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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도로공사-정규리그 우승 감독 결별을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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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도로공사-정규리그 우승 감독 결별을 보는 시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7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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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완패에 대한 경질성 시각 지배적…다음 시즌 여자부 환경변화 따른 체질개선 효과 의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프로 스포츠에 가슴 아픈 일이 또 생겼다. 성남 한국도로공사를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이끈 서남원(48) 감독이 더이상 팀을 이끌 수 없게 됐다.

한국도로공사는 6일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서남원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도로공사는 "팀이 2014~2015 시즌 정규리그 우승 등의 성과를 거뒀지만 서남원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한 것은 새로운 변화와 체질개선을 통해 좀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신임 감독은 추후 선임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10년 만에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은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는 것이 배구계의 중론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역시 챔피언결정전에서 찾을 수 있다. 도로공사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화성 IBK기업은행과 챔피언결정전에서 3전 전패를 당했다. 서남원 감독과 재계약 포기가 경질성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 올시즌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어낸 서남원 감독이 성남 한국도로공사와 재계약에 실패했다. 서남원 감독은 재계약이 유력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화성 IBK기업은행에 완패한 것이 실패에 대한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우승 못했다고 결별, 준우승팀 감독의 애환

그렇지 않아도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는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감독을 경질하거나 재신임하지 않는 풍토가 적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LG가 2002년 김성근(73) 감독을 경질한 사건이다. 당시 LG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지만 대구 6차전에서 이승엽과 마해영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며 역전패, 우승컵을 내줬다.

LG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지만 김성근 감독에게 돌아온 것은 경질 통보. 삼성 역시 1986년 김영덕, 1990년 정동진 감독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질시킨 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강팀이라고 할 수 없는 LG를 한국시리즈까지 이끈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2013년에는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던 김진욱(55) 감독이 경질되기도 했다.

KBO리그 뿐 아니라 K리그도 마찬가지였다.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는 2013년 준우승 뒤 김호곤(64) 감독을 경질했다. 형식은 자진사퇴였지만 승강제 도입으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뤄진 경질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 서남원 감독은 중하위권에 있던 성남 한국도로공사를 10년만에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지만 챔피언결정전의 성적이 걸림돌이 돼 더이상 팀을 지휘할 수 없게 됐다. [사진=스포츠Q DB]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장 등 프런트의 권한이 점점 강해지면서 현장 감독의 목소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준우승 감독을 경질한 이유로 드는 것이 언제나 '팀과 스타일이 맞지 않기 때문' 또는 '변화와 체질 개선을 통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 끝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을 경질했던 LG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단 한번도 가을 야구에 초대받지 못했고 두산 역시 지난해 송일수(65) 감독 체제로 시작했다가 단 1년만에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울산 역시 조민국(52) 감독 체제로 갔다가 1년만에 윤정환(41) 감독 체제로 전환했다.

◆ 정규리그보다 챔프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성적지상주의

도로공사 역시 변화와 체질 개선으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명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도로공사의 그 명분이라는 것도 큰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배구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도 도로공사가 언제나 강팀으로 군림해왔다면 이해가 가겠지만 중위권 또는 하위권에서 맴돌던 팀을 정규리그 우승까지 이끈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은 것은 상식 밖이라는 것이다.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코리아 하이파이브 수원 스포츠클럽 이사)은 "정규리그보다 챔피언결정전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감독인데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재계약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라며 "장기 레이스인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완패를 당한 것에 대한 경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서남원 감독이 화성 IBK기업은행과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을 앞두고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성남 한국도로공사가 완패하면서 서남원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사진=스포츠Q DB]

이어 "변화와 체질 개선이라는 명분도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명확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일부에서는 노장 선수들이 많아 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노장 선수들은 단기전에 더욱 빛을 발하는 선수들이다. 지금 한국도로공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규리그 우승인데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과 관련해 도로공사가 새롭게 팀을 바꾸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혜정 전 감독은 "감독의 권한과 책임, 능력은 뽑은 외국인 선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 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도덕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감독이라면 당연히 경질하는 것이 옳겠지만 서 감독은 그 어떤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구계 인사도 "갑인 구단이 을인 지도자를 향해 부리는 횡포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 어떤 감독이 마음놓고 팀을 이끌 수 있겠느냐"며 "제도 변화의 시점이라면 오히려 기존 감독이 팀을 이끌면서 최대한 팀의 안정을 취해야할 때다. 포스트시즌을 올라가지 못한 팀의 감독도 아니고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지도자를 경질하는 모습으로 내보낸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관계자는 7일 "워낙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각종 설이 난무하지만 보도자료의 내용대로 팀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싶은 구단의 정책 때문이지 성적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정대영, 이효희 등 자유계약선수(FA)를 잡아주면 반드시 챔피언에 오르겠다는 내용이나 프런트와 감독의 불화설 등 일각에서 나오는 뒷얘기 역시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도로공사는 미래를 앞세우며 정규리그 우승 사령탑을 포기하고 내쳤다. 그리고 새로운 감독이 도로공사를 맡게 될 것이다. 한국도로공사가 LG와 두산, 울산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인지, 아니면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지도자를 내치면서까지 기대했던 효과가 살아날 것인지는 이번 여름이면 어느 정도 그 윤곽이 드러난다. 여름이면 다음 시즌 전초전인 KOVO컵이 벌어진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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