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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클로저 윤씨' 길현-명준의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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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클로저 윤씨' 길현-명준의 희망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18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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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나란히 등판 1이닝 퍼펙트, 불안감 떨쳐낸 완벽투

[스포츠Q 민기홍 기자] SK와 두산의 행보가 매우 유사하다. 2000년 후반 야구 트렌드를 주도하며 명승부를 자주 연출했던 두 팀은 전임 감독 체제 하에서 지난 시즌 가을야구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단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김 씨 감독들이 새 시즌 수장으로 부임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SK는 육성총괄을 담당했던 김용희 감독이 벤치를 지키고 두산은 현역 시절 OB에서 안방을 맡았던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확실한 마무리가 없다는 점도 그렇다. 김 씨 사령탑들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지난해 불펜에서 고생한 '우완 윤 씨'들에게 중책을 맡겼다. 윤길현(32·SK)과 윤명준(26·두산)이다. ‘초보 마무리’들은 17일 나란히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퍼펙트였다.

▲ 정우람이 돌아왔지만 김용희 감독은 윤길현(사진)을 마무리로 낙점했다. 김 감독이 지난 1월 플로리다 캠프에서 불펜 투구를 하고 있는 윤길현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 KKK쇼, 윤길현 ‘내가 비룡 마무리’ 

윤길현은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범경기 KIA전에서 팀이 7-2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공 11개로 가볍게 요리했다. 박준태, 오두철, 고영우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까지 나왔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날카롭게 꺾여 타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했음을 알리는 투구였다. 앞선 7회에는 정우람까지 가동하며 필승 계투조를 처음으로 시험했다.

윤길현은 오른쪽 허벅지 통증으로 인해 미국 플로리다 캠프에서 중도 하차했다. 이로 인해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가 아닌 대만 재활군에 합류해 몸을 만들었고 지난 15일부터 퓨처스리그 팀과 연습경기를 거쳐 마침내 1군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지난 시즌 SK의 불펜진에서 외롭게 활약했다. 박희수와 박정배가 부상으로 빠진데다 후반기 마무리를 맡았던 랜디 울프가 갑작스럽게 아들의 건강 문제로 고국으로 돌아가며 임시 클로저 역할까지 맡았다. 59경기 57.2이닝, 평균자책점 3.90으로 유일하게 제몫을 해냈다.

정우람이 군에서 복귀했음에도 그는 개막부터 마무리로 나선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리그 최고의 불펜으로 활약했던 그가 붙박이 수호신으로 활약한다면 SK도 다시 왕조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다.

▲ 윤명준은 군입대로 빠진 이용찬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선택받았다. 그는 17일 잠실 NC전에서 1이닝을 퍼펙트로 처리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폭포수 커브’ 윤명준, 안정감 일품 

같은 시간 윤명준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잠실 NC전에서 팀이 3-5로 뒤진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148km에 달하는 직구와 폭포수 커브로 최재원, 지석훈, 강민국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김태형 감독은 당초 이용찬의 군입대로 생긴 마무리 공백을 노경은으로 메울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경은이 애리조나 캠프에서 라이브 피칭을 하다 타구에 얼굴을 맞아 턱 관절이 골절을 당하는 바람에 윤명준을 대체자로 선택했다.

윤명준은 지난해 61경기에 등판해 71.2이닝을 던졌다. 두산 불펜 중 최다 이닝이었다. 연투 능력은 물론이고 145km 이상의 속구와 제구력을 갖춘 그를 뛰어넘을 옵션이 없다. 2년간 혹사당한 어깨를 충분히 쉬게 한 그는 ‘마무리 데뷔전’에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노경은과 김강률이 구위 면에서 윤명준을 앞선다고는 하지만 안정감에서 윤명준을 능가하기는 힘들다. 지난해 3승15패, 평균자책점 9.03을 기록한 노경은은 자신감 회복이 급선무가 김강률은 1군 무대 통산 97이닝을 던졌을 뿐이다.

SK와 두산은 이번 시즌 삼성의 독주를 견제할 유력한 후보들로 꼽히고 있다. 선발진도, 타순도 전력이 탄탄하다. ‘우완 윤 씨’들이 9회에 자주 세리머니를 펼쳐만 준다면 2008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하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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