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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9) 이연선, 엄마의 이름으로 여는 연기 2막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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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9) 이연선, 엄마의 이름으로 여는 연기 2막 (上)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3.2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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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 배우 이연선과 아들 태민.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육아에 힘쓰는 '슈퍼맨' 아빠들처럼 배우 이연선(44)도 요즘 바쁘다. 그는 아들 태민이와 함께 놀며 공부하고, 촬영 때는 연기자로서 카메라 앞에 선다. 2001년 연기를 시작한 그는 올해로 15년차 배우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에 고정 출연 중이다.

◆ '조용한 아주머니' 역, "평범한 외모 때문 아닐까요?"

이연선은 스스로를 "기억에 남는 얼굴은 아닌 편"이라고 했다. 선이 굵은 배우들은 한 두 번만 봐도 기억에 남지만, 그런 외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를 알아본 사람들에게도 배우냐는 물음을 듣기보다 '저희 가게 자주 오셨던 분이죠?'라는 말을 듣는다.

"'좀 예쁘장한 동네 아주머니' 역을 많이 맡았어요.(웃음) 수다스럽거나 나서는 성격도 아니고, 아주 평범한 역할이죠. 외모가 좀 애매한가봐요. 가끔 수다떠는 역이나 싸우는 역을 맡으면 저 스스로도 좀 어색하더라고요. 하하."

스스로 평범한 얼굴이라고 하는 외모는 선한 인상이다. 때문에 '솔로몬의 선택' 등 범죄 상황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도 범인 역은 거의 해 보지 않았다. 자신있는 연기는 눈물 연기다. 그만큼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등에서는 남편의 폭행 등을 이유로 아이를 떠났다가 다시 찾아가는 엄마 역을 많이 맡았다. 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눈물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근 출연한 '실제상황'에서는 출연 5회분에 모두 눈물 연기가 있었다.

"하루에 촬영을 다 마치니까 울다가 웃다가 하는데, 나중에 본방송을 보니 웃는 장면에서도 눈이 퉁퉁 부어있는 게 보이더군요.(웃음) 10여년간 우는 연기를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알바'라는 말에 우연히 시작한 보조출연, 주인공까지 성큼

이연선은 우연한 기회로 연기를 접하게 됐다.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해보겠냐는 친한 동생의 말을 듣고서였다. 용돈을 벌어 원하는 물건을 사고 싶었던 이연선은 방송 보조출연을 시작했다.

"'넌 왜 촬영장에 왔니?' 물어보시면 '돈이 필요해서요' 대답했죠.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저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TV에 나오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은 감히 해 본 적이 없었어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아주 어렸을 때 사촌동생과 '연기 놀이' 같은 걸 했던 건 기억나지만요."

오래 할 생각은 아니었고, 당시 다녔던 직장과 맞지 않는 것 같아 방송을 하며 메이크업과 헤어를 배워 관련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연한 시작이었으나, 점차 비중이 높아졌고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등에 출연하며 주인공까지 맡게 됐다.

"연기가 뭔지도 몰랐고, 제대로 해 본 적 없이 어깨 너머로 봤을 뿐이었는데 감독님 한 분이 잘 봐주셨는지 큰 역할을 덜컥 주셨어요. 자상하게 연기 선생님처럼 가르쳐 주셨죠. 운이 좋았어요."

그의 첫 고정 출연 드라마는 극중 조수아(고두심 분)의 가게 종업원 역을 맡은 247부작 '인어아가씨'였다. 이후 '보고 또 보고', '온달 왕자들', '시티홀', '불굴의 며느리' 등 다양한 드라마와 '솔로몬의 선택', '꼭 한번 만나고 싶다' 등 재구성 프로그램에서 의사, 간호사, 종업원, 동네 아주머니 등 역을 맡았다.

 

◆ 출산·육아로 인한 공백기, 되돌아온 촬영장에서 겪은 연기 울렁증

이연선은 출산을 계기로 연기를 쉬었다가, 2013년 드라마 '내 딸 서영이'로 복귀했다. 극중 주인공의 취업을 알선해 주는 사무실의 직원 역이었다. 약 3년만의 촬영장 복귀에는 '울렁증'이 따랐다.

"촬영 첫 날,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는 걸 보고 머리가 멍해졌어요. NG는 없었지만 집에 돌아오고 나서 연기를 잘 했나, 자꾸 머리에 맴돌았죠. 보통은 연기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계속 생각이 날 텐데, 저는 후회와 반성으로 계속 생각이 났던 거예요.(웃음) 이후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아졌어요. 자신감이 떨어진거죠."

촬영 일정이 잡히면 그때부터 대본의 대사를 계속 외우고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해 몇 번씩 연기 연습을 했다. 6개월 정도 촬영장에 계속 나갔으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감독님의 디렉션이 단역에게까지 주어지는 상황은 잘 없어요. 며칠을 준비해간 연기와 현장에서 요구한 내용이 달라서 애를 먹기도 했어요. 나중에 '배우가 어설프게 연기하더라'는 말을 전해들었는데, 그런 말을 들어본 게 처음이었어서 며칠 동안 그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힘든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새벽 6시에 대기를 시작했지만 밤 9시까지 촬영이 지연되며 젖이 불어 통증을 겪었고, 교통사고를 당해 촬영장에 어렵게 도착했지만 고맙다 한 마디 듣지 못하고 외롭게 입원 수속을 밟은 적도 있다.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이연선은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정말 힘들었다. 연기를 접고 아이를 키워야 하나 생각도 여러 번 했다"고 했다.

▲ MBN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사진=방송 캡처]

◆ 연기 소중함·자신감 되찾게 해 준 재구성 프로그램에 고맙다

이때 생각난 것이 재구성 프로그램이었다. 이연선은 공백기 전 재구성 프로그램 출연을 그만뒀다. 출연이 잦았을 때는 일주일 중 3일은 밤을 새며 하루종일 빡빡한 촬영을 했는데, 임신이 되지 않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일이 힘들어 그런건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힘들어 끊었던 출연인데, 다시 생각이 났어요. 제가 주인공으로서 긴 호흡으로 연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연기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실제상황'에서 연기하기로 하고 A4 10장이 넘어가는 대사를 외우기 시작했죠."

촬영 후 본 방송을 본 이연선은 TV 속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연기에 몰입 없이 로봇처럼 대사만 읊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재구성 프로그램은 일반 드라마보다 스태프 수도 적고 촬영 카메라도 소형이에요. 저도 모르게 얕본 건지 건성으로 임했던 거죠. 방송을 보는데 거짓된 연기같이 보이더군요. 감독님, 스태프들 모두 베테랑인데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무시했던 건가, 며칠을 고민하고 반성했어요."

 

얼마 후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절절한 눈물 연기가 필요하고, 감정 신이 많이 필요한 역이었다. 이연선은 마음을 고쳐먹고 홀로 대본을 보며 실제로 눈물을 흘리며 연습했다. 다시 찾은 촬영장에서, 그는 메이크업을 하면서부터 '할 수 있다'는 주문을 스스로 걸었다.

"첫 장면부터 울어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잡념 없이 몰입해서 캐릭터에 빠져서 했던 것 같아요. 평소라면 이미 눈물이 말라붙어야 할 때인데도, 상대에게 리액션을 하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으니까요. 제가 너무 우니까 감독님께서 '혹시 최근에 안 좋은 일을 겪었냐'고 물어보시기도 했어요."

[히든스타 릴레이] ⑨ 이연선, "재연·단역 아닌 '선택받은 사람'" (下) 에서 이어집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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