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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아름다운 패자' 한국전력이 남긴 희망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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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아름다운 패자' 한국전력이 남긴 희망의 메시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24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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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식 버리고 흥행 주도하는 팀으로 변모, 토종 라인업 막강해 다음 시즌도 돌풍 예약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아름다운 패배였다. 한국전력이 가슴 벅차게 달려왔던 시즌이 아름답게 막을 내렸다.

한국전력은 23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OK저축은행에 2-3(25-22 23-25 23-25 25-18 11-15)로 패했다. 2경기 연속 풀세트 혈전 끝의 패배라 아쉬움이 너무도 컸다.

붉은 옷을 맞춰 입고 기립해 경기 내내 한국전력을 연호한 홈팬들은 애써 아쉬움을 달랬다. 송명근의 퀵오픈 공격이 코트를 때리는 순간 OK저축은행 선수단은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흥분해 코트를 휘저었다. 한국전력 선수단이 한동안 먼 곳을 응시하는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 서재덕(가운데)은 리시브와 수비, 시간차 성공률에서 1위에 오르며 살림꾼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진=한국전력 빅스톰 제공]

패자였지만, 한국전력의 투혼은 박수 받아 마땅했다. 그들의 지난 5개월은 찬란하게 빛났다.

◆ 두 시즌 9승<한 시즌 23승, 패배의식 떨쳤다 

지난 시즌 한국전력이 얻은 승수는 단 7승이었다. 2012~2013 시즌에는 2승만을 얻었다. 두 시즌에 걸쳐 힘겹게 9승을 얻는 동안 무려 60패를 떠안았다. 한국전력은 다른 팀들에게는 ‘보약’이자 ‘승점 자판기’였다. 패배 의식이 만연했다.

다크호스가 될 수는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기는 법을 모르는 그들이 해봐야 얼마나 하겠냐는 평이 대세를 이뤘다. 2011~2012 시즌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나섰던 것은 주축 멤버들이 승부조작 파문으로 인해 이탈하기 전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4라운드까지 선전하며 3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한국전력은 5라운드 들어 파죽의 9연승을 내달렸다. 팀 창단 후 최다 연승, 최강 삼성화재도 돌풍을 주도한 OK저축은행도 모두 ‘빅스톰 파워’를 당해내지 못했다.

이번 시즌 한국전력이 거둔 승수는 23승, 특히 지난 1월 18일 대한항공을 상대로 승리를 거둠으로써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단일 시즌에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기록하는 기쁨을 맛봤다. 유니폼만 봐도 두려웠던 상대 삼성화재에 2승, 대한항공에 3승을 거뒀다.

현재 V리그는 3위와 4위의 승점차가 3점 이내일 경우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3위 한국전력은 4위 그룹인 대한항공, 현대캐피탈과의 승점차를 10점으로 벌리며 준플레이오프를 없애버렸다. ‘배구명가’를 자부했던 두 팀은 오랜만에 봄배구를 TV로 시청해야만 했다. 

◆ 배구 흥행 선두주자 한국전력, 관중 64.1% 증가 

플레이오프 1차전 1세트. 한국전력과 OK저축은행은 합쳐서 80점을 냈다. 양팀은 2007년 3월 18일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플레이오프 2차전 3세트에서 작성한 33-31을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장 랠리 기록을 세웠다.

이런 경기를 보여주는데 팬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정규리그 전체 관중 46만1625명은 지난해 37만4600명보다 23.23%나 증가한 수치. 케이블 기준 시청률도 1.03%를 기록해 프로야구 인기팀간의 맞대결에서나 나오는 ‘마의 1%’ 벽을 넘었다.

▲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 배구 흥행을 주도했다. 수원체육관을 찾은 관중은 무려 64.1%나 늘었다. [사진=한국전력 빅스톰 제공]

한국전력이 그 선봉에 섰다. 빅스톰이 몰아치자 수원의 스포츠팬들이 경기장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4만4099명이 들어섰던 수원체육관에는 64.1% 증가한 7만2366명이 입장했다. 삼성화재, 대한항공 등 인기 팀과의 주말 경기에는 입추의 여지없이 관중이 들어찼다. 6차례나 매진이 됐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라는 K리그 명문팀이 자리잡은 곳, 여기에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야구의 케이티 위즈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한국전력은 그들만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수원의 스포츠팬들은 심심한 겨울을 보낼 필요가 없게 됐다.

◆ “내년에도 강하다”, 국내 선수 라인업 최강 

“전력 이탈이 없습니다. 내년에도 강팀일 겁니다.”

최천식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한국전력의 전력에 대해 “국내 선수들이 건재하다. 전력 손실이 거의 없다”며 “외국인 선수가 변수이긴 하지만 이번 시즌 뛴 미타르 쥬리치급의 선수만 있다면 다음 시즌에도 상위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세터 권준형은 실수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세트 11.16개를 기록해 유광우(삼성화재)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LIG손해보험 기록보다 1.38개나 증가한 수치다. 패배 의식에 젖어있던 새가슴 권준형은 명세터 출신 신영철 감독의 지도 하에 일취월장했다.

오재성은 왜 그가 리베로임에도 올시즌 전체 드래프트 1순위로 뽑혔는지를 보여줬다. 디그 6위(2.26개), 수비 11위(5.08개), 리시브 16위(2.82개)에 올라 신인왕 수상이 확실시 되고 있다. 2단 토스까지 보강하면 여오현(현대캐피탈)의 뒤를 잇는 국가대표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 한국전력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모두 풀세트 패배를 기록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사진=한국전력 빅스톰 제공]

전광인과 서재덕은 토종 톱클래스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광인은 문성민(현대캐피탈)에 이어 토종 선수 중 득점 2위(539점), 공격성공률 전체 1위(57.5%), 후위공격 성공률 1위(59.2%), 퀵오픈 성공률 2위(63.8%) 등 공격 전 부문에 걸쳐 고르게 상위권에 올랐다. 주공격수로는 유일하게 디그 9위(1.9개)에 올라 공수를 겸비한 전천후 선수임을 증명했다.

‘왼손잡이’ 살림꾼 서재덕은 리시브(5.97개)와 수비(7.6개) 부문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시간차 성공률 1위(74.4%), 국내 선수 중 득점 10위(275점)에 오르는 등 공격에서도 날카로움을 보여주며 한국 최고의 보조 레프트 입지를 공고히 굳혔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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