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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지역밀착 마케팅' 새 패러다임 개척한 안산의 기적 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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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지역밀착 마케팅' 새 패러다임 개척한 안산의 기적 열창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2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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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산' 마케팅으로 지역 밀착·공헌 활동 앞장서며 명문구단 초석...진심 통하자 마음도 열렸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안산 OK저축은행은 V리그에서 일대 혁명을 불러왔다. 창단 2년차로 대전 삼성화재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연고지역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지역 밀착 마케팅으로 인기와 흥행을 한꺼번에 잡았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이 지난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삼성화재를 물리치고 3연승으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2015 시즌 V리그가 출범한 이후 삼성화재와 천안 현대캐피탈이 챔피언을 주고 받았던 헤게모니까지 깼다.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V리그 남자부에서 수원 한국전력과 함께 관심과 인기의 중심이었다. 지난 시즌 창단한 OK저축은행은 한국전력과 함께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전력을 대폭 강화하며 지역 연고팬들로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순위도 급격하게 올랐고 체육관에는 관중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 안산 OK저축은행 선수들이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삼성화재와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승리, 우승을 확정지은 뒤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올시즌 지역 밀착 마케팅과 사회공헌 활동으로 안산시민들의 마음을 잡았다. [사진=스포츠Q DB]

◆ OK저축은행, 시작부터 사회공헌 취지에서 V리그 참여

OK저축은행의 연고지인 안산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큰 슬픔을 겪은 곳이다. 아직까지도 그 슬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지역은 생기를 잃었다. 프로스포츠 구단이 마케팅을 펼치기엔 최악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연고지역 주민들과 거리를 좁혀가는 노력으로 기쁨과 위안을 주는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는 안산(We Ansan)'이라는 새로운 브랜드와 함께 '기적을 일으키자'는 슬로건까지 만들었다.

결국 OK저축은행은 창단 2년차로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위 안산'이라는 슬로건은 안산시민들에게 기쁨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스포츠 구단의 지역밀착 마케팅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파급효과의 좋은 예다.

OK저축은행은 V리그에 참여할 때부터 사회공헌이라는 큰 밑그림이 있었다. 드림식스가 한국배구연맹(KOVO)의 위탁 경영을 받았을 당시 OK저축은행은 사회공헌이라는 취지에서 네이밍 스폰서를 맡기로 결정했다. 한 시즌동안 '러시앤캐시 드림식스'라는 이름으로 2012~2013 시즌 V리그 남자부에 참여했다.

▲ 안산 OK저축은행의 대표적인 슬로건인 '위 안산'은 지역밀착 마케팅의 표본이자 세월호 참사를 겪은 안산 시민들을 위로하는 문구로 이제 안산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됐다. [사진=안산 OK저축은행 제공]

OK저축은행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뒤 네이밍 스폰서가 아닌 정식 인수를 하겠다고 요청했다. 당시 OK저축은행은 유소년 배구 및 프로배구 활성화를 약속했지만 대부업이라는 이미지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드림식스는 KOVO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우리금융그룹으로 넘어갔다.

드림식스 구단 인수에 실패한 OK저축은행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예 팀을 새롭게 창단하기로 결정했고 안산을 연고지로 삼았다.

2013~2014 시즌이 끝나자마자 안산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시즌이 끝난 뒤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흥행과는 큰 상관이 없었으나 OK저축은행은 이를 지역연고에 대한 공헌활동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비시즌에도 지역연고 마케팅을 강화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바로 '위 안산'이다. 또 유니폼 가슴에 기업광고를 없애고 '위 안산'을 새겨넣으며 안산시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또 유니폼 상위 뒤 허리춤에는 '기적을 일으키자'는 문구를 넣었고 하의에도 '아자아자 안산'을 새겼다.

OK저축은행의 진심은 통했다. '위 안산'은 '우리는 안산'이라는 뜻과 함께 '위안'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안산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졌고 '기적을 일으키자'는 슬로건은 결국 기적도 사람의 힘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줬다. 결국 OK저축은행이 창단 2년차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안산 지역 팬들과 약속을 지켜냈다.

▲ 안산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 시몬이 홈경기가 마친 뒤 어린이 팬과 함께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홈경기에서 승리하고 나면 즉석에서 댄스 파티를 열어 경기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든다. [사진=안산 OK저축은행 제공]

◆ 연고지역 팬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강화, 안산의 마음을 잡다

OK저축은행의 지역밀착 마케팅은 비단 슬로건과 우승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3월 정식으로 안산시와 연고협약을 맺은 OK저축은행은 비시즌에 적지 않은 행사를 벌이며 시민들의 마음을 잡았다.

지난해 7월 안산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8월에는 안산 고잔고에서 '힐링배구 캠프'를 열어 청소년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이밖에 어머니배구단 초청 배구교실과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시행하고 안산지역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 7200여명에 대한 학용품 전달식도 가졌다. 지난해 11월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사회공헌 대축제를 열기도 했다.

또 OK저축은행은 홈경기가 열릴 때면 상록수체육관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낸다. 경기가 끝난 뒤 팬 사인회를 여는가 하면 선수들이 함께 댄스 파티를 여는 등 어떻게 하면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부터 고민한다. 김세진 감독도 예외일 수 없다. 김세진 감독은 지난달 미디어데이 당시 "레깅스를 입고 EXID의 '위아래' 춤을 추겠다"는 공약을 내놨고 이제 그 공약을 실천해 안산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겠다고 거침없이 말해왔다.

장재홍 OK저축은행 홍보운영팀장은 "홈경기마다 다채로운 이벤트와 세리머니를 계속 준비하고 진행하며 체육관을 찾은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창단 당시 선수가 감동하고 팬이 즐거워하며 지역사회가 자랑스러워하는 팀을 만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OK저축은행의 '위 안산'은 K리그 챌린지 안산 경찰청으로 넘어갔다. 안산 경찰청 역시 유니폼 가슴에 '위 안산'을 새기고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챌린지 경기를 치르고 있다. OK저축은행이 만들어낸 '위 안산' 슬로건은 이제 명실상부한 브랜드가 됐다.

▲ 김세진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지난해 9월 27일 상록수 문화제에 참가, 사인회를 열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안산 지역 주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지역밀착 마케팅을 펼쳤다. [사진=안산 OK저축은행 제공]

이제 OK저축은행은 안산 시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구단이 됐다.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안산 와 스타디움 인근에 새로운 체육관을 짓는다는 계획까지 나오고 있다. 상록수체육관이 경기를 치르기에 다소 좁다는 의견이 있어 이번 기회에 대규모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 지역연고 밀착 마케팅은 프로 스포츠의 기본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지역형 구단이 대세인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와 달리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일본 프로야구처럼 기업형 구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프로야구는 물론이고 K리그와 프로농구, 프로배구까지 모두 기업형 구단이 대세다.

물론 모든 팀이 지역연고를 두고 있긴 하지만 기업에 의해 운영이 되다보니 지역연고 밀착 마케팅은 다소 동떨어진 얘기였다. 지역연고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친근감이 떨어지다보니 여러가지 이유로 연고지역을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스포츠 구단도 돈을 벌고 흑자를 봐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가 힘을 얻기 시작하면서 지역 연고 팬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인 것이 아니라 구단이 직접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는 노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팀들이 이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SK가 스포테인먼트를 표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학구장을 놀이공원처럼 만들고 국내 최초로 팬페스트를 열며 팬들에 가깝게 가는 구단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인천 야구의 인기가 부활했고 SK는 프로야구 인기 구단으로 자리했다.

▲ 안산 OK저축은행의 '위 안산' 슬로건은 K리그 챌린지 안산 경찰청으로도 이어졌다. 올시즌 안산 경찰청도 유니폼 가슴에 '위 안산' 슬로건을 새기고 뛴다. [사진=스포츠Q DB]

또 K리그는 지역 연고 마케팅을 계속 강화하는 추세다. 유소년 클럽부터 지역 연고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사회공헌 활동도 점차 강화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모든 구단에 '사회공헌활동 매뉴얼'을 배포하면서 구단을 독려하고 있고 구단들도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통해 연고지 시민들과 호흡하고 있다.

V리그 천안 현대캐피탈도 일찌감치 천안을 중심으로 한 지역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팀이다. 지난해 스포츠마케팅 어워드 코리아에서 올해의 스포츠구단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천안을 '배구특별시'로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해외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 주도의 사회복지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2007~2008 시즌부터 리그 단위의 사회공헌 사업인 '크리에이팅 찬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역시 중소도시 클럽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J리그 반포레 고후도 처음에는 적자 투성이였지만 지역밀착 활동과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연고지역민의 관심을 끌어내면서 흑자구단으로 돌아섰다.

김창호 대한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 회장은 "지역 밀착 마케팅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 구단이라면 당연히 해야했던 것인데 그동안 필요성은 알면서도 비용 발생에 대한 부담 때문에 외면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OK저축은행을 비롯해 몇몇 구단들이 지역 주민들을 위한 마케팅에 앞장서고 맞춤형 서비스를 하면서 세부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를 하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지역 마케팅을 선도하는 구단의 탄생으로 경쟁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단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 흑자 경영 구조를 만들어내야 하고 이는 결국 팬들이 많아야 한다는 명제에 도달한다. 지역연고 밀착 마케팅과 사회공헌 활동 참여는 이제 프로 스포츠 구단의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자 필수가 됐다.

새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안산에 용기와 희망으로 아픔을 어루만지며 기적의 드라마를 쓴 OK저축은행이 안산 시민, 팬들과 어깨동무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있다.

▲ 안산 OK저축은행의 유니폼의 앞에는 '위 안산'이 적혀있고 뒤에는 '기적을 일으키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 하의에도 '아자아자 안산'이라는 문구를 새겨 안산시민들과 가깝게 다가서는 노력을 보였다. [사진=안산 OK저축은행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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