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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어린이는 떠나고 노령층이 즐기는 MLB '주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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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어린이는 떠나고 노령층이 즐기는 MLB '주류의 위기'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7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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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청 절반이 55세 이상…위기 절감한 MLB 사무국, 유소년층 잡기 위해 촉진룰 등 도입 안간힘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프로 스포츠에서 어린이 팬은 더없이 중요하다. 결국 이들이 미래의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프로 구단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어린이 팬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서비스를 아끼지 않는다.

실제로 KBO리그가 지난 1982년 출범했을 당시 모토 가운데 하나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었다. 현재 KBO리그 팬 대부분이 33년전 어린이 팬이었고 이들이 성장해 결혼하고 자녀를 데려오는 선순환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어린이 팬들이 줄어들어 세대가 단절된다면 결과적으로 미래의 소비층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그런 위기를 맞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저명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7일(한국시간) MLB 팬들의 노령화가 다른 종목과 비교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구체적인 수치는 시청률 조사 결과다. TV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에 따르면 55세 이상이 50%를 차지하며 10년 전의 41%보다 9%포인트나 늘어났다.

또 미국 스포츠 채널 ESPN의 시청률 조사에서도 지난해 시청자의 평균 연령이 MLB가 53세로 미국프로풋볼(NFL)의 47세, 미국프로농구(NBA)의 37세보다도 훨씬 높았다. 10년전인 2004년에는 MLB가 46세, NFL이 43세, NBA가 37세였다.

◆ 야구에 대한 젊은이들 관심 급속 냉각

워싱턴 포스트는 이처럼 젊은이들 사이에서 야구를 보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은 관심 자체가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 30명을 꼽아달라는 ESPN의 연례 조사에서 올해 처음으로 MLB 스타가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닐슨의 연구 결과에서도 야구에 강한 흥미를 갖고 있다는 응답자 가운데 55세 이상 노년층은 전체 평균의 11%P나 높았지만 18~34세의 젊은 층에서는 오히려 14%P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10년 전만 하더라도 6~17세 야구팬이 포스트시즌 시청자 비율에서 7%를 차지했지만 최근 2~3년 사이 4%로 감소한 것도 MLB에 경종을 울릴만하다.

특히 지난해 월드시리즈의 경우 역대 가장 적은 1220만 시청자에 그쳤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 1978년 월드시리즈 당시 시청자 4430만과 비교하면 그 숫자가 4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MLB는 한때 관중 수입이 전체 프로 스포츠 가운데 1위였던 적도 있었고 30개 MLB 구장은 물론이고 마이너리그 구장까지도 관중들로 가득했다. MLB 선수들의 평균 수입도 풋볼(미식축구)보다 50% 정도 높았다"며 "하지만 지금 MLB에 경종이 울리고 있다. 모든 스포츠는 젊은 팬들과 연결고리를 강화해야 하는데 점점 팬을 잃어가고 있다. 20년 동안 야구하는 어린이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고 전했다.

◆ 변화에 둔감한 MLB, 주류 문화에서 밀려날 위기

또 ESPN에서 지난 20년동안 스포츠 분석가로 활동했던 리치 루커는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야구가 아무 것도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10년 동안 정체를 맞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20년 뒤면 미국인 생활의 주류 문화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미국 유소년 야구에 대한 관심 하락도 전체 야구팬들의 노령화를 가져온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리틀야구협회는 1990년대만 하더라도 300만명에 육박하던 회원수가 2년전 240만명으로 줄었고 감소세가 계속되자 회원수 집계를 중단했다.

또 늘어지는 경기 시간도 문제다. 지난해의 경우 경기 평균 시간이 3시간 2분으로 1981년의 2시간 33분보다 30분 가까이 늘었다. 이 때문에 MLB는 이닝과 이닝 사이를 2분 25초로 제한하는 등 촉진룰을 적용하는 등 느린 것을 참지 못하는 유소년들의 성향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배울 수 있는 리틀야구 대신 트레블 볼이 인기를 끄는 것도 유소년 팬들의 감소와 직결됐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분석했다. 트레블 볼의 경우 전문적인 수업과 실전을 강조하기 때문에 가입비가 비싸고 상대적으로 풍복한 생활을 하지 못하는 흑인층이 야구를 접할 기회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6년만 하더라도 MLB 전체 선수의 19%가 흑인 선수였지만 지난해는 8%로 줄었고 미국대학스포츠(NCAA) 1부리그 야구팀의 흑인 선수도 2.6%에 그쳤다. 대신 미식축구와 농구 등 장학금을 많이 주는 종목으로 가는 흑인 선수들이 많아져 흑인 야구선수의 감소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MLB는 뒤늦게 유소년 야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유소년들을 위한 지역 유스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있다.

MLB 사무국이 설립한 유소년 사회인 야구 훈련 시설인 지역 유스 아카데미는 필라델피아, 뉴올리언스, 휴스턴, 신시내티 등의 지역 연고 MLB 팀이 재정 지원과 전·현직 선수들의 재능 기부 등을 통해 유소년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MLB의 상황은 KBO리그 뿐 아니라 한국의 프로 스포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린이 팬을 잡지 못하거나 시대의 주류에서 밀려난다면 언젠가는 팬들이 감소하고 아울러 경기의 질적 하락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선수층까지 얇아진다면 인기 하락은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된다.

MLB는 뒤늦게나마 유소년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과연 한국의 프로 스포츠는 어린이와 청소년 팬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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