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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시련은 그만, 김사니 배구인생 2막1장은 '눈물의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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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시련은 그만, 김사니 배구인생 2막1장은 '눈물의 해피엔딩'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4.01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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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부 세터 최초 챔프전 MVP 수상…국내 유턴 1년만에 팀 우승 이끌며 제2의 전성기 활짝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우승할 때마다 기쁘지만 이번엔 다리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이뤄 스스로 대견합니다.”

베테랑 세터 김사니(34·화성 IBK기업은행)가 비로소 활짝 웃었다. 다리 부상에도 꿋꿋이 코트를 지켜내며 팀의 두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국내 복귀 후 시련의 시간을 보냈지만 이를 모두 극복하고 일군 우승이라 더 값졌다.

V리그 여자부 최초로 세터 포지션에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해 기쁨은 배가 됐다.

지난달 31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 3차전 성남 한국도로공사와 홈경기에서 팀의 3-0 완승을 견인한 김사니는 경기 후 기자단 투표 28표 중 12표를 획득, MVP를 차지했다.

2009~2010시즌 KT&G 시절 이후 5년 만에 우승을 맛본 그는 “포스트시즌 때는 다리 상태가 안 좋아 정규리그 때처럼 활발하게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럴 때일수록 나에게 ‘집중하자’는 사인을 보냈다”고 집중력일 높인 것이 우승의 원동력임을 강조했다.

▲ 김사니가 지난달 31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V리그 여자부 도로공사와 챔피언결정 3차전 홈경기서 승리,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1년만의 국내 유턴, 부상·부진으로 거듭된 시련

김사니의 2014년은 암울했다. 선수생활을 중단할 수 있을 만큼 슬럼프였다.

2013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는 아제르바이잔의 로코모티브 바쿠로 이적했지만 부상 때문에 벤치를 지키는 일이 더 많았다. 경기에 자주 나가지 못하다보니 향수병 아닌 향수병도 있었다. 결국 아제르바이잔 생활을 접은 김사니는 한 시즌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내로 유턴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팀이 바로 IBK기업은행이었다. FA(자유계약선수) 이적으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주전 세터 이효희의 자리를 메울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 몸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이정철 감독은 김사니가 이효희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복귀 첫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정철 감독은 “사니가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 훈련을 많이 시켰다”며 “나한테 ‘힘들어 죽겠는데 버티라고만 하느냐’고 울기도 했다. 그래서 둘 사이가 냉랭했던 것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훈련을 버텼기에 우승할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팀에 합류한 뒤 김사니는 코트에서 뛰는 동료들이 지난해와 다르기 때문에 공격수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설사 공격수들의 입맛에 맛는 토스가 입력이 돼있다 하더라도 당일 선수들의 몸 상태에 따라 토스 분배를 달리 가져가는 등 부단한 노력을 했다.

김사니는 “IBK기업은행에 뛰어난 공격수들이 많다 보니 이전보다 분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무엇보다 팀 내 최고참으로서 어린 선수들과 대화를 자주 했다”고 그간 기울인 노력을 털어놨다.

그러나 팀의 초반 성적이 김사니의 노력만큼 따라오지 않았다. 2라운드까지 6승4패에 그쳤다. 데스티니 후커-김희진-박정아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위력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다. 이재영과 레이첼 루크가 분전한 인천 흥국생명의 거센 추격을 감당해야 했다.

▲ 김사니(오른쪽 두번째)가 지난달 31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V리그 여자부 도로공사와 챔피언결정 3차전 홈경기서 토스를 올리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도로공사 '베테랑 트리오'에 가려지다 마지막에 웃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김사니를 주축으로 한 선수들의 조직력이 향상되자 성적도 차츰 좋아졌다. 특히 6라운드 5경기를 모두 이기며 2위까지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김사니는 한 가지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1월 14일 대전 KGC인삼공사전에서 V리그 여자부 최초로 세트 성공 1만개를 돌파, 베테랑을 넘어 전설의 면모를 보였다.

아울러 정규리그 세트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세트 당 12.286개로 라이벌 이효희(9.000개)를 압도적으로 제쳤다.

올 시즌 FA로 이적한 이효희, 정대영과 플레잉 코치 장소연이 속한 도로공사가 ‘베테랑 파워’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상대적으로 주목이 덜했지만 김사니 역시 이들 못지않은 활약으로 코트를 수놓았다. 마지막에는 팀 우승과 MVP를 동시에 달성하며 두 번째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오른쪽 무릎이 성치 않은 상황에서도 ‘코트 위 감독’의 역할을 수행한 그는 자로 잰 듯 한 토스와 적절한 볼 분배로 공격수들의 기를 살려줬다. 그의 조련 속에 삼각편대는 한층 힘이 실린 공격을 뽐냈다.

챔프전에서 데스티니와 박정아는 각각 45.57%, 42.05%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해 도로공사 니콜(34.58%)을 크게 앞질렀다. 김희진의 속공 성공률도 64.71%에 달해 위력이 배가됐다.

이 때문인지 IBK기업은행 우승의 주역들은 챔프전 MVP로 김사니가 선정된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데스티니는 “팀이 어려울 때 김사니를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이 팀워크를 강조하며 똘똘 뭉치자고 했다”며 “체력적으로 힘들면서도 끝까지 최상의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희진도 “올 시즌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항상 열심히 하는 사니 언니를 보면서 버텼다. 언니가 MVP를 받는 게 마땅하다.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령탑도 김사니의 MVP 수상을 인정하며 축하를 보냈다. 이정철 감독은 “오늘도 백토스 몇 개는 일품이었다. 처음에 합류했을 때 풀타임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훈련하면서 몸이 좋아졌다. 사니는 MVP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 김사니가 지난달 31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V리그 여자부 도로공사와 챔피언결정 3차전 홈경기서 승리,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챔프전 MVP를 수상했다. 트로피와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김사니. [사진=스포츠Q DB]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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