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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8) 김희라, '틀면 나와'? 나는 '대기만성' 배우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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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8) 김희라, '틀면 나와'? 나는 '대기만성' 배우 (上)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3.14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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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실제상황',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서프라이즈' 등 다양한 재구성 프로그램의 주연,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대장금', '동이', '이산', '있을때 잘해', '보석비빔밥', '분홍립스틱', '내사랑 내곁에', '백만송이 장미'….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배우 김희라(46).

"제 별명이 '틀면 나와'였어요. 어떤 섭외든 역을 안 가리고 했거든요. 연기한지 20년 정도 됐는데,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 피가 끓어요. 일이 없으면 아프고 늘어지는데, 섭외가 들어오면 말끔히 낫더라고요. 제겐 연기가 뽀빠이의 '시금치'같은 거예요.(웃음)"

◆ '얼굴만 있는 배우'? 이름 석 자 '김희라' 아시면 감동

"한때 '얼굴없는 가수' 마케팅을 하시는 분들이 있었죠. 제 경우는 '얼굴만 있는 연기자'인 것 같아요. 얼굴은 다 알아보시는데, 정작 이름은 모르거든요. 유명 스타가 지나가면 이름을 부르지만 절 보고선 'TV 나오는 아주머니'라고 하죠."

어디서든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름까지 아는 경우는 드물다. 김희라는 "먼저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제 이름을 모르고 우물쭈물할 때면 답답하기도 하다"고 했다. 굵직한 역보다는 조연과 단역을 오가고, 아직까지는 대표작이 없는 까닭이다.

▲ KBS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사랑은 노래를 타고' 출연 모습. [사진=김희라]

"'저 김희라라는 배우예요' 말씀드리고 싶을 때도 많아요. 그래도 지금은 열 분 중 두 분 정도는 제 이름을 아세요. '김희라씨죠?' 물어주실 땐 너무나 큰 감동이 와요. 정말 감사하죠."

현재는 KBS 2TV 'TV소설 그래도 푸르른 날에'에 출연 중이며 MBC 새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에도 출연 예정이다. '그래도 푸르른 날에'에는 '아낙 1'로 출연한다. 아낙 1, 2, 3 중 가장 대사와 분량이 많다.

옛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라 전라남도 순천까지 왕복 10시간을 운전해 다녀온다. "촬영 다녀오는 길에 휴게소마다 들러 졸음을 해결했더니 집에 도착하니 아침이었다"며 그는 유쾌하게 웃어 보인다.

◆ 무대에서 쓰러져 죽음 문턱까지 다녀왔던 청년기, 연기로 되찾은 행복

김희라는 10년 정도 연기생활을 접은 적이 있다. 한 놀이공원의 공연부에 들어가 3년쯤 일하다 무대에서 쓰러진 이후였다. 방송사 공채 탤런트 시험을 봤지만 필기, 실기를 넘어 카메라 테스트에서 늘 미끄러져, 생계를 위해 들어갔던 공연부였다. 집안이 어려워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해 일하다 일어난 일이었다.

"4~5개월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병원비로 그동안 벌었던 돈을 다 써 버렸죠.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어요. 기적처럼 살아난 후로는 연기를 쉬게 됐죠."

 

생계를 위해 일을 찾던 때, 생각난 것이 대학시절 무대분장을 배우며 손재주가 좋다고 들었던 칭찬이었다. 김희라는 미용과 메이크업을 배워 미용실을 운영했다. 그러나 돈은 벌었으나 하고픈 일을 하지 못하니 행복하지는 않았다.

"미용실에서 TV 속 연기자들을 보면서 '나도 연기할 수 있는데 왜 파마를 하고 있지?' 생각이 들더군요. 손님이 원하는 머리모양을 만들어주는 데 뿌듯함은 있었지만 정작 내 행복은 없었던 거예요."

이후 1998년경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주부모델 일부터 시작해 방송 등 출연료를 안 받다시피하며 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녔다. 짧지 않은 공백에도 그가 빠르게 자리를 잡고 캐스팅 디렉터들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안정적인 연기력 덕분이다. 이는 아역 출신으로 중학교 때부터 연기 수업을 받아온 데 이유가 있었다.

◆ 10년 넘는 공백 이겨낸 이유, 아역부터 쌓아온 기본기 탄탄

김희라는 경기도 여주 출신이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컬러TV를 갖고 있던 그의 집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곤 했다. 김희라는 TV 드라마를 보며 막연하게 연기자를 꿈꿨다.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을 적어내는 날, '탤런트'라고 적어낸 것이 꿈으로의 첫 걸음이었다.

"다들 '선생님' '현모양처'를 적어낼 때 저 혼자 탤런트라고 적었다가 웃음거리가 됐어요. 친구들이 '탤런트가 되려면 서울에서 공부해야 돼', '예쁜 사람만 연기할 수 있어' 라고 했죠. 그 후로는 밖으로는 티내지 않고 꿈을 간직하고만 있었어요."

 

그러다 어린이신문의 'TV 탤런트 모집' 광고를 보게 됐다. 지금의 연기 학원과 같은 곳이었다. 학원 시험을 보게 해 달라고 엄마를 조르자, 두 여동생과 함께 시험을 보라는 말이 돌아왔다.

"제 동생들도 끼가 있거든요. 그리고 딸이 셋인데 제가 가장 못생겼어요.(웃음) 엄마께서 '동생들이 시험 봐야지. 넌 봐 봤자 떨어져' 하셨죠. 셋이 시험을 보러 갔는데 저 혼자 덜컥 붙은 거예요."

중학생 1학년 때부터 김희라의 연기 수업이 시작됐다.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동생에게 맡기고, 서울로 가 버스를 갈아타고 막차가 끊기면 외할머니 집에서 밤을 보내고 오는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3년간 연기를 배웠다.

"서울 을지로의 '꽃사슴아동극단'이라는 곳이었어요. 갈아탔던 버스 번호까지 기억나요.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동극도 공연하고, 교육방송에도 출연했죠. 첫 출연료로 누런 편지봉투에 6천원을 받아서 어머니를 드렸더니, '귀한 돈이라 못 쓰겠다'고 소중히 장롱에 간직해 두셨죠. 나중에 다 도둑맞아 버렸지만요."

이후 안양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예술대학교에 진학해 연기를 전공했다. 아역부터 차근히 연기 코스를 밟아온 셈이다.

"어릴 때부터 배웠으니 아무래도 기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카메라가 가득한 촬영장에 오면 긴장과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카메라 앞이 참 편해요."

▲ '대장금', '동이' 등 각종 사극에 출연했다. [사진=김희라 제공]

◆ 가장 자신있는 연기? 타이밍 맞게 흘리는 '눈물의 고수'

김희라가 가장 자신있는 연기는 눈물 연기다. 학창 시절, "연기 좀 해봐"라는 친구들의 요청에 눈물 연기로 친구들을 울리기도 했고, MBC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촬영에서는 가족, 친구와 헤어진 시청자의 사연을 연기하며 눈물을 많이 쏟았다.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안약 없이 연기하다 보면 촬영 막바지에는 눈물이 말라붙곤 했다.

눈물 연기와 관련해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는 당시 인기리 방송된 '고교생 일기'의 촬영 때였다. 당시 그는 주인공 채시라, 하희라 등의 배경이 되는 주변 친구들로 출연했다. 휴식시간에도 쉬지 않고 연습하던 김희라에게 어느날 기회가 주어졌다. 선생님의 훈화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학생의 모습으로 단독 숏을 받게 된 것이다.

"카메라가 제게 오는 순간 눈물을 툭, 흘렸어요. 연기를 잘 했는데, 제 다음 순서 배우가 NG를 내서 감독님이 다시 한번 찍자고 하시는 거예요. 이미 제 감정은 이미 깨져있는 상태였는데 말이에요.(웃음)"

 

다시는 기회가 안 올 것 같아 어떻게든 울어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김희라의 선택은?

"혀를 깨물었어요. 아픔에 눈물이 툭 떨어졌죠. 핏물이 고였는데도 감독님의 칭찬에 모른 척 웃었던 게 기억나네요.(웃음)"

물론 지금은 타이밍에 맞게 눈물을 조절할 수 있다. 필요한 때에 순식간에 감정을 끌어올려 눈물을 툭 떨구면, 현장 스태프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는 베테랑이 됐다.

[히든스타 릴레이]⑧ 김희라, "새로운 도전, 가수 데뷔 기대하세요" (下) 에서 이어집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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