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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팀' 전자랜드 돌풍, 협력농구로 태풍급 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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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팀' 전자랜드 돌풍, 협력농구로 태풍급 격상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25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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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21점차 완승, 역대 두번째 모든 4강 플레이오프서 5차전 승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포웰 장군'이 다시 한번 동부산성을 함락했다. 리카르도 포웰의 더블더블 활약에 힘입어 인천 전자랜드가 벼랑 끝에서 탈출, 챔피언결정전 진출 여부를 마지막 5차전으로 넘겼다.

전자랜드는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1분 정도만 뛰고도 더블더블을 작성한 포웰(20득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과 정효근(17득점, 3점슛 3개), 정병국(14득점, 3점슛 2개, 5어시스트)의 외곽포까지 더해져 동부를 79-58, 21점차로 완파했다.

원주 1차전을 이기고도 2, 3차전을 내리 져 벼랑 끝에 몰렸던 전자랜드는 4차전을 큰 점수차로 이기면서 5차전에서 희망을 갖게 됐다. 전자랜드가 만약 오는 27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지는 5차전에서 이길 경우 역대 처음으로 6위팀이 챔피언결정전에 나가게 된다.

또 울산 모비스와 창원 LG도 26일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챔피언결정전 진출팀을 가리게 됨에 따라 2001~2002 시즌 이후 역대 두번째로 4강 플레이오프가 모두 5차전까지 가는 진기록을 낳았다. 2001~2002 시즌 당시에는 1, 2위팀이었던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스)과 서울 SK가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 인천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왼쪽에서 네번째)이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원주 동부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탭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신기록을 쓰고 있는 전자랜드, 챔프전 나가는 첫 6위팀 가능성

전자랜드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진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역대 6위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것은 1998~1999 시즌 수원 삼성(현재 서울 삼성), 2003~2004 시즌 창원 LG, 2005~2006 시즌 대구 오리온스에 이어 네번째다.

그러나 그 어떤 팀도 무패로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적은 없었다. 전자랜드는 3위팀을 상대로 3전 전승을 거두고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역대 첫번째 팀이다.

여기에 전자랜드는 동부와 2승 2패 균형을 맞추면서 처음으로 4강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거두고 5차전까지 벌이는 팀이 됐다. 역대 6위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거뒀던 것은 1998~1999 시즌 삼성이 유일했다. 당시 삼성은 부산 기아(현재 울산 모비스)를 상대로 1승 3패로 물러났다.

이런 기적과 신기록을 써나가고 있는 선수는 단연 포웰이다. 포웰은 전자랜드에서 자신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0분 53초만 뛰고도 더블더블을 세웠다. 그만큼 존재감이 뛰어났고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다음으로 연장했다.

무엇보다도 리바운드에서 트리플 타워를 자랑하는 동부를 압도했다. 이날 전자랜드는 39개의 리바운드로 동부보다 8개가 더 많았다. 팀 리바운드까지 포함하면 43-34로 9개나 앞섰다. 골밑 싸움에서 이겨준 것은 전자랜드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낸 포웰이었다.

▲ 인천 전자랜드 이현호(왼쪽)가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원주 동부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여기에 차바위 역시 득점은 저조했지만 리바운드에서 맹위를 떨쳤다. 차바위는 24분 58초를 뛰면서 단 2득점에 그쳤지만 8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에 비해 동부는 몸이 무거워보였다. 데이비드 사이먼(1득점, 3리바운드)이 1쿼터 4분 7초만 뛰고 부상으로 교체된 이후 앤서니 리처드슨(18득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5스틸, 2블록)이 분전했지만 체력을 안배하기가 어려웠다.

또 동부 선수들은 김주성(12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과 허웅(2득점, 3어시스트) 등이 번갈아 포웰을 막아봤지만 무소용이었다. 한번 발동이 걸린 포웰을 그 누구도 막지 못했다.

◆ 포웰은 앞으로 뚫고 정효근-정병국이 외곽 지원

전자랜드의 소위 '양궁 농구'는 이날도 위력적이었다. 전자랜드와 동부는 똑같이 21개의 3점슛을 시도했지만 성공은 전자랜드가 9개로 동부보다 5개가 더 많았다. 19점차로 이겼으니 사실상 3점슛에서 판가름이 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전자랜드는 내외곽이 활발했다. 포웰은 마치 동부산성의 중심을 향해 진격하는 돌격대장 같았다. 그러나 동부는 포웰을 집중 수비하지 못했다. 전자랜드가 자랑하는 외곽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의 외곽포가 없다면 두세명의 헬프 수비로 막아낼 수 있었지만 이럴 때면 공이 외곽으로 빠졌고 그 때마다 3점슛이 나왔다. 정효근과 정병국이 3개와 2개의 3점슛을 넣었고 정영삼(6득점, 3점슛 2개, 4리바운드)도 알토란 같은 3점포를 성공시켰다. 심지어 4쿼터에는 이현호(5득점)까지 3점슛을 넣었다.

▲ 인천 전자랜드 이현호(왼쪽에서 두번째) 등이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원주 동부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리바운드를 잡아내기 위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KBL 제공]

포웰과 외곽포의 합작이 진가를 발휘한 것은 3쿼터였다. 1, 2쿼터 전반까지 37-24, 13점 앞섰던 전자랜드는 3쿼터에서 포웰이 8득점을 올려주고 정병국과 정영삼이 1개씩 3점포를 성공시켰다.

또 포웰은 공격 리바운드도 3개나 잡아내며 공격 실패를 다시 전자랜드의 공격으로 이어주는 역할까지 수행했다. 포웰이 골밑에서 든든히 지켜주니 전자랜드 선수들도 자신감을 갖고 과감하게 슛을 던질 수 있었다.

◆ 어시스트·자유투 성공률도 동부 압도, 집중력 돋보인 전자랜드

어시스트 숫자도 24-13으로 일방적으로 앞섰다. 무려 9명의 선수가 어시스트를 하나 이상 올려준 것만 보더라도 동부의 수비를 뚫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달렸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비해 동부는 단 4명만이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만큼 공격 루트가 단순했다는 의미다.

이밖에 자유투에서도 전자랜드는 완벽했다. 4쿼터 막판 테렌스 레더(10득점, 5리바운드)가 자유투 하나를 놓치기 전까지 100%의 자유투 성공률을 보였다 이날 전자랜드는 13개의 자유투 가운데 단 하나만 놓쳤다. 동부는 14개 가운데 10개를 넣었다. 그만큼 집중력에서도 전자랜드가 앞섰다.

유도훈 감독은 플래시 인터뷰에서 "사실 3차전도 마지막에 우리가 운영을 좀 잘못한 것이었지 질 경기가 아니었다. 수비와 리바운드 등 기본적인 것만 잘 유지하면 충분히 이긴다고 봤다"며 "전자랜드는 KBL 10개팀 가운데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한 팀이다. 그만큼 팬들과 프런트의 열망이 크다. 5차전도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자랜드로서는 다시 한번 동부산성을 무너뜨린 자신감을 바탕으로 5차전까지 이기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사상 첫 6위팀이 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전자랜드는 이전 팀인 인천 대우와 인천 SK 시절을 포함해도 단 한차례도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역사가 없다.

▲ 인천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이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원주 동부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잡고 있다. [사진=KBL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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