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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18) 17세 위석현의 신바람 페달, '가문의 영광' 향해 열정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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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18) 17세 위석현의 신바람 페달, '가문의 영광' 향해 열정 '고고씽'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4.07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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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투어 5관왕' 도로사이클도 눈 뜬 기대주…사이클 가문 DNA 물려받아 3대째 페달

[300자 Tip] 도로에서 사이클을 탈 때 뺨을 스치는 바람에 매력을 느낀다는 위석현(17·가평고)은 사이클 가문을 3대째 잇고 있다. 할아버지부터 큰아버지, 아버지가 사이클 선수로 뛰었고 지도자로도 이름을 날렸다. 2대가 쌓아온 명성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은 그는 중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뒤 지난 2월 강진투어 도로사이클대회에서 5관왕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달 27일 끝난 대통령기 가평투어 대회에서도 단체 3관왕에 오른 그는 10월까지 이어지는 대회에서 최대한 많은 메달 질주를 이어가겠고 다짐했다.

[가평=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도로 사이클은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랄까요.(웃음)”

도로 사이클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묻자 되돌아온 답이다. 트랙 사이클에서도 하프돔에서 할 때는 바람이 부는 것이 느껴지지만 도로 사이클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단다.

▲ 도로사이클 대회에서 1위를 했을 때 감흥을 되살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위석현. 국제대회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있을까.

사실 위석현은 처음부터 도로 사이클대회에 출전하지는 않았다. 가평중학교 1학년 때인 2011년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그는 트랙 대회인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학생대회 단체추발에서 금메달을 따며 주목을 받았다.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해 기쁨이 더했다.

이후 꾸준히 입상한 위석현은 지난해 2월 강진투어에서 도로 사이클 무대에 데뷔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출전했는데 여기서 금메달 2개를 땄다. 이를 계기로 도로 레이스에서도 자신감이 붙었고 지난 2월 마침내 같은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를 따는 쾌거를 이뤘다.

남자고등부 개인도로 단체와 개인도로 2단체, 개인도로, 개인종합, 단체종합을 석권한 위석현은 크리테리움단체에서 2위에 오르며 올 시즌 자신의 첫 대회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원래는 트랙 경기에 맞춰서 훈련을 했고 몸도 그렇게 만들었는데, 도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병행하며 출전하게 됐어요.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트랙과 도로 대회 모두 출전할 생각입니다.”

▲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사이클을 타고 있는 위석현은 "어른들이 쌓아온 위상이 부끄럽지 않도록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 할아버지와 아버지, 든든한 조력자이자 후원자

위석현이 사이클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데에는 강인한 유전자의 힘이 있었다.  대를 이어 페달을 밟아온 사이클 가문에서 태어나 사이클을 일찍부터 접하며 자랐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아버지가 사이클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했다.

할아버지 위경용(64) 씨는 1964년 도쿄 올림픽 사이클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한국 사이클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지도자가 위석현의 조부다.

당시 사우디대표팀은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위 씨는 후배 지도자들이 중동에 진출하는 터를 닦았다. 특히 사이클을 정비하는 기술이 뛰어났던 그는 선수들에게 기술 전수와 더불어 사이클을 수리하는 방법도 전파했다. 이후 국제심판을 역임한 위 씨는 은퇴 후 사이클을 고치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할아버지가 열어놓은 길을 큰아버지와 아버지도 이어나갔다. 큰아버지 위창용(46) 씨는 경륜선수로 활약했고 아버지 위창성(38) 씨도 고등학교 시절까지 사이클을 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우수한 DNA를 물려받은 위석현은 자신을 행운아라고 했다.

“할아버지께서는 예전에 선수생활을 하시면서 경험한 것들을 저한테 많이 이야기 해주세요. 오르막길에서 어느 타이밍에 기어를 올려야 하는지, 어떤 코스의 길을 갈 때 1단에서 2단으로 올려야 하는지, 언제 기어를 가볍게 해야 하는지 등 세세하게 설명해 주시는 편이지요.(웃음)”

반면 아버지는 말수가 적은 편이어서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와도 큰 반응이 없단다. 위석현은 “아버지는 점잖으신 분이라 표현이 많지는 않고 그냥 ‘잘했다’고 말씀하신다. 평소에도 ‘열심히 해라’는 말 외에는 크게 주문하시는 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위석현은 아버지의 존재가 든든하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바라지를 해주기 때문이다. 비록 겉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아버지는 그에게 든든한 조력자다.

▲ 매일 200km를 달리는 강훈련을 소화하지만 위석현은 저녁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철저한 자기관리에 힘쓰고 있다.

◆ 악바리 근성, 도로까지 접수한 비결

트랙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위석현이 도로 사이클까지 접수하게 된 비결이 또 있었다. 바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신력이다.

승부욕이 강한 그는 매일 있는 훈련을 거르지 않고 소화하고 있다. 많이 달릴 때는 하루 200㎞까지 페달을 밟는데, 아침 일찍 출발해 오후 늦게 들어온다. 하루 종일 사이클을 타면 힘들 법도 한데 저녁에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든다.

위석현을 지도하는 오길환(44) 가평고 코치는 위석현이 근성 하나만큼은 타고났다고 칭찬한다. 그는 “무엇이든 하려고 하는 의지력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며 “아직 트랙에서 더 강하지만 이번에 도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에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도로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본인이 사이클에 대한 욕심이 강한 만큼 이제 막 들어온 후배들을 가르치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훈련할 때 후배들이 기어 변속을 하는 게 서툴러보였다는 위석현은 “상황에 맞는 기어 변속 방법을 알려주면서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게 했다”며 “훈련 외에도 자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보여줬다”고 말했다.

▲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위석현. 트랙 경기만 출전하다 지난해 2월 강진투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도로 대회에서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 아시안게임·올림픽 출전으로 사이클 가문 위상 높인다

올해 첫 대회에서 금메달 5개를 휩쓴 위석현은 현재 남자 고등부 랭킹 8위에 올라 있다. 앞으로도 많은 대회를 앞두고 있는 그는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노린다. 아울러 좋은 성적으로 사이클 가문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일단 내년까지 출전하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국가대표와 아시안게임, 올림픽 출전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해요.”

열일곱 소년답지 않게 의젓한 위석현의 롤모델은 한국 사이클의 살아있는 전설 조호성(41)이다. 그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을 비롯해 통산 다섯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경륜 스타의 길을 걷기도 했다가 철저한 몸 관리로 불혹까지 현역으로 뛰고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은퇴한 조호성은 많은 후배들이 닮고 싶은 우상으로 꼽히고 있다.

위석현은 “경기장에서 만났을 때 인사만 했지만 앞으로 뵌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선수생활을 하면서 고비도 많으셨을 텐데, 끈기가 대단한 것 같다. 갖고 있는 장점을 모두 닮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취재후기] 이날 사진 촬영은 처음에 찍으려던 장소에서 바뀌는 바람에 다소 오래 진행됐다. 도로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자동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등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두세 번 장소를 옮기는 게 번거로웠을 법도 한데 표정 변화 없이 촬영에 임해준 위석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무엇을 하든 자신이 가진 열정을 아낌없이 쏟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사이클을 세워두고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이고 있는 위석현. 훗날 국제대회에서 넘버 원 자리에 올라서길 기대해 본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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