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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의 투미닛 드릴] (5) 긴팔원숭이와 디펜스라인, 콤플렉스도 강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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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의 투미닛 드릴] (5) 긴팔원숭이와 디펜스라인, 콤플렉스도 강점이 된다
  • 정인수
  • 승인 2015.04.0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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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식축구에서는 '투미닛 드릴(2minute drill)'이라고 해서 2분 안에 터치다운을 할 수 있는 훈련을 혹독하게 거듭한다. 찰나의 순간 같지만 이 2분 안에 승패가 좌우된다. 이를 위해 트레이닝과 필드운동 세미나를 거친다. 상대를 약하게 보고 마지막 2분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2분 때문에 패배를 맛본다. 풋불에서처럼 하루 2분이면 자기 인생의 역전을 꿈꾸고 행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믿는 정인수의 미식축구 세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부주장 정인수] 미식축구의 수비팀은 디펜시브 라인맨, 라인배커, 디펜시브 백으로 나뉜다.

라인맨은 1선에서 공격팀의 돌파를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 ‘라인’이라는 말이 들어가 오펜스 라인처럼 덩치가 큰 포지션이라 연상하기 쉽지만 그들보다는 왜소하다.

미국프로풋볼(NFL)에서는 선수가 팀에 입단할 때 신체검사를 하는데 손가락 길이부터 팔 길이, 어깨 등의 두께, 다리 길이까지 모든 치수를 잰다. 선수가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잘 활용해 맞는 포지션을 찾아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 디펜스라인맨들은 긴팔원숭이처럼 몸에서 팔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사진=정인수 제공]

디펜스라인의 외양 중 가장 큰 특징은 마치 긴팔원숭이처럼 몸에서 팔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오펜스라인들이 접근해 드라이브(디펜스를 잡고 앞으로 밀치는 행동)를 시도하는 것을 긴팔로 저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으로부터 자기가 지켜야 할 홀을 지키며 상대의 진행 방향을 방해하고 쿼터백의 패스를 저지하는데 긴 팔처럼 좋은 무기가 없다.

긴팔원숭이가 전력을 다해서 뛰는 모습이 어떨지 상상해보자. 팔이 방해가 되기에 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매우 어색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미국 샌디에이고 차저스를 방문해 프로 디펜스라인이 훈련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큰 키에 긴 다리, 긴 팔을 가진 거구의 사람들이 짧은 거리를 달리는데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빠르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롱다리’로 인해 무게 중심이 높아 작은 스텝으로 움직이기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예상을 깨고 낮은 무게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스텝을 밟아 자신의 힘을 100% 오펜스라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최근의 디펜스라인은 오펜스라인과 블록은 물론이고 패스 커버까지 참여하기도 한다. 라인배커, 즉 라인맨을 넘어서는 공격선수를 막거나 와이드리시버의 완벽한 패스를 막기 위해 함께 따라 달리는 선수의 역할까지 소화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디펜스는 상대 공격진에서 생각지도 못한 작전 변형을 통해 턴오버를 유도하기도 한다.

오펜스라인보다 왜소하다고 해서 디펜스라인의 파워가 월등히 약할 것이라 예상한다면 오산이다. 225파운드 몬스터 벤치프레스의 결과를 놓고 보면 오펜스라인과 디펜스라인의 베스트 성적은 같다. 전체적인 평균에서는 디펜스라인이 오펜스라인보다는 다소 처지지만 톱레벨 디펜스라인은 정상급 오펜스라인과 맞먹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

풋볼을 시청할 때 라인들의 싸움에 집중하면 훨씬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짧은 거리에서의 스타트, 상대방에 접근하려는 오펜스라인에 대한 디펜스라인의 대응에 주목하면 재미가 배가된다. 긴 팔을 지닌 디펜스라인이 상대방과의 거리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지켜본다면 여태껏 느끼지 못한 풋볼의 또다른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주황색 옷을 입은 1선의 선수들이 디펜스라인이다. 흰색의 오펜스라인과 대치하는 것이 보인다. [사진=정인수 제공]

P.S 자칫 콤플렉스로 느껴질 수도 있는 긴 팔이 디펜스라인에게만큼은 최고의 장점이다. 오펜스라인의 빠른 스타트를 이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무기다. 독자들 중에도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디펜스라인처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콤플렉스가 아닌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 디펜스라인(Defensive Linemen, DL) 

미식축구의 수비팀은 4~5명의 수비 라인맨, 3~4명의 라인배커, 2~3명의 백으로 구성된다. 디펜스라인은 라인맨은 1선에서 힘으로 공격팀의 돌파를 저지한다. 쿼터백 또는 볼을 가지고 있는 공격수를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체격이 크고 힘이 세야 오펜스라인과 대치할 수 있다.

     
■ 필자 정인수는?
1982년생.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디펜스 캡틴과 부주장을 맡고 있다. 풋볼월드컵에 2회 출전했다. 포지션은 라인백커. 동의대 졸업 후 일본 엑스리그 아사히 챌린저스를 거쳐 현재 서울 바이킹스서 뛰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남자 스포츠 풋볼을 사랑한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로 감동을 주듯 움직임으로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백성일 대표팀 감독은 “정인수의 안목이 상당하다”고 엄지를 치켜든다.

fbcool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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