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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연극계 '레퍼토리 작품'들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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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연극계 '레퍼토리 작품'들이 뜬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3.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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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연극계 판도가 바뀌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매년 관객의 발걸음이 뚝 끊기는 비수기였던 봄 시즌임에도 지난해엔 사상 초유의 연극 전쟁이 펼쳐져 관심을 끌었다. 올해도 이런 양상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고전과 재연 작품이 많았다면 올해는 삼연(세 번째 공연) 이상의 무대로 돌아온 작품들이 눈에 띈다.

뮤지컬의 경우 대작 '지킬 앤 하이드' '맘마미아!' '시카고' '맨 오브 라만차' '영웅' '드림걸즈', 중소극장 뮤지컬 '김종욱 찾기' '트레이스 유' '사랑은 비를 타고' 등 대다수 작품들이 1~2년마다 신구 조화를 이룬 캐스팅으로 다시금 무대에 올려져 '익숙한 맛'으로 관객 동원에 성공하고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미 확보한 콘텐츠와 인프라, 공연 노하우를 살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

뮤지컬보다 훨씬 열악한 연극은 몇몇 히트작이나 '옥탑방 고양이' '작업의 정석' '연애의 목적' '뉴 보잉보잉'과 같은 소극장 오픈런 공연을 제외하고는 신작들이 올려졌다 내려졌다를 반복하는 추세였다. 따라서 지난해와 올해 활발하게 보여지는 현상은 초∙재연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작품이 지속 가능한 안정적 레퍼토리로서 자리를 굳혔다는 방증이다.

▲ 'M.버터플라이'

연극 'M.버터플라이'와 '레드'는 실화를 모티프로 했다. 토니상 최고 작품상과 연출상을 비롯, 많은 부문에서 수상했다.

'M.버터플라이'는 4월11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삼연에 나선다. 2012년 초연 당시 5주의 짧은 공연 기간임에도 마니아 관객을 만들어내고, 대형 서점에서 희곡 원서가 절판되는 이슈를 낳았던 작품이다. 앙코르 공연 때는 누적 관객수 2만5000명을 기록했다. 이번 무대에는 초·재연 배우 전원이 출연하고, 배우 유연수가 새롭게 합류한다.

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헨리황의 대표작으로,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전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부르시코와 중국의 여장남자 배우 쉬 페이푸의 충격 실화를 무대화했다. 실존 인물들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에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한 연극은 남성과 여성을 서양과 동양으로 확장,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과 편견을 비판한다. 동시에 환상을 탐닉하다 결국 파멸하는 한 남자의 욕망까지 그려내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김영민 정성화 김다현 이석준 출연. 6월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두 남자 배우의 밀도 있는 연기로 예술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레드'는 2011년 국내 초연 객석 점유율 84%, 2013년 앙코르 공연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오는 5월3일부터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삼연을 한다.

러시아 출신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가 뉴욕 씨그램 빌딩 포시즌 레스토랑에 걸릴 벽화 연작을 완성했다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한 ‘씨그램 사건’을 재구성했다. 마크 로스코와 가상 인물인 그의 조수 켄의 대화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 신구세대의 격차를 이야기한다. 배우 정보석이 마크 로스코 역을 맡고, 대학로의 기대주 박은석이 캐스팅돼 기대를 모은다. 문의: 02)577-1987

2011년 백성희 장민호극장 개관 기념작으로 선보였던 창작극 '3월의 눈'은 배삼식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손진책 연출가의 절제된 연출, 관록파 배우들의 연기 향연으로 공연마다 전석 매진의 신화를 이뤘다.

▲ '3월의 눈'

노부부 장오와 이순이 한 평생 살아온 한옥을 떠나기 하루 전날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은 두 번째 부부 호흡을 맞추는 손숙과 신구가 실제와 환상을 오가며 사라짐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누구나 경험하는 죽음과 상실의 체험을 다루는 이 작품은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침묵과 느림의 미학을 선사한다. 3월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 문의: 02)1688-5966

2011년 초연 당시 사전 예매 120장이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시작했지만 시작과 동시에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환호를 받았던 창작극 '푸르른 날에'는 초연 배우들의 고별 무대로 다섯 번째 시즌을 갖는다.

매년 5월이 되면 '꼭 봐야할 연극'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은 5.18 광주민주항쟁 속에서 꽃핀 남녀의 사랑과 그 후 30여 년의 인생 역정을 밝은 톤으로 그려낸다. 진부한 멜로 드라마식 대사를 살짝 비틀어 유쾌한 통속극으로 바꾼 연출가 고선웅의 재기발랄함과 19명의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관람 포인트다. 4월29일부터 5월3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문의: 02)758-2150

▲ '푸르른 날에'

왕희경 '연극열전' 담당자는 "뮤지컬 시장에 비해 레퍼토리 작품이 적었던 연극계에서도 레퍼토리 작품들이 충분히 관객 소구력을 가지게 됐음을 보여준다"며 "해를 거듭해 관객과 소통함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보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고 밝혔다.

반면 시간과 비용, 노력이 요구되는 창작극보다 손 쉽게 흥행을 할 수 있는 재연 공연들이 범람하는 뮤지컬 시장의 문제점이 연극계로 옮겨가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시대와 세대가 바뀌어도 사랑받는 클래식 작품들은 분명 필요하다. 문제는 창작자의 자세를 져버린 채 상업성, 편의성으로 재탕, 삼탕에 목매는 풍토다"라며 "창작극과 레퍼토리 작품들이 공존하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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