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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진, 고릴라에서 헐크로 진화해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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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진, 고릴라에서 헐크로 진화해 버리다
  • 박성환 기자
  • 승인 2015.03.26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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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미들급 라이징 스타]

[스포츠Q 박성환 기자] 이둘희와 손혜석, 박정교와 안상일 정도가 떠오르던 로드FC 미들급 라인업에 눈부신 라이징 스타가 출현했다. 한방 한방 때리는 펀치가 묵직하다. 어깨 위로 불쑥 솟아오른 승모근을 만져보면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전어진(21. 팀맥스)은 로드FC 중량급을 대표하는 미들급 전선에 새롭게 투입된 전투기계다.

"어진이를 모르는 일산 고등학생들이 없었어요. 전체 고등학교를 통틀어 싸움 좀 한다는 애들도 어진이 앞에서는 아무 말 못했으니까요. 양아치 애들이 담배 물고 오토바이 굉음을 내면서 행인들 겁주고 있으면, 다가가서 한마디 하면 꼬리를 내리곤 했죠. 어떤 말을 했냐고요? '너희들, 전어진 알어? 내가 걔 형이야.'" -로드FC 플라이급 잠정챔피언 송민종-

 

전어진은 접근을 허락치 않는 한마리 맹수와 같다. 누구든 자기 거리 안에 들어오는 순간을 참질 못한다. 턱 밑에서 잔뜩 도사리고 있던 두 주먹을 맹폭하게 휘두르는 순간, 상대는 반드시 뒷걸음질 친다.

전어진의 거침없는 러시는 그의 격투 스타일에 약간 균형을 잃은 듯한 멋진 리듬감을 부여한다. 그로부터 종종 아름답고 감동적일 뿐 아니라 도전적인 승리가 나온다는 사실은 함께 훈련하는 팀맥스 동료들의 증언이 증명해 준다.

"어진이와 복싱 스파링을 한다는 건 큰 모험이에요. 누구든 어진이에게 한 대 맞으면 근접전에 들어가는 걸 꺼려하게 됩니다." -전 팀맥스 선수 곽명식-

 

전어진은 복싱과 레슬링이라는 두 개의 공격 옵션을 온 몸에 이식해 놓고 있다. 근육질에서 뿜어내는 파워가 테이크다운 완성의 주인공이라면, 펀치는 혼잡한 난타전 양상을 종식시킬 마지막 무기로 자리매김한다.

전어진이 로드FC에서 만들어 낸 첫 이야기가 기억나는가. 상대 선수인 윤재웅의 로우킥 타이밍에 맞춰 내지른 오른손 카운터 스트레이트는 그의 화려한 데뷔 무대를 아로새기는 한 수였다.

늦은 밤, 훈련을 마친 전어진은 그의 아파트에 조용히 들어가 오래된 노견 한마리와 짧지만 은밀한 시간을 누리는 것으로 애정표현을 대신한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미니멀한 말티즈를 애지중지하는 전어진의 애마는 한국에서 가장 작은 차 GM 스파크. 그 전에도 기아 모닝을 탔다고 한다.

 
 

전어진만의 언밸런스한 삶은 한편으로 코믹하고 우스우면서도 기묘한 매력을 지닌다. 그러나 전어진의 진짜 장점은 어린 나이에 있다. 이제 겨우 만 21세. 이 나이에 박정교, 김대성 등 격투 선배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중이고 스피릿 MC 출신의 격투 1.5세대 안상일에게도 쉽게 밀리지 않는 패기를 보여줬다.

전어진은 그라운드 서브미션에 재능있는 동료 오호택과의 주짓수 훈련을 즐긴다. 오호택은 팀맥스 내에서 웰라운드 파이터 송민종을 주짓수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선수. 그런 오호택이 쉽게 피니시를 못시키는 상대가 바로 전어진이다. 전어진의 이스케이프, 스윕, 리커버리 능력이 훌륭해서라기보다는 헐크와 같은 힘으로 오호택이 다 잡아놓은 그립을 뜯어내 버리곤 했으니까.

전어진은 다른 선수들처럼 화려한 기교를 부리는 대신 정공법을 택한다. 강한 원투 양훅에 이은 화물차 태클, 바로 복슬링(복싱과 레슬링의 합성어)이 그것이다. 단순하게 상대의 관자놀이와 턱을 부수고, 왜곡되지 않은 순수하고 정직한 태클로 상대의 몸을 바닥에 구겨놓는다.

 

여기에 넘어지는 상대가 행하는 길로틴 쵸크, 버터플라이 가드 스윕 등 주짓수 반격을 타이밍 맞춰 피해가는 예리한 감각이 승리 방정식에 몫을 더한다. 이로써 전어진은 한국의 신세대 미들급 파이터들 가운데 가장 정석적인 MMA를 구사하는 정통파 선수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의 움직임에는 때론 설익은 기술도 분명 있다. 뜨거운 흥분을 주체못한 채 상대의 속임 동작에 말려들어가기도 한다. 그를 위험에 빠뜨린 유일한 상대, 안상일과의 시합이 그랬다.

스스로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그에게는 고릴라보다 헐크라는 별명이 더 어울려 보인다. 고릴라는 상대 동물을 찢어죽이지만 헐크는 무엇이든지 과격하게 때려부순다. 이 멋진 별명을 다른 선수가 채어가기 전에, 전어진이 놓치지 않길 기대해 본다.

전어진의 무브먼트와 퍼포먼스에는 관중들의 감정적 반향을 유도하는 터프함으로 가득 뭉쳐져 있다. 하지만 청년 전어진으로 돌아가는 순간, 그의 내면 속에는 노견을 아끼는 순수함과 경차를 부끄러이 여기지 않는 당당함, 그리고 종합격투기 챔피언을 갈구하는 자유만으로 꽉 차있다.

 

"저 기자님, 인터뷰 때 했던 여자친구 얘기 좀 빼줄 수 있습니까? 어제 헤어졌거든요."

며칠 전 인터뷰 자리에서 헤벌레 웃으며 여자친구 자랑을 늘어놓던 전어진. 지금은 기사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을 해온다.

경기를 며칠 앞두고 이별한 그에게 심정을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저는 경기가 더 중요해요. 여자? 사랑? 나중에 해도 되잖아요. 로드FC에서 승리하는 게 제겐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전어진은 전쟁터에서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남자다. 이제 로드FC 미들급 라인업의 핵심에 다가서고 있는 생동감 만점 짜리의 이 청년에게 두 마디 말을 해주고 싶다. 앞으로 겪게 될 시합과 연애 모두 과감하게 도전하라, 반드시. 그리고 사랑과 경기 모두에게서 충격적인 승리를 기록하라.

[촬영 협조 - 일산 어메이징 컴플릿 팀]

amazi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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