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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선, 할머니 영전에 바치는 첫 태극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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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선, 할머니 영전에 바치는 첫 태극마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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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전지훈련 도중 별세…올해 대표팀 가겠다는 다짐 지켜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할머니와 약속을 지켰네요. 하늘에 계신 할머니도 너무나 기뻐하실거예요."

울리 슈틸리케(61)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김은선(27·수원 삼성)이 생애 첫 대표팀 발탁에 대한 흥분과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은선은 17일 슈틸리케 감독이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회의실에서 발표한 대표팀 명단 23명에 들어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수원 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표팀에 발탁된 김은선은 이미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에도 참가했다. 아쉽게도 호주 아시안컵까지는 같이 가지 못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김은선을 잊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0월 대표팀 감독에 부임한 이후 쭉 지켜봤다"며 "지난 시즌 수원이 K리그 클래식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있어서 김은선이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이 운동력이 됐다. 제주 전지훈련에서도 지켜봤으며 새로운 모습을 최근 보여주고 있어 발탁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 김은선이 17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발표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 명단에 포함되면서 생애 첫 발탁의 기쁨을 누렸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김은선은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선수 명단을 발표하는 당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악몽에 시달렸다. 꿈에서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몇번 넘기고 마지막에 자동차와 강하게 충돌하면서 비로소 악몽에서 깼다. 진땀을 흘린 악몽에서 깨어나 한숨을 돌리고 나니 모바일 메신저에 대표팀 승선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브리즈번 로어(호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는 김은선은 "솔직히 해외파 선수들이 뽑힐 것으로 생각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동아시아컵때 K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뽑는다고 해서 그 때나 될 줄 알았다"며 "악몽을 꾸고 나서 축하 메시지를 받아서 그런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버지도 많이 기뻐해주셨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이 두세명의 K리그 선수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지만 솔직히 나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에서도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며 ""자체 평가전에서 자책골도 넣고 교체로 나왔다. 주위에서 뽑힐 것 같다고 말해도 '피곤하다'고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안 뽑힐 것 같아 그랬는데 발탁돼 놀랍다"고 말했다.

또 김은선은 지난 겨울 별세한 할머니를 떠올렸다.

김은선은 "스페인 전지훈련을 하는 도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를 모셔둔 납골당에 가서 올해 꼭 태극마크를 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며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계시지 않아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스페인 전지훈련에서도 할머니 전화를 받고 동생 잘 챙기고 건강하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것이 돌아가시기 닷새 전, 마지막 통화였다. 힘들었지만 할머니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독한 마음을 먹고 경기장에서 뛰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은선은 대표팀 발탁 각오에 대해 "첫 발탁이라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다"며 "경기장에 들어가 기회를 잡는다면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 내가 잘하는 부분, 수원에서 하던 궂은 일을 할 생각이다. 몸을 던지며 뛰겠다"고 다짐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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