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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은 검증된 선수만 오는 곳" 슈틸리케의 분명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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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은 검증된 선수만 오는 곳" 슈틸리케의 분명한 철학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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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김신욱·이근호 등 출전시간 부족 대표팀 제외…소속팀 주전들에겐 기회 부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대표팀 운영 철학이 다시 한번 명단에서 드러났다. 검증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선수만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당연한 명제지만 그동안 한국 축구에서 원칙에 어긋나는 경우도 있었기에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1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27일과 31일 대전월드컵경기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와 A매치 2연전을 치를 대표팀 명단 23명을 발표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부상에서 회복해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에 복귀한 김신욱(27·울산 현대)과 이동국(36·전북 현대)의 발탁 여부였다. 그들의 이름값이나 활약도를 생각한다면 발탁해도 별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단칼에 잘라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회의실에서 대표팀 선수 명단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자신이 눈여겨봤던 선수들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눈여겨봤다는 것은 이미 K리그 클래식 경기를 지켜보면서 경기력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당연히 팀의 주전들이다. 이로 인해 이재성(23·전북 현대)과 김은선(27·수원 삼성)이 새로운 얼굴이 됐다.

이들은 아직까지 A매치 경험이 없지만 지난해 12월 실시했던 제주도 전지훈련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이재성과 김은선 모두 '제2의 이정협(24·상무 상무)'을 꿈꾼다. 물론 이정협도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

◆ 경기력 좋지 못하거나 출전 기회 적은 선수 과감히 제외

경기력이 뛰어나지 못하거나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는 아무리 스타급 선수라도 제외시킨다. 그러나 이적 등을 통해 출전 기회를 늘려간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과 김보경(26·위건 애슬레틱)이 발탁됐다. 이들 모두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이후 단 한 차례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동원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전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지동원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아우크스부르크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아직까지 골을 신고하진 못했지만 출전 기회가 계속 주어지고 있다.

이는 김보경도 마찬가지다. 카디프 시티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린 김보경은 방출된 뒤 위건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김보경은 지난 1일 블랙풀전에 이어 지난 8일 노리치 시티와 경기까지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주전 자리를 확실하게 꿰차고 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7일 대표팀 선수 명단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지동원과 김보경은 최근 3개월 사이에 소속팀의 입지가 급격하게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동원이나 김보경이 대표팀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지난 8개월 동안 잊혀졌던 자신들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동국과 김신욱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동국과 김신욱의 발탁에 대해 "이동국이 과연 K리그 클래식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뛰었느냐"며 "대표팀은 선택받은 자, 검증받은 선수가 들어오는 곳이다. 문턱이 낮아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동국이 대표팀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먼저 소속팀에서 경기력을 입증하라는 것이다.

이어 "김신욱은 이동국보다 출전시간이 길긴 하지만 계속 교체로 나서고 있다. 이는 몸 상태가 아직까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계속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다는 긍정 메시지를 주기 위해 대기명단에 올렸다. 그래도 김신욱의 골은 포항 골키퍼 신화용의 자책골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함께 했던 이근호(30·엘 자이시)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팀이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잘 나가고 있을 때도 냉정함을 유지하며 고칠 것은 바꿔야 한다"며 "이근호는 아시안컵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현재 소속팀에서도 교체로만 나서고 있다. 예의와 팀에 대한 헌신에서는 좋은 선수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표팀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경기장에서 자신이 자격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아직까지 이동국(오른쪽)의 경기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했다. 반면 김기희는 대표팀 명단에 들었다. 사진은 지난 14일 서울과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하고 있는 이동국과 김기희. [사진=스포츠Q DB]

◆ 이재성·김은선의 과감한 발탁, 안정 속 변화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일궈낸 멤버들을 일부 제외하고 6명의 새로운 선수를 발탁했다. 안정 속 변화를 꾀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나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명단을 많이 바꿀 필요가 없었다. 경기력이 나쁘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큰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23명 가운데 6명이 새로운 얼굴이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미래에는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 변화를 줘야 할 것은 줘야 한다"며 "우수한 자원이 있고 특출난 선수가 있다면 기회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그럴 이유도 없지만 작은 변화들은 항상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안정 속의 변화다.

이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잡기 위한 것도 있다.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욱 발전해야 한다는 일종의 채찍질이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7일 대표팀 선수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환영 인파의 환대를 받았다"며 "3주만에 호주에서 많은 것을 달성한 것처럼 짧은 시일 내에 그동안 쌓아왔던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을 경기장에서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한다면 박수를 받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안정 속에 변화를 줌으로써 다시 한번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한 것이다.

아시안컵에서 활약했던 몇몇 선수가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정성룡(30·수원 삼성)은 부상 때문에 나설 수 없는 상태고 이근호 역시 소속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하지만 김민우(25·사간 도스)와 조영철(26·카타르SC)도 제외했다. 김민우와 조영철은 23명의 대표팀 명단에 들지 못하고 대기 명단에 있다. 이들은 모두 대표팀 명단에서 부상을 당한 선수가 있을 경우 대체된다.

대신 이재성과 김은선이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재성의 경우 김민우를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성과 김민우의 경쟁 구도가 잡힌 셈이다. 또 김은선도 수비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물론 이들도 대표팀에 들어와 주전경쟁을 이겨내야만 앞으로도 계속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이 이정협의 사례처럼 대표팀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느냐는 오직 자신의 노력에 달렸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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