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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독립리그의 심장' 연천 미라클의 위대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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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독립리그의 심장' 연천 미라클의 위대한 첫 걸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20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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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연천베이스볼파크에서 창단식... 독립리그 패러다임 제시, 도전-희망-용기 가치 강조

[연천=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노민규 기자] 작지만 큰 걸음이다. 연천 미라클이 이름처럼 기적을 이루기 위한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20일 경기도 연천군 고대산 자락에 자리잡은 연천베이스볼파크에서는 한국 유일의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의 창단식이 열렸다. 박정근 구단주, 우수창 단장, 김규선 연천군수,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 등을 비롯한 150여명이 참석해 첫 출발을 축하했다.

미라클 야구단에는 프로의 벽 앞에서 좌절한 선수와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 20여명이 모였다. ‘통일한국의 심장, 미라클 연천’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연천군은 지역 인프라가 조성되지 못해 인구가 5만명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 연천 미라클 선수단이 박정근 구단주(왼쪽), 우수창 단장(오른쪽)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처지가 꼭 닮은 둘은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모토를 내걸고 손을 맞잡았다. 연천군이 1년간 운영자금 2억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타이틀스폰서 권리를 획득해 미라클 야구단의 공식 명칭은 ‘연천 미라클’이 됐다.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는 지난해 9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내 유일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의 책임은 그래서 더 막중하다. 연천군 홍보, ‘야구 낙오자’들을 향한 기회를 주는 것을 넘어 한국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꿈꾸고 있다.

◆ 원더스와는 다르다, 독립리그의 심장을 원한다 

“우여곡절 끝에 창단했습니다. 미라클이 독립리그의 시발점이 돼야 합니다.”

▲ 허구연 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은 "연천 미라클이 자리를 잡으면 독립리그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연천이 독립리그의 심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구연 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은 “연천이 자리를 잡으면 독립리그가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되는 순간 연천군은 독립리그의 심장이 된다”며 “고양의 사례에서 보듯 쉬운 일이 아니다. 힘이 닿는 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고양과 연천은 매년 700여명에 달하는 ‘야구 낙오자’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적잖은 차이가 있다.

선수들 대부분이 퓨처스리그 진입을 목표로 했던 고양과는 달리 연천은 야구를 접하기 힘든 지역에 여러 구단이 창단돼 독립리그를 만드는 것을 꿈꾼다. 재력가 허민 구단주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됐던 고양과는 달리 연천은 다수의 스폰서가 필요하다는 점도 차이다.

▲ 창단식 직후 연천 미라클과 신흥고간의 미니게임이 펼쳐졌다. 3이닝 경기의 승자는 연천 미라클이었다.

우수창 단장은 구단 운영에 대한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재정 문제가 빈약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돈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야구에 대한 노하우와 열정을 갖춘 분들이 모였다. 야구를 사랑하는 분들께서 조금씩 도와주시면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차량으로 2시간이 훌쩍 넘는 연고지의 한계, 맞대결할 팀에 대해서는 “연천으로 부르기보다는 외부 원정을 많이 나갈 것”이라며 “초기에는 고교, 대학 위주로 상대하면서 프로 3군들로 범위를 넓혀나가겠다. 연천을 만날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 미라클이 내세운 원대한 4가지 목표 

주장 배승현 외 19명이 힘찬 목소리로 선서문을 낭독했다. 4가지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연천 미라클은 프로 진출을 목표로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 인성을 함양해 우수한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갖추겠다, 진로가 막힌 이들이 도전·희망·용기를 갖도록 노력하겠다, 독립리그를 창설해 산업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 우수창 단장이 기를 받아들고 미라클 야구단의 창단을 알리고 있다.

창단식을 마친 후 연천은 동두천 신흥고를 상대로 3이닝 미니게임을 가졌다. 신흥고는 지난달 창단한 고교야구 막내팀. 구단 운영을 총괄하는 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ISG)은 새로 출발한다는 상징적인 면을 고려해 연천군과 가장 가까운 팀을 초청했다. 결과는 1-0 승리였다.

부천고, 건국대를 졸업하고 1년간 야구를 쉬었던 배승현은 미라클을 자신의 야구 인생의 마지막 팀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는 “첫 경기라 긴장했다. 현재는 몸 상태가 30%에 불과하다”며 “분위기는 최고조다. 팀워크를 다져나가려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김인식 감독은 “상처받은 선수들이 희망과 꿈을 갖고 도전한다는 자세 자체를 애틋하게 생각하고 높이 평가한다”며 “이틀만 호흡을 맞췄을 뿐이다. 오늘 경기는 기량을 보기보다는 창단에 의미를 두고 가볍게 임했다”고 밝혔다.

▲ 주장 배승현(가운데)이 선수단을 대표해 창단 선서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연천베이스볼파크에 갖춰진 클럽하우스에서 합숙을 시작했다. 오후 훈련이 끝나면 야간에는 개인 운동을 하며 기량 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마해영 해설위원과 김일훈, 최연오 코치가 평일 돌아가며 지도를 맡는다. 김재박 전 LG 감독도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 든든한 서포터, 미라클의 든든한 지원자 

이날 창단식에는 호서대학교 학생들 위주로 구성된 연천 미라클 서포터즈 40여명이 발대식을 갖고 적극적인 홍보를 다짐했다. 홍수림 씨는 “각자의 전공과 재능을 살려 연천 미라클을 알리는데 주력하겠다”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포터즈 중 한 명인 김신일 씨는 지난주 페이스북 팬 페이지를 개설했다. 그는 “‘좋아요’ 수가 어느덧 900명을 넘겼더라. 미라클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며 “현장을 찾아 관람하며 생생한 소식을 전달하겠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 미라클의 초대 사령탑 김인식 감독이 구단 로고를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천 미라클의 첫 대결 상대 신흥고 곽연수 감독은 “한국의 고교야구팀이 60개가 넘었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텐데 실패하더라도 기회를 얻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면서 “하루 빨리 장비와 식대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스폰서가 붙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김규선 연천군수는 “어두운 터널 속에 빠진 연천은 통일이라는 기적을 꿈꾸고 있다. 연천 미라클은 인구가 적은 우리 군의 희망”이라며 “대학을 못 간 선수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미라클이 제2, 제3의 야구단 탄생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지원을 약속했다.

▲ 창단식 직후 가벼운 캐치볼로 몸을 풀고 있는 미라클 선수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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