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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14) 최연소 태극역사 함은지 '갈 길은 멀어도 열정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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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14) 최연소 태극역사 함은지 '갈 길은 멀어도 열정은 뜨겁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17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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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입학하면서 역도 입문, 고3에 대표팀 발탁…빠른 성장세,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욕심

[300자 Tip!] 모든 선수들에게 '태극마크', 대표팀은 그야말로 꿈이다. 한국에서 최고로 잘하는 선수들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런데 대표팀 선수로 전세계 선수들과 겨루는 올림픽 본선 무대에 나가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태극마크를 달았다고 해서 올림픽 본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고생 역사 함은지(18·원주여고)에게 올림픽 본선의 꿈은 희망만이 아닌 가능성이다. 불과 2, 3년전만 하더라도 대표선수는 그에게 꿈이었지만 지금 최연소 역도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 여고생 역사 함은지는 중학교 1학년때 역도에 입문한 뒤 불과 5년 만에 한국 여자역도의 기대주가 됐다. 지난해 전국체전 여고부 53kg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최연소 대표선수가 된 그의 목표는 바로 내년 리우 올림픽 출전이다.

[태릉=글 스포츠Q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지금 생각하면 참 민망한 기록이죠."

함은지는 아직 2010년 3월 춘계전국대회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2010년 1월 아버지를 따라 역도장을 찾았던 그는 역도 입문 2개월만에 치악중학교 소속 선수로 춘계대회 여자 53kg급에 출전했다. 기록은 인상 25kg, 용상 40kg. 출전 선수 4명 가운데 3위였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나간 것이었어요. 경험 쌓으려고요. 전혀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에 나갔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민망한 기록이죠. 그냥 감독 선생님 시키는대로만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인상에서 80kg, 용상에서 105kg 정도 드니까 정말 많이 성장했죠."

함은지가 입문 당시 기록을 민망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과 5년 전 이 때 그저 역도 초년생이었던 그는 이제 태릉선수촌에서 역기를 드는 어엿한 여고생 역사가 되어 있다. 이쯤 되면 정말 무서운 성장 속도다.

▲ 함은지는 부친을 따라 역도장에 간 이후 흥미를 느껴 역도를 시작했다. 입문 2개월만에 합계 65kg를 들었던 그는 1년만에 합계 145kg로 80kg이나 늘었다. 1년 동안 역도 훈련에만 매진한 결과였다.

◆ 장미란·윤진희 대선배를 보며 키운 대표 선수의 꿈

"태릉선수촌에 온 것은 나라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이잖아요. 처음 뽑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펄쩍 뛰었어요."

지난해 전국체전 여고부 53kg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대표팀에 선발될 것이라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함은지다. 그러나 대한역도연맹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그 이후를 대비해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한 충격과 아쉬움을 딛고 새로운 출발과 도약을 하는 시점에서 함은지는 세대교체의 표본이라고 할만하다.

함은지는 '스포츠 가문'을 빛내고 있다. 아버지 함승호 씨는 육민관고에서 육상을 지도하고 있다. 함은지 역시 초등학교 때는 육상 100m 선수로 뛰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역도를 권유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피해다녔다.

2010년 1월 운동하러 나가자는 부친의 말을 듣고 따라나선 것이 역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피할 새도 없이 역도장에 들어갔다. 그동안 역도하기 싫어 피하기만 했던 함은지는 '신세계'를 봤다. 엄청 무거운 역기를 가볍게 들어올리는 언니들의 모습이 신기했다. 역도에 흥미가 생겼다.

"처음에는 아빠한테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런데 역도장에 막상 들어오자마자 새로운 세계가 보였어요. 게다가 혼자 하는 스포츠라 각자 자기 할 것만 하는 것을 보면서 묘한 느낌도 들었어요."

▲ 함은지는 처음 역도장에 들어섰을 때 역기를 힘들이지 않고 들어올리는 언니들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역도장에서 신세계를 경험한 그는 이제 리우 올림픽 도전에 당차게 나섰다.

역도 명문 치악중학교에 들어간 함은지는 처음에 기초적인 것을 배우고 팔 굽혀펴기를 하며 체력을 키웠다. 코치는 처음 역도를 경험하는 함은지에게 격려와 칭찬을 해주며 자신감을 일깨웠다. 칭찬은 함은지를 춤추게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출전했던 춘계 대회에서 본인 스스로 민망한 기록을 냈던 함은지는 이듬해 부쩍 실력이 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피나는 훈련이 있었다. 한번 봉을 잡으면 10분, 20분은 보통이었다. 체력훈련도 병행했다. 2학년이 되니 인상 65kg, 용상 80kg로 늘었다. 불과 1년 사이에 인상과 용상에서 40kg를 더 들 수 있게 됐다.

"중학교 3학년 때는 기록을 늘리기보다 자세를 잡는 것이 중점을 뒀어요. 기록은 많이 늘지 않았지만 가볍게 들 수 있게 됐어요."

중학교 2학년이던 2011년 소년체전 당시 그의 기록은 인상 60kg, 용상 70kg. 합계 130kg을 기록했다. 인상과 합계에서 은메달, 용상에서 동메달이었다. 이어 2012년 소년체전에서는 인상 67kg과 용상 85kg으로 합계 152kg를 들었다. 인상에서 은메달, 용상과 합계에서는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그런 그에게 더욱 동기 부여가 됐던 것은 2012년 말 윤진희(29·원주시청)가 원주에서 훈련하는 것을 직접 본 것이었다. 원주 출신 대선배의 훈련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훈련하는 모습을 봤는데 우리와 너무나 달랐어요. 존경스럽고 경이로웠어요. 다른 선수들은 긴장하는 모습이었는데 너무나 여유롭게 훈련하는 모습이 대단해보였어요. 아우라가 느껴지더라구요. 자각을 하는 계기가 됐죠."

▲ 함은지는 승부욕이 대단하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하지만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악바리처럼 역기를 들어올린다. 자신도 "내 속에 또 다른 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 지기 싫어하는 악바리 "제 안에 또 다른 제가 있나 봐요"

그런 그에게 슬럼프도 있었다. 처음으로 나갔던 2013년 전국체전에서 기록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당시 기록은 인상 70kg과 용상 90kg으로 합계 160kg였다. 1년 전 소년체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용상과 합계에서 동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다행히 감독 선생님께서 정신차리라고 꾸중하면서도 많이 다독여주셨어요. 심하게 혼날 줄 알았는데."

함은지는 자신 스스로 실전에서 약한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훈련 때는 좋은 기록이 나오지만 막상 대회에 출전하면 긴장을 하는 나머지 평소 훈련의 70~80%도 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자신 스스로 이러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훈련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75kg을 드는 것을 하나씩 하던 것을 3개씩으로 늘리면서 더욱 자신감을 키웠다. 그러자 경기 때도 안정적인 기록이 나오기 시작했다.

"평소 성격은 좀 내성적이에요. 그런데 지기 싫어하고 자존심도 세요. 악바리 근성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인기를 모으 드라마 '킬미힐미'처럼 다중인격인 것 아니냐고 장난스럽게 물었더니 까르르 웃는다.

"제 안에 또 다른 제가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처럼. 그러면 뭐 어때요. 잘하고 있잖아요."

▲ 함은지는 장미란, 윤진희 등이 나온 원주여고를 다니고 있다. 원주 역도의 차세대 주자다. 치악중, 원주여고, 원주시청 선수들이 함께 훈련했을 당시 윤진희의 모습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보통 역도 선수라고 하면 우락부락한 인상을 생각하기 쉽지만 함은지는 이제 여고 졸업반 학생다운 풋풋함마저 느껴진다. 처음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노련함보다 순수함이 묻어난다.

"원주에서 훈련할 때보다 너무 좋죠. 그냥 고등학생 선수로 뛰는 것과는 또 다르잖아요. 언니들 자세도 자세히 보게 되고 긴장도 하게 되구요. 다행히 언니들이 너무나 잘해주세요."

현재 대표팀 막내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그는 현재 치아교정도 하고 있다.

"앞니가 안쪽으로 들어가있는 부정교합이었거든요. 시작한지 1년이 됐는데 치아교정을 하니까 역기를 들 때 힘을 주는 것도 더 편해졌어요. 마우스가드를 하면 더 좋다고 하는데 치아교정이 마치면 그것도 해보고 싶어요."

◆ 유망주에서 이젠 초고교급 스타로 "올림픽 꼭 나가고 싶어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인상 79kg, 용상 100kg를 들어 합계 179kg로 당당하게 3관왕에 오른 그는 이제 또 다른 높은 목표인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그저 꿈이었고 희망이기만 했던 대표팀에 들어왔듯이 올림픽이라는 높은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일단 현재 목표는 당연히 올림픽 본선이죠. 너무 나가고 싶어요. 출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해서 더욱 욕심이 나요. 역시 올림픽에 나가려면 세계선수권에 많이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겠죠.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요."

▲ 함은지의 체급인 여자 53kg에는 런던 올림픽과 인천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놓고 다투는 줄피야 친샨로(카자흐스탄)와 쉬슈징(대만)이 있다. 그러나 함은지도 아직 나이가 어린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함은지의 체급인 53kg급의 최강자는 줄피야 친샨로(22·카자흐스탄)와 쉬슈징(24·대만)이다. 친샨로와 쉬슈징이 2012 런던 올림픽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세계역도선수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주고 받았다.

친샨로는 런던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고 쉬슈징은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 쉬슈징이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기록이 인상 101kg과 용상 132kg로 합계 233kg였다. 함은지가 따라잡기엔 아직 벽이 높다. 친샨로는 함은지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5년 전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 합계 65kg를 들었던 그가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합계 179kg를 들어올릴 것이라고 상상을 했을까. 처음 역도를 권유했던 부친의 조언대로 남들이 10개 들어올릴 때 15개를 들어올리고 있다는 함은지이기에 더욱 성장 가능성이 높다.

"여고생 역사, 대표팀 최연소 역사라는 얘기를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해요. 아직 갈 길도 멀고 발전하고 보완해야 할 것도 많아요. 경험도 쌓아야죠. 정말 좋은 선수,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 함은지는 역도에 열중하는 역사이지만 대표팀에서는 아직까지 귀여운 막내다. 대표팀 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취재후기] 53kg급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함은지가 우상으로 생각하는 윤진희가 은메달을 따냈던 종목이다. 당시 그는 인상 94kg, 용상 119kg로 합계 213kg를 들어올렸다. 아직 함은지가 윤진희를 따라가려면 20kg씩을 더 들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함은지는 분명 윤진희의 뒤를 이어 차세대 한국 여자 경랑급 역도 스타가 될 자질을 갖고 있다. 승부욕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함은지가 발전 속도가 빠르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낭랑 18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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