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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최악 모면한 박태환, '갈수록 태산' 이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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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최악 모면한 박태환, '갈수록 태산' 이슈 3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24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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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정지 18개월, 내년 3월까지 '홀로서기'…대한체육회 규정도 바꿔야 리우 올림픽 출전 가능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최악은 피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실낱같은 가능성은 남겨뒀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산이 박태환(26) 앞에 있다.

국제수영연맹(FINA)는 24일(한국시간) 사무국이 있는 스위스 로잔의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박태환을 출석시킨 가운데 도핑위원회 청문회를 연 뒤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발표했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 3일 실시한 약물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규정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청문회에 출석했고 결국 18개월 선수 자격이 정지됐다.

징계는 지난해 9월 3일부터 소급적용되기 때문에 내년 3월 2일이면 자격정지에서 풀린다. 리우 올림픽은 내년 8월에 열리고 올림픽 대표 선발전도 내년 4월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출전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지만 징계 기간 중에 획득한 각종 메달과 상금 등은 모두 몰수됐다. 이에 따라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 따냈던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는 모두 지워졌다. 당시 박태환은 100m 자유형 은메달과 200m, 400m 자유형과 400m, 800m 계영, 400m 혼계영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특히 단체종목인 계영과 혼계영에서도 메달을 박탈당함에 따라 함께 뛰었던 동료 선수들 역시 메달 기록이 삭제됐다.

◆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바꿔야 '박태환 특혜'?

박태환이 최악을 면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국내 규정과 개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7월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1장 5조 6항에서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을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 선수로 뛸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박태환의 징계는 내년 3월 2일에 끝나기 때문에 국가대표로는 2019년 3월 2일부터 뛸 수 있다. 일찌감치 박태환의 징계가 예상됐기 때문에 FINA가 어떤 징계를 내렸어도 리우 올림픽 출전은 일찌감치 불가능했던 셈이다.

다만 박태환이 한국 수영에 미친 영향 등을 생각한다면 대한체육회가 예외의 여지를 둘 가능성은 있다.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체육회가 직접 앞장서 FINA 청문회에 대비하며 징계 기간을 줄이려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대한체육회가 박태환에게 특혜를 줄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 규정이 지난해 7월에 만들어져 단 한 번도 적용한 사례가 없다는 것에 있다. 약물복용을 뿌리뽑겠다는 강한 의지 속에 만들어진 규정을 박태환 때문에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못하고 뒤엎어야 한다.

특혜라는 것도 논란이다. 박태환이 사상 첫 올림픽 수영 금메달을 딴 업적을 인정하더하도 과연 박태환이 아닌 평범한 선수였다면 규정을 엎으면서까지 보호했겠느냐는 것이다. '박태환 특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그리 곱지 못하다.

박태환이 특혜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이에 따른 부담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특혜를 주면서까지 국가대표로 복귀시켰는데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면 이는 더 큰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 대한체육회로서도 특혜를 줘야할지에 대한 부담을 직접 짊어질 수밖에 없다.

◆ 개인훈련으로 내년까지 버텨야 한다, 경기력 논란

대한체육회와 박태환이 이 모든 부담을 짊어지고 특혜 규정을 준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바로 박태환의 경기력이다.

선수자격이 박탈되면서 박태환은 체계적인 훈련을 받기가 힘들어졌다. 개인 훈련만으로 앞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 물론 대회 출전도 불가능하다. 세계 대회는 물론이고 올해 전국체육대회 등 각종 국내 대회에도 나설 수 없다. 경기력을 최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박태환은 20대 중반으로 선수 생활 말년이다. 지금 은퇴해도 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며 은퇴하려는 생각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전성기에도 체계적인 훈련을 해야며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선수 말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경기력 유지가 제대로 될 수 없다.

게다가 박태환은 국내에서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일단 그동안 훈련을 진행해왔던 호주행은 길이 막혔다. 호주는 약물을 복용한 선수에게는 훈련 시설을 열어주지 않는다. 중국의 쑨양이 지난해 아시안게임 직전 도핑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호주 전지훈련이 불가능했다.

호주 말고 다른 나라에서도 약물복용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않다. 아무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온 도핑 경력 선수에게 훈련 시설을 개방하는 것을 바라는 게 무리다.

시설이 열악한 국내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경기력이 올림픽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는 오직 박태환에게 달렸다.

◆ 주위의 따가운 시선, 대표 선발전 통과 가능할까

대한수영연맹은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대표 선발전을 내년 4월로 예정하고 있다. 징계에서 풀린지 겨우 한달 만에 대표 선발전에 나서야 한다.

오랜 공백을 거친 선수들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다른 대회에 나가 실전 감각을 조율한다. 하지만 징계에서 풀린지 한달 만에 대표 선발전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실전 감각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

특히 박태환은 개인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한다. 앞으로 박태환은 자신에게 네비도 주사를 처방한 의사와 법정 다툼까지 벌여야 하는 등 산적한 문제가 많다. 개인훈련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전 감각을 찾을 수 있는 대회 출전도 없이 대표 선발전에 나서야 하는 것은 분명 박태환에게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주위 따가운 시선도 문제다. 이미 국민들은 '영웅' 박태환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박태환 때문에 함께 계영과 혼계영을 뛴 선수들의 동메달이 박탈된 것도 문제다. 주위 선수가 박태환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지 않더라도 박태환 스스로 마음의 부담을 지우기는 어렵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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