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1:30 (목)
시스템 야구로 '명문 부활', 남양주가 꿈틀댄다
상태바
시스템 야구로 '명문 부활', 남양주가 꿈틀댄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31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틀야구 팀 탐방] '조성찬호' 남양주, 예상 깨고 하드스포츠배 4강... 지자체 지원 속 왕조 재건 다짐

[남양주=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노민규 기자] 경기도를 대표하는 남양주시 리틀야구단은 전통의 명문이다. 프로야구에 ‘삼성 왕조’가 있다면 리틀야구에는 ‘남양주 왕조’가 있었다.

그들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3개 대회 이상을 휩쓸었다. 6관왕을 한 적도 있어 다른 팀들의 원성을 살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는 법. 남양주는 2013년 말 전임 감독이 불미스런 일로 퇴진한 뒤 선수단을 개편해야만 했고 점차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8강만 세 차례 들었을 뿐 단 한 번도 입상권에 들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 남양주는 훈련량이 많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월에는 남해로 전지훈련을 떠나 하루 10시간의 맹훈련을 소화하고 왔다.

숨고르기를 마친 남양주가 ‘명문 부활’을 외친다. 선수들의 구력이 길지 않아 당장 우승컵을 들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기세가 심상치 않다. 남양주는 지난 24일 막을 내린 제1회 하드스포츠배 전국리틀야구대회에서 준결승에 오르며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 ‘패기’의 사령탑 조성찬 감독의 주문, “늑대가 돼라” 

“늑대같은 선수가 돼주기를 바랍니다.”

조성찬(30) 감독은 지난해 2월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서울 강서구 이종목 감독과 더불어 리틀야구 막내뻘 지도자다. 사건사고가 많았던 팀을 정비하는데만 1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는 남양주의 자존심을 회복할 시간이 왔다. 자신의 야구 색깔도 입힐 준비가 됐다.

그는 “운동장 밖에서는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친구들이 됐으면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만큼은 상대를 잡아먹을 정도로 돌변해야 한다”며 “상대가 남양주와 붙으면 얼 정도로 강하고 패기있는 팀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 조성찬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라운드 안에서 늑대같은 플레이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양주는 지난 1월 경남 남해로 전지훈련을 떠나 하루 10시간에 이르는 강훈련을 소화했다. 조 감독은 “아침 일찍부터 오후 9시까지 정말 열심히 했다”며 “코치들도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모두 역경을 이겨내더라. 기특하다”고 제자들을 치켜세웠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시즌 오픈 대회에서 3연승을 거두며 3위에 오른 것.

조 감독은 “기대도 안했다. 정말 잘 해봐야 2승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드스포츠배 4강은 나도 놀랐다”며 “(중학생들이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9월 이후에나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남양주 다산기대회 우승을 목표로 잡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 '눈물의 입상', 영통같은 팀이 되겠다 

공동 3위에 오른 것은 ‘기적’이었다. 8강에서 경북 구미시를 10-8로 꺾고 4강행을 확정한 순간 장충 더그아웃은 눈물바다가 됐다. 조 감독은 “아이들이 펑펑 울더라. 코치 중에도 눈물을 흘리는 이가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민규 코치가 함께 눈물을 보였다. 그는 “구력이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이라 코치를 맡고서 정말 막막했다”며 “고생시킨 사람이 나라서 울면 안되는데 절로 눈물이 흐르더라. 어떤 팀과 견줘도 훈련량이 많은데 견뎌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미소를 띠었다.

▲ 이경연은 남양주 공수의 중심이다. 좌투좌타 외야수인 그는 LG 9번 이병규를 좋아한다.

투수와 1루수를 맡고 있는 김현우는 “4강에 들줄은 상상도 못했다. 너무 기뻐서 울었다”며 “예전보다 실력이 는 것이 느껴진다. 작년하고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포수 이상현도 “전지훈련 때만 해도 자주 졌는데 갔다 와서 실력이 확 늘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남양주는 시즌 개막 전 수원 영통구에 1-14로 대패한 적이 있다. 영통구는 지난해 구리시장기와 용산구청장기, 계룡시장기를 제패한데 이어 2015 시즌을 여는 초대 하드스포츠 패권까지 거머쥔 리틀야구 최강팀이다.

조 감독은 “그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많은 자극을 받았다. 나 또한 영통처럼 끈끈한 조직력을 갖춘 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먼 미래까지 내다보며 수비와 베이스러닝이 탄탄한 팀으로 다져보겠다”고 다짐했다.

◆ 시스템 야구, 남양주가 왕조 재건을 자신하는 이유 

남양주가 ‘왕조 재건’을 자신하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 팀은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선수단이 와해된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에 정상 궤도로 돌아온 것은 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 덕이다.

▲ 왼쪽부터 김민규, 김신, 박세민, 정동우 코치. 남양주는 리틀야구에서는 보기 드물게 4인 코치 체제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조 감독은 “박기춘 의원님, 이석우 시장님을 비롯해 남양주체육회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다. 운동장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대형버스를 보유한 팀도 우리말고는 없을 것이다. 최상의 인프라를 자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양주 홈구장은 리틀야구의 메카인 장충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구리주니어야구장과 함께 전국규모 대회를 무리없이 치를 수 있는 곳이다. 남양주 로고가 박힌 45인승 버스는 이동에 불편함을 겪는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코치도 4명이나 있다. 투수 파트는 정동우, 수비는 김신, 주루와 타격은 김민규, 포수는 박세민 코치가 전담해 아이들을 지도한다. 기량이 일취월장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팀이 3명 이하의 지도자로 운영되는 것과는 차별화된 파격행보다.

조 감독은 “대부분이 야구 입문 4~5개월차인데다 중학생은 단 2명일 뿐이지만 선수 수급이 원활해 미래는 더욱 밝다”고 자신하며 “저학년 대회의 경우 무조건 우승을 목표로 설정하고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 캡틴 김동현의 출사표 “남양주 명성 계보 잇겠다” 

조 감독이 스스로 평가한 남양주의 전력은 타격 중, 수비 중, 주루 상이다. 그는 “아직 선수들이 어려서 힘이 부족해 번트와 작전 구사능력을 키우는데 주력중”이라고 밝혔다. 그의 구상을 실현해줄 주축 선수들이 김동현, 이경연, 박영진, 이상현 등이다.

주장 김동현은 “선배들이 쌓은 남양주의 명성을 알고 있다. 우리도 우수한 성적을 내서 계보를 잇겠다”며 “대진운도 좋았던 점도 있지만 첫 대회부터 훈련한 성과가 나왔다. 분위기가 많이 좋기 때문에 더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 왼쪽부터 김동현, 박영진, 이상현, 김현우. 넷은 남양주 라인업을 이끄는 핵심 선수들이다.

좌투좌타 외야수인 이경연은 “홈런 10개를 치고 싶다”고, 유격수 박영진 역시 “한번도 홈런을 쳐본 적이 없다. 장충 담장을 꼭 한번 넘겨보고 싶다”는 포부를 각각 밝혔다. 안방마님 이상현은 “도루도 잘 잡고 블로킹도 잘해내겠다. 공을 하나도 안 빠뜨릴 것”이라고 밝게 웃어보였다.

‘전통의 강호’ 남양주가 꿈틀대기 시작됐다.

■ 남양주 리틀야구단(27명)

△ 감독 = 조성찬
△ 코치 = 정동우 김신 김민규 박세민
△ 선수 = 김동현 김현우(이상 중학 1년) 이상현 이경연 박정윤 박영진 이상훈 신정환 정유비(이상 초등 6년) 김민찬 조민성 이주엽 정준우 임현성 조동원 백승민 김정우 이운표(이상 5년) 김기민 임재원 임다온 윤석우 한결 김윤하 김범준(이상 4년) 이정빈 김환희(이상 3년)

▲ 훈련을 마친 남양주 선수단이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