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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0) '악역계 스타' 27년차 배우 전해룡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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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0) '악역계 스타' 27년차 배우 전해룡 (上)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3.28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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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연기생활 27년차의 배우 전해룡(50)은 극중에 큰 갈등을 불어넣는 역으로 시청자들에 익숙하다. "악역은 다른 역보다 주목받는 면이 큰 것 같다"는 그는 악역계 '스타'다.

◆ 갈등의 불씨 악역 vs 엘리트 회사원 "국내 드링크제 광고는 제가 다 찍었죠"

지현우, 남상미 주연의 '천하무적 이평강'에서는 골프장 지배인을 맡아 음모를 꾸몄고, 이범수, 박진희 주연의 '자이언트'에서는 회사의 기술을 빼돌리고 배신을 시도했다.

"저 때문에 어떤 사건들이 벌어지는 역이었죠.(웃음) 주목을 받다보니 '이평강' 때 골프장에 농약을 뿌리면서는 농약 CF도 기대했어요."

한편 안경을 쓰고 다니는 '엘리트'한 이미지였던 과거에는 회사원들을 공략하는 드링크제, 은행 광고를 많이 찍었다. 스포츠해설가 하일성과 함께 아이스크림 광고도 찍었고, 아파트, 항공사, 가전제품 등 다양한 광고를 촬영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광고는 음주운전 예방 공익광고다. '차를 두고 오셨습니까'라는 카피의 광고에서 그는 잔뜩 술에 취한 '과장님' 역을 맡았다.

"감독님이 실제로 술을 먹고 촬영하자고 하셨죠. 대낮부터 음주를 해서 카메라 앞에서는 뻗을 지경이 됐어요. 덕분에 광고는 기가 막히게 나왔죠. 하하하.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 전해룡의 드라마 촬영 현장 사진들. [사진=전해룡 제공]

◆ '경찰청 사람들' 출연시절 실제 범인도 잡아

연기를 하며 지금껏 잊지 못하는 순간도 있다. 범죄 예방 프로그램 MBC '경찰청 사람들'에 출연할 때였다. 전해룡이 주로 맡는 역은 공문서 사기, 성추행범 역이었다. '엘리트'한 외모 덕에 흉기나 주먹을 쓰지 않는 범인에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평균 시청률이 40%를 웃돌아, 출연 후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 거리를 제대로 다니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실제 범죄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어디선가 가스총 발사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은행털이범들이 경찰을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맨발로 뒤쫓았고, 그를 포함한 일부 시민들의 도움으로 범인을 잡는 데 성공했다. 더 빨리 잡을 수 있었음에도 시간이 지체된 데는 그의 얼굴 탓(?)이 있었다.

"제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보니 시민들이 상황을 촬영으로 생각한 거예요. 신고 대신 쳐다 보고만 있었던 거죠. 이 일이 알려진 후에는 '범인 역의 배우가 범인을 잡았다'면서 유명 토크쇼에서 섭외가 오기도 했죠."

당시 경찰로부터 받은 감사장은 지금도 자가용 안에 고이 보관하고 있다. 언제 봐도 흐뭇한 웃음을 안겨주는 소중한 추억이다.

 

◆ 겁 없이 여배우 찾아 상경한 고교시절

전해룡의 어릴 때의 꿈은 코미디언이었다. 끼가 많아 '까불이'가 별명이었던 학창시절, 전해룡은 그림에 소질이 많아 늘 전국대회에서 입상해 주변 사람들은 그가 화가가 되길 원했다. 전북 군산에서 자란 그는 잡지 'TV가이드'를 보며, 연극영화과 명문인 중앙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꿈꿨다.

하루는, 잡지에 당시 중앙대 연영과에 재학 중이던 스타 여배우 조한려가 등장했다. 전해룡은 그의 주소로 진지하게 팬레터를 적어 보냈다. '나도 누나처럼 중앙대 연영과 학생이 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어느날, 전해룡은 서울에서 온 편지를 받았다. 조한려가 직접 쓴 답장이었다.

"학교가 완전 뒤집어졌죠. 지금으로 따지면 김태희씨가 고교생에게 답장을 보내준 느낌이랄까요. 누나가 화교다 보니 답장은 한문이 반이었어요.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다 누나를 만나러 서울에 올라가게 됐죠."

조한려는 친구와 함께 서울에 간 전해룡을 따뜻이 맞아줬다. 식사도 함께 하고, 중앙대 루이스홀에서 안톤 체호프의 희곡 '세 자매'도 보여줬다. 그는 "어려운 내용에도 무대 위 멋있는 배우들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입시에선 불합격하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원서를 넣은 서울예대에서도 떨어졌다. 합격 명단에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집에 내려갈 차비를 털어 술을 마신 후 벌인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술을 먹고 나니 합격 명단을 다시 보면 꼭 내 이름이 있을 것 같았어요. 학교에 찾아가 명단을 다시 보는데, 영화과 학생들이 저를 카메라로 찍고 있는 거예요. 화가 치솟아서 덤벼들었죠. 그후엔 대학본부에 가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요."

"너무나 학교에 들어가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리는 전해룡의 모습에 학생부장은 친히 학과에 전화해 사정을 알아봤고, 이후 두 사람은 친 부자만큼 가깝게 지냈다. 전해룡의 군 시절 대학 교지도 보내주고 연락하는 등 따뜻한 인연을 맺기도 했다.

이후 군 시절 많은 행사를 진행, 기획하고 방송작가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했다. 방송 연출부, 대학로 연극 등 다양한 방면에서 경험하며 배우의 길을 걸었다.

◆ 중국어부터 버스 운전면허까지 다재다능한 배우

지금껏 오랫동안 연기 생활을 지속해온 데는 그의 노력이 있다. 전해룡은 사극 연기를 위해 승마, 중국어를 배웠고 '희소성 있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대형 버스 운전면허도 땄다. 관심이 생겨 배운 판소리와 군 시절 병원에서 근무해 아는 의료 상식들까지 다방면에 관심이 넓다.

이런 노력과 경험들 덕분인지 '야인시대', '제빵왕 김탁구', '동이', '자이언트', '허준' 등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은 드라마에는 그가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배우들 중에서도 조금 더 눈에 띄려 노력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야인시대'에서 동아일보 기자 역을 맡아 고정 출연을 했죠. 사실 많은 사람들은 '야인시대'를 '김두한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이 시대를 기자의 시점으로 바라본 드라마예요. '오늘은 이러한 날이었다'고 기자가 정리를 해 주잖아요."

 

전해룡은 극중 동아일보 기자를 맡아 조선일보 기자 역인 정동환의 후배로 등장했다. 처음엔 초반 몇 회에만 등장하는 역이었지만 틈만 나면 현장에 가는 등 노력으로 얼굴 도장을 찍었다. 그는 특히 '제빵왕 김탁구', '힐러', '울랄라 부부', '천하무적 이평강' 등을 연출한 이정섭 PD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제가 커피 한 잔 사드린 적 없는데도 항상 드라마마다 챙겨주세요. '천하무적 이평강' 때 1회분만 나올 예정이었는데, 감독님이 신경써 주셔서 계속 나올 수 있었어요. 이 드라마는 시청률이 잘 나오진 않았는데, 이때 출연진의 절반쯤과 함께 한 '김탁구'는 크게 성공했죠. 항상 출연진이나 주변에 신경을 써 주시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결과도 온 것 같아요."

[히든스타 릴레이] (10) "연기, 하지마라" 전해룡의 이유있는 충고 (下)로 이어집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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