶에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담담히 그린다. 그는 “현대에서 무속신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게 관건이었다. 다행히 훌륭한 여배우들 덕에 살았다”며 공을 돌리는 모습이다. 김금화의 유년시절과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 그리고 30대에 이르기까지 1인 3역을 맡은 여배우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는 신이 내린 연기가 어떤 것인지를 온 몸으로 보여준다.

▲ 영화 '만신' 무대인사 중인 박찬경 감독과 문소리, 만신 김금화, 류현경, 김새론

"감독으로서 가장 예쁜 배우요? 한 명만은 절대 못 꼽죠. 별 다른 설명이 들어있는 시나리오가 아닌데 너무 잘 해주셔서. 애정 있는 장면을 꼽자면 마지막에 넘세(김새론)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쇠붙이를 모으러 다니는 거예요. 실제 신내림 굿에 쓸 방울을 만들 때 하는 일종의 관문인데 거기에 제 카메라를 넣거든요. 영화 이전에 굿이 있었고, 영화는 굿의 확장임을 말하고 싶었어요."

거장 임권택 감독은 ‘만신’을 보고 “내가 평생 하려고 했던 영화를 박찬경이 만들었다”며 칭찬했다. 무지한 분야를 영화화하며 겪었던 고생과 설움이 말끔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학원 한번 보내지 않은 부모님 덕분에 예술감 키워

학창시절 박찬경 감독은 학원 한번 가보지 못한 특이한(?) 경험이 있다. 과외가 합법이었고, 몇몇 친구들은 학원이 아닌 전 과목 과외를 받기도 했다. 신여성이었던 어머니는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라며 절대 공부를 강요하지 않으셨다. 건축가였던 아버지는 집안에 명화를 걸어놓거나 멋진 사진을 보여주는 등 방목식 교육을 실천하신 분이다.

"딱 한번 제가 하는 일을 반대한 적이 있었는데 미대에 원서낼 때 끝까지 말리셨어요. 지금은 아들 둘이 모두 영화하는 걸 무척 자랑스러워하세요. 자식 자랑 많이 하는 80대 노인이 되셨죠. 그 영향 때문인지 저 역시 딸이 하나 있는데 친구처럼 지내요. 딸이 미술을 전공할 때 적극 환영했죠.”

▲ 영화 '고진감래'의 한 장면

'만신’은 미술 전공자인 딸과 평생 가톨릭을 믿어온 어머니까지 아우른 영화다. 딸에게는 영화에 담겨진 애니메이션과 영상이, 노모에게는 믿음이란 공통점을 지닌 또래의 주인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다신교라 부를 만큼 다른 종교에 거부감이 없었던 박감독은 영화에서 기독교와 토속신앙의 충돌을 고스란히 담았다.

"성당에서는 피 흘리는 예수님의 모습이 걸려 있잖아요. 기도를 할 때는 ‘내 피와 살을 먹으라’는 말도 나와요. 칼을 타고, 작두 위에 올라가는가 하면 돼지를 잡는 굿이 잔인하다고 하면 저는 ‘뭐가 더 잔인한가’를 되묻게 되요. 특정 종교를 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단지 김금화 만신이 겪은 일이니, 영화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죠.”

◆ 10년간 감독으로 살 수 있어 행복...비엔날레 예술감독 도전

평생 돈 없이 살았지만 무엇보다 자유를 얻어서 좋고, 계속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어서 좋다는 그에게 ‘상업영화’에 대한 욕심을 물었다.

"블록버스터 욕심이 없는 감독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다고 예산이 적고, 장편이 아니어서 서운한 적은 없었어요. 2006년에 처음으로 ‘영화감독’ 타이틀을 얻었는데 꾸준히 영화가 들어온단 사실에 감사해요. 그게 복 받은 것 아닐까요?"

그는 당분간 영화가 아닌 다른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예술혼을 불사를 예정이다. 박감독이 예술감독을 맡은 ‘미디어시티 서울2014’가 서울시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주관의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로 올해 8회째를 맞는다.

 

전문 큐레이터가 아님에도 최초로 예술감독에 발탁된 케이스다. 올해 비엔날레는 '사회적 미디어' '지역성' '아시아 고딕' '대중 예술' 4가지 키워드로 진행될 예정이다.

"영화 개봉도 했으니 당분간은 그동안 미뤄놨던 책을 보고, 콘서트도 다니면서 문화소비를 하려고요. 그런 경험이 이번 비엔날레에 녹아들었으면 좋겠어요. 영화나 콘서트, 작은 전시회 등을 통해 미술관 문턱을 낮추는 일은 제 꿈이었거든요. 비엔날레에서 영감을 얻은 또다른 영화가 탄생될지도 모르죠. 예술은 순환하는 거니까요.”

[취재후기] 자신의 영화에 불성실할 감독은 없겠지만 스스로를 “행복한 감독”이라고 칭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박찬경 감독의 블록버스터는 형보다 훨씬 따듯하고 버라이어티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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