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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셔터와 셔터 사이'에 맺힌 레전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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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셔터와 셔터 사이'에 맺힌 레전드의 눈물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5.04.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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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되돌아 보는 차두리의 대표팀 은퇴식

[스포츠Q 이상민 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또 한 명의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가 떠났다.

차두리(35·FC 서울)가 이날 벌어진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뉴질랜드전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이날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45분. 경기장에 들어서는 모습에서 어떤 비장함과 함께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린 듯한 달관한 표정이 교차했다. 문득문득 만면에 피어오른 미소는 백전노장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했다.

차두리의 대표팀 은퇴식 당일, 렌즈를 통해 그의 표정과 움직임을 쫓던 기자의 마음도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한다는 두근거림과 태극마크를 단 그를 다시는 필드에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플레이 내내 엇갈렸다. 그래서 그때의 순간들을 복기해 봤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했던가! 차두리는 은퇴식 당일 피치를 떠나기 전까지 자신의 전매특허인 질주본능과 노련미를 맘껏 뽐냈다.

경기에 들어서자 '차미네이터'라는 명칭에 걸맞게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휘젓고 다녔다.

 

전반 42분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와 교체된 차두리는 하프타임 때 은퇴식을 위해 다시 그라운드에 나섰다. 경기장을 찾은 3만여 팬들은 열띤 환호로 그를 환영했다.

 

헌정영상을 보고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낸 차두리는 아버지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꽃다발을 들고 등장하자 아버지의 품에 안겨 한참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차범근과 뜨거운 포옹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장면이 눈에 보이면 셔터가 닫혀 있어 사진으로 남길 수 없다.

셔터와 셔터 사이 극히 짧은 찰나, 뷰파인더에 비친 장면은 비록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감동의 순간은 뇌리에 박혀 가슴 속 사진첩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편집자주 : DSLR을 포함해 '일안 반사식(SLR)' 카메라는 실제 사진을 찍는 렌즈와 눈으로 보는 렌즈간의 '시차(視差)'를 없앴다. 그 대신, 셔터가 작동하는 순간에는 사진이 찍히는 렌즈 뒤의 거울이 닫혀 뷰파인더에는 짧은 순간 앞이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그의 박수는 팬들의 아낌없는 성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온갖 우여곡절을 넘어 묵묵히 자신의 축구 인생을 걸어온 스스로 대한 자존감의 표징이었다.

light_sm@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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