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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봉주 박사의 현장 관전기] ② 바이애슬론 트렌드, 빠른 랩타임과 사격명중률이 승부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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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봉주 박사의 현장 관전기] ② 바이애슬론 트렌드, 빠른 랩타임과 사격명중률이 승부 가른다
  • 한국스포츠개발원 성봉주 박사
  • 승인 2015.03.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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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세계선수권 여자 15km 개인경기 분석…문지희 76위, 심폐지구력·사격명중력 모두 보완 필요

[편집자주] 한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으로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평창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빙상 종목 위주에서 썰매 종목과 설상 종목에서도 선전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설상 종목인 바이애슬론은 설원을 주행하면서 연이어 사격을 하는 스포츠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98개 가운데 11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성봉주 박사는 현재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이 열리고 있는 핀란드 콘티올라티 현장을 찾아 세계 바이애슬론의 현황과 한국 바이애슬론의 도약을 위한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성봉주 박사는 아직 한국 스포츠팬들에게 낯선 바이애슬론 종목을 집중 연구해오고 있는 권위자다.

▲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 열린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에서 김종민(왼쪽부터), 우크라이나 선수 율리아 지마, 벤트제슬라브 한국 대표팀 감독, 최두진, 김용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마는 소치 동계올림픽 혼성 릴레이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로 여자 개인 15km에서 38위에 올랐다. [사진=성봉주 박사 제공]

[콘티올라티(핀란드)=한국스포츠개발원 성봉주 박사]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은 1958년에 처음 창설돼 57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처음에는 남자 20km 개인경기 한 종목만 있었지만 지금은 남녀 개인 종목 외에 남녀 스프린트, 남녀 추적, 남녀 릴레이, 남녀 집단출발, 혼성 릴레이까지 11개 종목으로 늘어났다. 주요 대회에서는 6위까지 수상한다. 이 가운데 여자부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부터 시작됐으니 역사는 23년 정도로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대회 여자 15km 개인경기 결승전에 한국을 대표해 문지희(27·전남연맹)와 김경남(22·평창군청)이 출전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오후 6시 15분부터 30초 간격으로 101명의 선수가 출발선에서 스타트했는데 문지희는 1번 선수보다 12분 30초 뒤인 25번째, 김경남은 43분 30초 뒤인 87번째로 출발했다.

문지희는 49분10초2의 기록으로 76위, 김경남은 55분50초2로 100위에 그쳤다. 우승은 20발을 모두 정확하게 명중하며 41분32초2를 기록한 예카테리나 유르로바(러시아)가 차지했다.

◆ 장거리 경쟁, 심폐지구력과 지구력이 주행실력 결정

여자 15km 개인 경기는 3km를 5바퀴 돌면서 3km마다 중간에 복사-입사-복사-입사 순으로 5발을 사격한다. 맞히지 못하면 한 발당 1분의 기록이 더 추가된다. 다른 선수보다 1분이 앞서 들어와도 두 발을 놓치면 오히려 1분 뒤지는 기록이 된다. 따라서 빨리 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몇 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히 쏴야 한다.

▲ 핀란드의 카이자 마카라이넨이 12일(한국시간)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 열린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 여자 15km 개인 경기에서 사격을 마친 뒤 주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성봉주 박사 제공]

그렇다고 사격시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명중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일렬로 배치되어 있는 50m 거리의 표적지는 처음 사격 후 리듬에 따라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다.

15km 개인 경기는 7.5km 스프린트나 10km 추적 경기에 비해 장거리, 장시간 경쟁이어서 심폐지구력의 차이가 주행실력을 결정한다. 장시간 반복되는 사격에서도 흔들림이 없어야 하는 지구력도 중요하다. 문지희가 여자 스프린트에서 55위, 여자 추적에서 51위로 선전한 것은 훌륭했지만 여자 개인 경기에서는 76위로 밀려 지구력에서는 아직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세계 정상권 선수들의 기록을 비교하면 사격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카이자 마카라이넨(핀란드)는 여자 개인경기 공동 1위의 선수이며 다르야 돔라체바(벨라루스) 역시 시즌 종합 1위와 개인경기 공동 1위를 자랑하는 우수한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들은 주행시간도 첫 바퀴에서 6분대를 기록할 정도로 매우 빨랐으며 이후 랩 타임도 7분 10초에서 20초대로 최고 수준이었다. 사격시간도 적당했다. 그러나 마카라이넨은 3위, 돔라체바는 16위에 그쳤다. 순위를 가른 것은 바로 사격 실수였다. 마카라이넨은 2발을 놓치는데 그쳤지만 돔라체바는 4발을 놓쳤다.

▲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 열린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에서 벤트제슬라브 한국 대표팀 감독(왼쪽)과 한국스포츠개발원 성봉주 박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성봉주 박사 제공]

◆ 사격 명중률의 미세한 차이, 순위서는 엄청난 격차

우승을 차지한 유르로바는 완벽한 사격실력을 보여주면서도 사격시간은 복사 29초, 입사 27초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빠르고 정확하기까지 했다.

가장 이상적인 사격이 유르로바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쏘는 것인만큼 이를 중점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돔라체바는 복사를 35초대 쐈는데 입사에서는 40초 정도 길게 신중을 기했는데도 3발을 놓쳤다. 이는 사격시간이 길다고 해서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님을 입증한다. 100% 명중하는 선수들은 복사 35초 내외, 입사 30초 내외의 시간을 배정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문지희는 사격시간에서는 적절했다. 복사의 경우 35.3초와 35.8초, 입사에서는 27.6초와 30.3초 정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정확도에서는 안정되지 못했다.

여자 15km 개인경기에서 1위부터 10위까지 선수들의 사격 기록을 보면 보면 평균 20발 가운데 1.4개를 놓쳐 93%의 명중률을 보였다. 하지만 문지희와 김경남은 5발을 놓쳐 75%의 명중률에 그쳤다.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상위 입상을 위해서는 90% 이상의 명중률이 필요하다. 세계 정상권인 돔라체바가 4발을 놓친 것만으로 16위로 밀려난 것도 좋은 예다.

▲ 핀란드의 카이자 마카라이넨이 12일(한국시간)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 열린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 여자 15km 개인 경기에서 사격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성봉주 박사 제공]

또 중점적으로 훈련해야 할 것은 바로 심폐지구력이다. 문지희가 90%의 사격 명중률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이날 기록은 35위권에 해당했다. 3km 랩타임이 첫 바퀴에서는 7분 이내, 이후 7분 20초대를 기록해야 하는데 문지희는 첫 바퀴 7분 43초, 이후 8분대에 그쳤다. 20~30초를 단축시켜야 한다. 물론 대회 장소마다 랩타임 오차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기록으로는 상위 입상이 힘들다.

심폐지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중장거리 달리기, 계단오르내리기, 자전거 타기 등 다양한 훈련 방법이 있다. 훈련 순서에서 보면 체력 보강이 먼저이며 체력훈련 후 강한 지구성 체력을 바탕으로 정확한 스키 기술의 접목이 필요하다.

기술이나 폼은 이미 습관화되어 있어 짧은 시간에 변화하기가 어렵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의 동작을 반복해서 보고 자신의 폼과 비교를 통해 시정해보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직 폼이 완성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에게 운동역학적인 폼 교정과 처방을 병행해 주는 것이다.

사격의 경우 실제 상황과 비슷하게 심박수가 분당 170~180회 정도에서의 훈련이 필요하고 사격 전문코치를 영입하는 방법도 절실하다.

또 사격훈련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의 도임과 활용도 사격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영점 조절과 리듬사격 방법 등 바이애슬론 경기상황에 맞는 사격술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 오스트리아의 리사 하우저가 12일(한국시간) 핀란드 콘티올라티에서 열린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 여자 15km 개인 경기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사진=성봉주 박사 제공]

■ 주요 선수 사격 및 주행시간 비교

선수명 1바퀴(복사) 2바퀴(입사) 3바퀴(복사) 4바퀴(입사) 5바퀴 최종순위
예카테리나
유르로바
사격시간 28.4초(0) 26.4초(0) 29.0초(0) 28.7초(0) 0 1위
41분32초2
주행시간 7분6초 7분39초 7분43초 7분53초 7분35초
카이자
마카라이넨
사격시간 37.0초(0) 37.5초(1) 41.4초(1) 30.6초(0) 2 3위
41분56초6
주행시간 6분53초 7분16초 7분21초 7분28초 6분49초
다르야
돔라체바
사격시간 35.6초(0) 40.2초(3) 34.8초(0) 29.6초(1) 4 16위
44분26초8
주행시간 7분1초 7분18초 7분24초 7분30초 7분13초
문지희 사격시간 35.3초(1) 30.3초(1) 35.8초(2) 27.6초(1) 5 76위
49분10초2
주행시간 7분43초 8분3초 8분11초 8분8초 8분5초

 ※ 1~4바취 사격시간 옆 괄호 안 숫자는 맞히지 못한 탄환수. 5바퀴의 사격시간 숫자는 맞히지 못한 격발 탄환수 합계.

■ 필자 성봉주 박사는?

1963년생. 서울대학교서 교육학 학사 및 석사, 국민대학교서 이학박사(운동생리학 전공). 2002년 한국스포츠개발원에 들어간 뒤 바이애슬론 선수 기량 발전을 위한 연구에 이바지하고 있다. 소치 올림릭 당시 SBS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바이애슬론 외에도 육상과 배드민턴, 승마 종목 대표선수 지원, 다이어트, 건강, 운동생리학, 운동처방, 트레이닝 등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대한노르딕워킹연맹 회장과 한국스포츠개발원 기획조정팀장 및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한육상경기연맹 스포츠과학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onjours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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