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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울산 '더블 스쿼드'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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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울산 '더블 스쿼드'의 허와 실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3.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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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문제 보완하기 위해 더블 스쿼드 운용하겠다면 경기력이 뒷받침돼야

[스포츠Q 강두원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대표적인 갑부구단 맨체스터시티는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의 부호 셰이크 만수르에 인수된 이후 넘쳐흐르는 ‘오일머니’를 통해 세계 각국의 수준급 선수들을 수집하듯이 영입하며 강력한 스쿼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2011-2012 EPL, 2010-2011 축구협회(FA)컵, 2013-2014 리그컵 우승 트로피를 수확하는 등 신흥 강호로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

더블 스쿼드는 물론, 트리플 스쿼드까지 구상할 수 있는 맨체스터시티 선수단은 경기력의 차이마저 크지 않아 EPL과 컵대회는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듯 어떤 팀이든 체력적인 문제를 커버할 수 있는 더블 스쿼드의 구축을 원하지만 스쿼드 간의 경기력 차이가 심하다면 있으나마나 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 전북 최강희 감독, ‘더블 스쿼드’ 딜레마에 빠지다

올 시즌 역시 ‘닥공(닥치고 공격)’의 위력을 더해가고 있는 전북 현대는 이동국과 이승기, 정인환 등 각 포지션에 수준급 선수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올 시즌 김남일과 한교원, 김인성 등을 영입하며 스쿼드의 질을 더욱 높였다.

항간에는 전북이 'K리그의 맨시티‘라며 올 시즌 강력한 더블 스쿼드를 구축해 빡빡한 일정을 손쉽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최강희 감독 역시 “‘선수단 이원화’를 통해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준비하겠다”며 올 시즌 선수 운용 방침을 발혔다.

▲ 올 시즌 더블 스쿼드를 구축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춘 전북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 간의 전력차를 줄여야만 순조로운 선수단 운영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지난 18일 AFC챔피언그리그 광저우와의 원정경기에서 선수들을 주시하고 있는 최강희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은 18일 광저우와의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3차전 이전까지 4경기에서 선수단을 둘로 나눠 번갈아 출전시키며 체력적인 안배와 함께 3승1무의 호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9골을 넣는 가운데 단 한 골만을 허용하며 공수 조화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은 광저우전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광저우는 지난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으로 아시아에서도 최강으로 손꼽히는 강팀이다. 따라서 전북은 승리를 거두기 위해 최상의 전력으로 맞붙어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전북은 지난 15일 인천전과의 리그 경기에서 김남일과 정혁, 정인환, 윌킨슨 등을 출전시키며 승리를 거뒀다. 체력적인 안배를 위해 이동국과 이승기 등이 교체로 투입됐지만 인천전에 나선 명단은 전북이 내세울 수 있는 최강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광저우전에 내보내야 할 멤버들을 이미 인천전에 기용함에 따라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최보경과 김인성, 이승렬 등을 내보내기엔 광저우와의 전력 차가 다소 심했다.

최 감독은 결국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6일 동안 강행군을 벌이고 있어 체력적인 부분에서 다소 염려가 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동국과 이승기, 김남일, 정혁 등 베스트 멤버를 총출동 시켰으나 1-3으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물론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에서 야기된 패배라는 점도 주목해야 하지만 체력적인 문제로 인해 전북 특유의 ‘닥공’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도 전북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 울산, ‘더블 스쿼드’ 욕심 내다 승점 3점 놓치다

울산 현대는 19일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H조 구이저우전에서 후반 42분 양하오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했다.

울산은 이날 경기에서 새로운 선발 명단을 내세웠다. 김신욱을 줄곧 원톱으로 내세우며 앞선 4경기에서 4전 전승을 거두는 등 눈부신 성과를 냈지만 구이저우전에서는 김신욱과 함께 유준수를 투톱으로 내세웠다. 미드필더 역시 삼각대형에서 최태욱-김용태-박동혁-김용태가 플랫 형태로 출전하며 구이저우에 맞섰다.

조민국 감독이 새로운 시도를 한 이유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주중에 여러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체력적인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 앞선 4경기에 나섰던 선수들이 다소 지쳐있기 때문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후반전에 필요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듯이 체력적인 부분의 염려 때문인 것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승점 1점에 그치며 실패로 돌아갔다. 주전 멤버의 체력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그동안 선발로 출전하지 않았던 선수를 대거 내보냈지만 선수들간의 호흡 문제나 경기에 뛸 수 있는 체력 등 경기력 측면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 울산의 조민국 감독은 19일 구이저우전에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안배를 위해 새로운 선수를 투입하고 새 전술을 시도했지만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새로운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사진은 18일 구이저우전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조민국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특히 중앙수비수로 주로 출전했던 박동혁은 오랜만에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지만 경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후반 들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스탠딩 플레이'가 늘어났다.

게다가 조 감독은 경기 전날 “김신욱 역시 체력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후반전에 교체 투입할 예정이다”라고 공언했지만 경기 당일에는 유준수와 함께 선발 출장시키며 교란(?)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김신욱의 출전은 후보 선수들의 경기력 부족을 우려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1-1로 경기를 마친 조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피로누적이 심각했기 때문에 새로운 선발 명단을 내세웠다. 김신욱 역시 체력적인 부담이 심했지만 확실한 승리를 위해 김신욱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조민국 감독의 용병술과 전략은 우수했다. 체력에 부담감을 느끼는 주전들을 쉬게 함과 동시에 후보 선수들로 하여금 새로운 전술 변화를 시도해 경기력 향상을 꾀한 점이나 상대에게 혼란을 주려는 점은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주전 선수(김신욱)의 체력도 충전시키지 못하고 후보 선수들의 경기력 부족도 간과한 나머지 승점 1점에 그친 점은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전북과 울산,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중 1순위를 다투고 있는 팀이다. 이들 팀이 리그와 AFC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제패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경기력의 조화가 바탕이 된 더블 스쿼드를 더욱 치밀하게 운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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