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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의 배려, 차두리의 행복한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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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의 배려, 차두리의 행복한 은퇴식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1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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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전 선발 출전, 전반 종료 직전 교체 예정…A매치 76경기로 공식 마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차미네이터' 차두리(35·FC 서울)에게 배려라는 마지막 선물을 한다.

차두리는 1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회의실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발표한 3월 A매치 2연전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 23명에 포함됐다.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차두리는 이번 대표팀 명단 소집으로 자신의 은퇴식 때 마지막 A매치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차두리의 A매치 공식 출전인 75경기가 아닌 76경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차두리는 지난 1월 호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전이 끝난 뒤 대표팀 유니폼을 벗을 예정이었다. 어쩌면 이날 경기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호주를 꺾고 아시안컵 정상에 올랐다면 가장 행복한 A매치 은퇴 경기가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연장 후반에 결승골을 허용, 1-2로 지면서 우승이 좌절되자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도 바뀌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명단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차두리에 마지막 배려를 한 것은 아시안컵 출전에 대한 보답 차원이다. 차두리는 이미 지난해 열정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대표팀은 물론이고 현역 은퇴까지 고려했다. 이를 만류한 사람이 바로 슈틸리케 감독과 서울의 최용수(44) 감독이었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에 차두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설득했고 결국 아시안컵 출전을 성사시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의 발탁 배경에 대해 "차두리와 이미 면담했고 대표팀 은퇴 의사를 분명하게 들었다"며 "그러나 단순히 관중석에서 선수가 걸어나와 은퇴식을 하는 소극적인 방식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선수가 현역에서 완전히 물러난 상태라면 모르겠지만 차두리는 아직 서울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라며 "은퇴식이 아니라 은퇴 경기를 치러주고 싶었다. 자부심을 갖고 대표팀에서 뛴 선수이기 때문에 이런 자리는 당연하다"고 밝혔다. 차두리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나도 선수였다면 관중석에서 은퇴식 하러 내려와서 꽃다발 받는 것보다 경기를 뛴 다음에 은퇴식을 치르는 편을 택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를 서둘러 부르지 않을 방침이다. 소속팀 서울이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까지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이 오는 24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되는 것과 달리 차두리는 우즈베키스탄과 A매치를 마치고 난 뒤인 29일에 오전에 소집된다. 오직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뉴질랜드와 경기에만 초점을 맞춘다. 또 선발로 출전시키되 전반 끝나기 2, 3분 전쯤에 교체시켜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나가게 할 예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아름다운 배려에 차두리는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대표팀 은퇴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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