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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0) "연기, 하지마라" 전해룡의 이유있는 충고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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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0) "연기, 하지마라" 전해룡의 이유있는 충고 (下)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3.28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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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전해룡은 지금껏 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연기해 왔지만 그는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크다"며 "지인의 자제들이 그럴 경우 특히 말리는 편"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연기 생활을 해 온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 배우, 스타를 꿈꾸다가 큰 코 다친다

- 어릴 때는 배우가 꿈이 아니셨다고요. 

▲ 맨 처음의 꿈은 코미디언이었어요. 군대에 있을 땐 내부 행사를 MC로서 진행하기도 했고요. MBC 제2회 개그콘테스트에 원서를 내러 갔는데, 당시 1기 합격자 이경실 씨가 "잘생겼으니 탤런트 시험을 보시지 그러세요"라고 했죠.(웃음) 당시 군대 동기와 듀오로 지원했어요. 3차까지 올라가서 생방송까지 진출하게 됐는데, 그날 동기가 촬영장에 안 온 거예요. 그때부터 삶이 좀 바뀌었죠.

 

- 방송을 시작한 후 다양한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셨는데요.

▲ 큰 영화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마지막 출연이었어요. 홍상수 감독님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우석 감독님의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에도 출연했죠. 함께 나온 배우들은 지금 모두 잘 됐는데 저는 좀 빛을 못 본 경우예요.

연기를 한지도 벌써 27년째네요. 영화에 출연하며 "나도 스타가 될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지금 와 그래프를 그려 보면 인기라는 게 5년을 주기로 오르락내리락해요. 좋고 힘든 건 일반 직장인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 인지도 면에서의 말씀인가요.

▲ 악역을 맡다보니 욕을 많이 먹었는데, 그래도 알아봐줄 때가 행복하죠. 정기적으로 일이 있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출연을 못 하게 되면 나도 이러다 잊혀지는 건 아닌가 생각이 많이 들어요. 캐스팅 전화는 밤 열두 시에도 오는데, 일이 한참 없을 때 고정 출연이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서 한밤중에 눈물을 흘린 적도 있어요. 매일이 불안하고 부업을 안 할 수 없는 직업이에요.

그러다 촬영에는 푹 빠져서 연기하는 감수성도 있다 보니 감정 변화에 우울증을 겪는 배우들도 적지 않아요.

 

◆ 오래 배우로 사는 법, 자기관리와 공부가 필수

- 아무래도 성공적으로 자리잡기는 힘드니까요.

▲ 잘 안 알려져서 모를 뿐이지 해마다 한 명 정도는 가난한 배우들이 생활고 때문에 자살을 해요. 가슴 아픈 일이죠. 지금도 연기하겠다고 하면 저는 말려요. 특히 초반에 자리잡기는 아주 힘들기 때문에 그때까지 뒷받침할 만한 기반이 없는 친구들이라면 진지하게 조언하죠.

특히 요즘에는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젊은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저희 때보다 경쟁자도 늘었고 학교, 학원 등 방법이 많아졌죠.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로도 활동한 적이 있는데, 학생들을 보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컸어요.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니까요.

-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은 것도 어려움 중에 하나일 것 같은데요.

▲ 친구 아버님의 경로잔치 사회를 봐주기로 해놓고 스케줄 때문에 못 한 적도 많았죠. 특히 초창기에는 스타가 아닌 이상 스케줄 조절이 힘들어서 그랬던 건데, 이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죽일놈'이 된 적도 많았어요. 이 미안한 마음을 갚는 일은 내가 성공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사정을 얘기하고 친구들에게 멋있게 밥 한 번 사고. 그런 거죠.(웃음)

 

- 벌써 27년차 배우이신데 지금껏 연기해온 소감은 어떤가요.

▲ 어떤 일이든 10년 정도는 해야 흉내라도 내는 것 같아요. 지금껏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연기했지만 참 신기한 건, 한 달 정도만 쉬었다가 촬영장에 나오면 떨리고 긴장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주 잠깐 나오는 장면에도 철저하게 연습하죠. 일이 없더라도 계속 자기관리와 공부를 하고요. 지금도 하루 세 시간씩 운동하는 걸요.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 앞으로는 연기를 계속 쭉 하면서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즐겁게 살아야죠. 그런데 지금 조금 걱정인 건, 제가 연기를 하고 아내는 무용과 출신인데, 우리 아이가 피를 물려받았는지 실용음악과 입시를 준비한다고 해서…. 이쪽 일을 해 본 입장에서 말리고는 있는데 어떻게 될지. 끼를 물려받은 것 같긴 해요. 그렇죠? 하하하.

[취재후기] 기사에 모두 옮기지 못할 정도로 전해룡의 삶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가득했다. 여기에 유머러스한 말솜씨와 친근한 성격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유쾌한 인터뷰였다. '불안정한 일'이라는 숙명을 안고 있는 일이지만 스스로 말했듯 "살아남기 위한 노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와 있는 것일터다. 앞으로의 삶에도 응원을 보낸다.

ohsoy@sportsq.co.kr

[히든스타 릴레이] (10) '악역계 스타' 27년차 배우 전해룡 (上)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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