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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스물은 '민낯'이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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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스물은 '민낯'이 더 빛난다.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04.06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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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이번엔 영화 '스물'이다. 이병헌 감독의 최신작이자 요즘 가장 핫한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로 인해 꾸준히 흥행가도를 달리는 작품이다.

감독 인터뷰 스케줄을 확인한 후 '스물'을 어떻게 사진으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더구나 영화를 보지 못한 상황이라 신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이렇다 할 콘셉트를 정하지 못하고 현장을 향할 때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이른 아침 삼청동의 한 카페에 도착한 이병헌 감독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얼굴이 부어 있었다. 힘겹게 자리에 앉은 30대 중반의 그는 도저히 '스물'을 표현할 상태가 아니었다. 만들 수 없다면 표정을 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그에게 엉뚱한 포즈를 요구했다

최기자 : "영화 제목이 '스물'이니까 다리를 테이블에 올리고 손으로 브이 포즈를 취해주세요"
이감독 : "다리를 올려요? 이런 건 처음인데~하하하"

 

테이블 위의 두 다리가 스물의 자신감을 표현했다면 정말 단순히 스물의 20을 뜻하는 브이 포즈는 30대 중반의 남자에겐 생각지 못했던 풋풋한 20대의 표정을 이끌어냈다. 어쩌면 나이가 한 살, 두 살 들어가면서 한 줄씩 늘어가는 주름 속엔 그 나이 때의 표정들이 숨어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며칠 후 또 다른 '스물'을 연기한 배우 이유비의 인터뷰 스케줄이 잡혔다. 극중 경재(강하늘)의 여동생이자 고3 수험생 소희를 연기한 이유비의 실제 나이는 20대 중반. 비록 정확히 '스물'은 아니었지만 20대인 만큼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인터뷰 장소를 향했다.

 

얼마 후 계단을 오르는 부산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짙은 검정색 생머리로 인해 더 새하얘진 얼굴이 인상적인 이유비가 인사를 건냈다. 강렬하지만 차분하고 발랄하면서 수줍음 많은 20대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좁은 장소 탓에 이리저리 테이블을 옮기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을수록 컷 수가 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날도 한참을 끙끙거리며 셔터를 누르던 중이었다. 다음 스케줄 때문에 시간이 없으니 사진을 빨리 끝내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이유비 : "빨리 끝내면 안돼요, 예쁘게 찍혀야 하니까"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기자 : "마지막으로 창 밖에서 한 번 더 찍을게요"

쏟아지는 정오의 해를 등지고 배란다 창문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민 그에게 때마침 살랑거리는 봄바람 한줄기가 불었고 광각 렌즈를 통해 구도를 잡던 나는 직감적으로 '이거구나!' 싶었다.

 

살짝 살짝 흩날리는 그녀의 검은 생머리와 역광으로 인해 생긴 플레어가 청순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스물'의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이병헌 감독의 얼굴에서 담아낸 '스물'의 미소와, 햇빛과 봄바람이 만들어낸 이유비의 '스물'은 꾸미지 않은 민낯 그 자체로 빛났다는 것을.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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