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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봉주 박사의 현장 관전기] ① 세계를 향한 한국 바이애슬론의 '호시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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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봉주 박사의 현장 관전기] ① 세계를 향한 한국 바이애슬론의 '호시우보'
  • 한국스포츠개발원 성봉주 박사
  • 승인 2015.03.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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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세계선수권, 문지희 여자 스프린트 60위권 진입 성과…사격 명중률 높이는 것이 도약 열쇠

[편집자주] 한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으로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평창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빙상 종목 위주에서 썰매 종목과 설상 종목에서도 선전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설상 종목인 바이애슬론은 설원을 주행하면서 연이어 사격을 하는 스포츠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98개 가운데 11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성봉주 박사는 현재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이 열리고 있는 핀란드 콘티올라티 현장을 찾아 세계 바이애슬론의 현황과 한국 바이애슬론의 도약을 위한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성봉주 박사는 아직 한국 스포츠팬들에게 낯선 바이애슬론 종목을 집중 연구해오고 있는 권위자다.

▲ 한국 바이애슬론 대표팀 선수들이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 열린 세계바이애슬론 선수권에 참가해 경기를 펼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남 박지애 고은정 문지희 김선수. [사진=성봉주 박사 제공]

[콘티올라티(핀란드)=한국스포츠개발원 성봉주 박사]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같이 설원을 주행하면서 사격을 하는, 스키와 사격을 합친 복합종목이다. 심폐지구력과 집중력이 우수한 선수들이 입상 가능성이 높다. 경기 경험이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올림픽에서 우승하기도 한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올레 아이나르 뵈르달렌(41·노르웨이)의 예처럼 40대 선수가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종목이 바로 바이애슬론이다.

이런 점에서 바이애슬론은 한국 선수들에게 유리하고 세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종목이다. 한국은 마라톤을 통해 우수한 심폐지구력을 입증했고 올림픽 사격에서 확인된 놀라온 집중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현재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는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대회가 벌어지고 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해를 제외하고 매년 벌어지는 바이애슬론의 세계 최고 권위 대회다. 지난해 소치 올림픽이 열렸으니 2년만에 세계선수권이 열린 셈이다.

지난 6일(한국시간) 개막해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는 38개국에서 모인 남자 177명, 여자 146명 등 323명의 선수들이 남녀 스프린트, 남녀 추적, 남녀 개임, 남녀 릴레이, 남녀 집단출발, 혼성계주 등 11개 세부 종목에 출전하고 있다.

한국 바이애슬론도 이번 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했다. 불가리아 출신 벤트제슬라브 감독, 신병국, 박윤배, 김미선 등 3명의 한국인 코치, 현지에서 왁싱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코치 2명과 함께 전제억(28·포천시청), 이수영(26), 최두진(20·이상 무주군청), 김용규(22), 김종민(22·이상 국군체육부대) 등 남자선수 5명과 문지희(27·전남연맹), 김경남(22·평창군청), 김선수(26) 박지애(24·이상 전북체육회), 고은정(19·안성고) 등 여자 선수 5명이 출전 중이다.

▲ 한국 바이애슬론 에이스 문지희가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 열린 세계바이애슬론 선수권에서 질주를 하고 있다. [사진=성봉주 박사 제공]

◆ 혼성 릴레이, 26개국 가운데 최하위…사격 실력 향상이 최우선 과제

대회 첫날인 지난 6일 벌어진 혼성 릴레이는 남녀 각 2명이 연결지어 달리는 경기로 먼저 여자선수 2명이 6km, 그 다음에 남자선수 2명이 7km씩 거리를 달리며 중간에 복사(엎드려쏴)와 입사(서서쏴) 로 5발씩 쏜다. 불발되면 3발씩 여분 탄환을 수동 장전할 수 있으며 그래도 맞히지 못하면 그 수만큼 150m를 추가로 돌고 주행선으로 가야만 한다. 한 선수의 특출난 기량보다 모두의 단합된 능력이 경기력으로 나타나는 단체전이다.

문지희, 고은정, 전제억, 김종민이 차례로 나선 한국은 출전 26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두번째 주자인 고은정의 사격 실수가 결정적이었다. 여유발을 사용하고도 입사에서 많이 놓친 것이다.

한국이 바이애슬론에서 세계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사격 실력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사격과 같은 느낌과 자세분석이 가능한 시뮬레이터 훈련기의 도입과 많은 사격경험이 필요하다.

혼성릴레이에서는 체코가 금메달을 따냈고 프랑스, 노르웨이가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 문지희가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 열린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에서 복사 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성봉주 박사 제공]

◆ 여자 에이스 문지희, 여자 스프린트 55위 성과…여자 추적 10km도 51위 선전

남녀 스프린트 경기는 남자 10km와 여자 7.5km로 나뉜다. 세 차례 주행하는 동안 입사와 복사 순으로 사격을 두 차례 실시하며 5발 가운데 불발 수만큼 150m를 추가로 돌아야 한다.

지난 7일 벌어진 스프린트 경기에서는 여자부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문지희가 1위보다 2분58초 뒤진 25분14초의 기록으로 55위에 골인한 것. 여자 7.5km 스프린트에서 60위 안에 들면 다음날 벌어지는 여자 10km 추적경기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60위 진입은 일반 종목의 결승전 진출과 같은 의미다. 세계대회에서 60위 이내에 든 것은 문지희가 처음이다.

문지희는 이날 사격 10발 가운데 3발을 놓쳤는데 두 방 정도만 더 맞혔다면 20위권 초반대도 충분했다.

실제로 스프린트에서 10위 이내에 드는 선수들은 10발 가운데 8~9발을 맞힌다. 입상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90%대의 사격 명중률을 보여줘야만 한다. 종목 우승과 종합우승이 기대됐던 선수들이 종종 입상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격에서 많은 실수를 범해 명중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지희 외에도 김선수, 박지애, 고은정이 출전해 각각 99위, 100위, 101위에 자리했다.

▲ 문지희(오른쪽)가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 열린 세계바이애슬론 선수권에서 신중하게 입사 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성봉주 박사 제공]

이 가운데 고은정은 장래가 촉망된다. 세계유스선수권에서 8, 9위를 차지한 그는 슬로베니아컵에서도 2위를 차지하며 자력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얻은 유망주다. 성인 무대인 세계선수권에서는 경험이 적어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지만 문지희를 이을 차세대 선수다.

문지희는 여자 스프린트에서 60위 안에 든 덕에 8일 벌어진 여자부 추적 경기에도 출전했다. 문지희는 정상에 오른 마리 도린 하베르(프랑스)보다 6분23초1 뒤진 36분30초8의 기록으로 51위에 올랐다.

사격에서는 20발 중 5발을 놓쳤다. 문지희는 평소 명중률이 80%대 이상이지만 긴장한 때문인지 65%로 떨어졌다. 반면 하베르는 20발 가운데 3발을 놓쳐 85%의 명중률을 보였다. 문지희가 2발 정도 더 맞혔다면 40위권도 가능했다.

유럽에 비해 열악한 한국 바이애슬론 환경에서 문지희가 여자 추적경기 출전 자격을 처음으로 얻은 것만도 높이 평가할만하다. 51위를 차지한 것 역시 뛰어난 기록이다.

▲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 여자 10km 추적경기 사격 시간 비교. [사진=성봉주 박사 제공]

다만 문지희의 사격을 보면 일관된 자세가 이뤄지지 않아 리듬 사격이 흔들리고 변화 폭이 크다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사격 훈련을 할 때 일정한 시간 동안 리듬에 맞춰 일관성 있는 사격이 되도록 습관화해야 한다. 너무 성급하게 빨리 쏘거나 반대로 너무 시간을 끌어도 집중력이 흐뜨러져 명중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격은 빨리 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히 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주행능력 향상을 위해 심폐지구력을 더욱 증강시키고 사격의 집중력과 90%이상의 정확도를 위한 훈련을 지속한다면 2016,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기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은정 등 차세대 주자들이 빨리 성장해 문지희와 함께 세계대회에 출전한다면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 사격 명중률 떨어지는 남자 스프린트, 어렸을 때부터 사격 훈련이 절실

반면 남자는 부진했다. 김용규와 전제억, 김종민, 이수영이 각각 91위, 97위, 100위, 105위에 올랐다. 김용규와 김종민은 3발을 놓쳤고 전제억은 4발, 이수영은 5발을 맞히지 못했다.

요하네스 팅그네스 뵈(노르웨이)가 24분12초8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는데 그는 10발 가운데 단 1발을 놓쳤고 20위까지 선수들 역시 대부분 한두 발을 맞추지 못했을 정도로 명중률이 높았다. 한국 남자선수들도 명중률을 더욱 높여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스키 능력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사격 실력이 순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 한국 여자 바이애슬론 에이스 문지희가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 열린 세계바이애슬론 선수권에서 경기를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문지희는 여자 스프린트에서 60위권에 들어 사상 처음으로 여자 추적 경기에도 출전했다. [사진=성봉주 박사 제공]

한국 선수들의 사격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화약 사격을 너무 늦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격 경험도 유럽 선수에 비해 적고 시작 시기가 늦어져 성인 무대 적응에도 시간이 걸린다. 고등학생 선수는 국가대표가 되고 국제대회에 나서야만 화약 사격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등학생 선수부터 화약 사격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1발에 200~300원 하는 탄환값이 만만치 않은 경제적인 문제가 있으나 정책적인 도움과 보조가 뒤따른다면 가능할 것이다.

이웃 일본과 중국 선수들만 하더라도 거의 군인 신분이어서 사격 경험에 있어서는 한국 선수들보다 한 수 위다.

또 초등학교에서는 바이애슬론을 즐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 선수처럼 훈련을 하다보니 흥미를 빨리 잃고 자발성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 여자선수 경쟁력 확인, 차세대 선수 급부상 절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바이애슬론은 여자 선수들의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개인 경기와 더불어 계주에서도 가능성이 기대되는데 확실한 실력을 보유한 선수가 4명 가운데 2명 이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차세대 선수들의 급부상이 절실하다. 물론 남자 선수들도 세계 수준의 도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한국 바이애슬론이 세계 수준의 경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국내에서 1인자로 안주할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 박지애(왼쪽부터), 김경남, 김선수 등 한국 바이애슬론 대표팀 선수들이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 열린 세계바이애슬론 선수권에서 경기를 마친 뒤 휴식시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성봉주 박사 제공]

정부나 협회에서도 선수들의 훈련환경 조성을 위해 경제적인 지원과 협조가 지속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 심폐지구력 향상을 위한 훈련 외에도 명중률을 90%대로 높이기 위한 사격실력 향상도 필요하다. 여기에 저변확대의 노력까지 병행된다면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사격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화약총 실시 연령을 고등학교 수준으로 낮추고 사격능력을 분석해주는 사격 분석 시뮬레이터 프로그램 구입을 통한 적극적 운영도 필요하다.

한국 선수단은 앞으로 남자 20km 개인, 여자 15km 개인, 남자 30km 릴레이, 여자 24km 릴레이, 남자 15km 매스 스타트, 여자 12.5km 매스 스타트 등을 남겨놓고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고 심폐지구력과 사격실력을 더욱 길러 다음 세계무대와 평창 올림픽을 면밀하게 대비하길 기대해본다.

onjours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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