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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창단 그날 이후,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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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창단 그날 이후,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빛과 그림자'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4.07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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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 넘치는 선수들로 알찬 구성, 버스 없어 이동에 한계-타격코치 고용도 쉽지 않아

[연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지난달 20일. 경기도 연천군 고대산 자락에 자리잡은 연천베이스볼파크에서는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의 창단식이 열렸다.

미라클은 ‘통일한국의 심장, 미라클 연천’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타이틀스폰서 연천군으로부터 1년간 운영자금 2억원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다. 재정이 넉넉지 않아 선수가 구단에 식비를 포함한 매월 50만원의 회비를 낸다. 8개월이 한 시즌이다.

프로의 벽 앞에서 좌절했던 이들과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들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9월 고양 원더스가 해체됨에 따라 한국 유일의 독립구단이 됐기에 이들의 '패자부활전'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린다.

▲ 프로 유니폼을 입어봤던 선수들이 속속들이 합류하며 미라클 라인업은 점차 짜임새를 갖춰나가고 있다.

창단 17일째를 맞은 6일 연천을 찾았다. 미라클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했다.

◆ 프로 넘볼 알찬 선수단 구성, “근성만큼은 최고” 

“프로가 눈독들일만한 선수들도 있습니다.”

김인식(62) 감독의 눈빛이 빛났다. 닻을 올릴 당시 20명 미만이었던 선수단은 곧 25명 규모로 불어날 예정이다. 입소문을 타고, 미디어를 통해 미라클의 존재를 알게 된 이들이 속속 연천으로 모여들고 있다. 취재 당일에도 2명이 새로 합류해 23명이 됐다.

삼성과 고양 원더스를 거친 우투좌타 내야수 이강혁은 목 디스크 증상이 있어 경쟁에서 뒤처진 자원이다. 외야수 김종찬은 2013년 1군 NC에서 7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청하는 NC 1차 트라이아웃에 합격했던 투수고 내야수 신지혁도 두산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 한번씩 좌절한 기억이 있는 미라클 선수들은 서로를 아끼며 금세 친해졌다.

빠른 속도로 팀에 긴장감이 생기고 있다. 김 감독은 “포지션당 2명 이상이 생겨 경쟁체제가 구축됐다”며 “오늘 경기를 한다니까 몸이 안 좋았던 친구들도 안 아프다고 하더라”며 껄껄 웃었다. 연천은 이날 2월 창단한 동두천 신흥고와 연습경기를 가져 9-6으로 승리했다.

현역시절 숱한 사구를 맞고도 좀처럼 경기를 거른 적이 없어 ‘악바리’로 불렸던 김 감독도 “한번 실패를 맛보고도 또 해내겠다는 놈들 아닌가”라며 “선수들의 의욕, 근성 하나만큼은 최고다.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4명으로 구성된 얼리워크 조는 오전 7시 펑고와 배팅 훈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9시30분부터 전원이 모여 롱토스와 팀플레이를 가다듬는다. 오후에는 투수조와 야수조가 각자 훈련을 한 후 야간자율훈련을 소화한다. 대부분이 오후 9시30분 이후에도 한번 더 배트를 돌린다. 군내에 자리한 협소한 헬스장도 교대로 활용하고 있다.

▲ 김인식 감독은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아 밖으로 나가 실전 경기를 치르는데 한계가 있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타격코치와 버스 

“야구는 감독 혼자 할 수가 없죠. 담당 코치가 있어야 하는데...”

김 감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투수코치는 있지만 타격코치가 마땅치 않은 것. 그는 “김영직, 유두열 등 현역 시절 이름을 날렸던 이들이 고맙게도 다녀갔다”며 “마해영 코치도 있지만 서울로 나가 만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끝을 흐렸다.

NC, 한화 등 프로 3군들과 고교팀, 대학팀들은 얼마든지 미라클과 친선경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선뜻 연천까지 이동하려 하지 않는다. 서울 주변 어디에서나 자동차로 2시간30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주소만 연천일 뿐 사실상 철원이나 다름없다.

▲ 고대산 자락에 자리잡은 연천베이스볼파크에서 훈련중인 미라클 선수단.

이동수단이 없어 나서는 것도 마땅치 않다. 우수창 단장이 창단식 당시 언급했던 ‘외부 원정 계획’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버스다. 고양 원더스처럼 프로로 선수들을 보내기 위해서는 스카우트가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곳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김 감독은 “나가는 건 어떻게 나가겠지만 돌아올 때는 어떻게 오겠나. 기동력이 문제”라며 “충훈고 감독 재임 시절 7년간 대형버스를 직접 운전하기도 했다. 기사는 나도, 선수들 중에 누구든 할 수 있다. 이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연습경기를 마친 미라클은 곧바로 집합해 김 감독의 지시사항에 귀를 기울였다. 쉬는 건 사치였다. NC, 두산 등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공을 좌우중간으로 멀리 날려보냈다.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이 느껴졌다.

창단식 그날 이후 2주가 넘어가는 연천 미라클 전사들의 하루는 뉘엿뉘엿 지는 석양에 그렇게 짧아보였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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