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8:49 (목)
[히든스타 릴레이] (11) 고태산, 삶에 단 한 번이라도! 연기도 노래도, '원 히트 원더'
상태바
[히든스타 릴레이] (11) 고태산, 삶에 단 한 번이라도! 연기도 노래도, '원 히트 원더'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4.08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배우 고태산(54)은 이름부터 존재감이 가득하다. '큰 산'이 되라는 뜻으로 권유받아 연기를 시작하며 지은 이름이다.

"티끌모아 태산이 돼야 하는데 어찌된 건지 갈수록 태산인 것 같아요.(웃음) 성까지 높을 '고'다 보니 세 글자 모두 커서 그런가. '고저중' 아니면 '고중저'로 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유쾌한 언변이 빛나는 고태산은 연기와 노래를 병행 중이다. 2년차 맡고 있는 한국방송탤런트극회 사업팀장으로서는 극회와 타 기관 간의 협력 사업 등에도 힘쓰고 있다.

◆ 형사 혹은 범인, "잘 좀 봐 달라" 돈 봉투도 받을 뻔했죠

고태산은 '야망의 전설', '용의 눈물', '서울 탱고' 등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했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에서 연기해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다. 한참 재구성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등장했을 때는 범죄를 다루는 프로그램에 주로 출연했다. 그가 생각하는 사건 프로그램의 묘미는 '반전'이다.

"드라마도 갈등과 반전에 시청자 반응이 갈리잖아요. 그런데 재연 프로그램은 극본이 아닌 진짜 사건을 소재로 하고, 가끔은 꾸며낸 이야기보다 더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보니 사람들이 좋아하죠."

 

고태산이 단골로 맡았던 역은 '형사' 혹은 '범인'이다. "다양한 범죄를 저질러(?) 전과로 치면 400범 정도 된다"는 설명이다. 형사와 범인은 서로 대립하는 역임에도, 두 가지 역을 한 사람이 자주 맡았던 이유는 뭘까. 그는 강렬한 인상을 이유로 들었다.

"제 인상이 좀 더럽잖아요.(웃음) 강력계 형사와 정복 경찰은 달라요. 형사는 범인을 쫓다 보니 건달처럼 거친 모습이 있죠. 프로그램에서 형사로 많이 출연하다 보니 사람들 눈에도 많이 익었어요. 선배로 착각한 경찰들로부터 '반장님' 인사도 받았고, 거리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불법오락실에서 주인이 나와 돈 봉투를 내밀기도 했죠. 절 실제 형사로 착각하고 '잘 좀 봐 달라'고 하는 거예요. 공돈 많이 생길 뻔했습니다. 하하하."

오랫동안 범인, 형사 역을 하다보니 경찰 내 예절이나 사건에 임하는 모습도 알게 됐다. 동네 가게에서 일어났던 도난 사건의 정황을 듣고 사건을 추리하기도 했고, 소매치기 현행범은 직접 잡기도 했다. 요즘도 드라마에서 실제 경찰과 다른 어설픈 모습이 보이면 척척 골라낼 수 있다.

◆ '연예인 될 것' 어머니 예언 들어맞아…여러 스타들 거쳐 간 재구성 프로그램

학창시절 고태산은 앞에 나서서 친구들을 재밌게 해 주는 오락부장을 도맡았다. 어릴 때부터 끼가 있었던 것. 배우가 될 거라고 뚜렷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으나, 되돌아 보면 묘했던 기억은 있다. 그가 초등학생 6학년일 때, 무속인이었던 어머니가 별안간 "너는 연예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되셨는데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을 때라 삶이 순탄치는 않았어요. 저희 집도 그렇고 다들 어려웠던 시절인데, 갑자기 제게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말하시니 참 와닿지가 않았죠."

그러나 어머니의 예언이 맞았는지 그는 당시 지인이었던 개그맨 유자방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했다. 대학로 연극을 첫 무대로, 방송에도 진출했다.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제5공화국',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과 '공공의 적1' 등에 출연하며 연기생활을 이어나갔다.

 

"영화 신은 찍기는 많이 찍었는데 편집이 돼서 두 신 정도 나왔죠. 그래도 전체 분량을 생각해 보면 많은 편이에요."

한편 당시 방송가는 'TV는 사랑을 싣고', '경찰청 사람들', '긴급구조 119',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이야기속으로' 등 재구성 프로그램이 넘쳐날 때였다. 함께 연기한 사람들 중에선 지금 큰 유명세를 얻게 된 이들도 있다. 고태산은 김영호, 이원종, 김병만, 핑클 이진 등을 손꼽았다.

"병만이는 재구성 프로그램에서 액션 연기를 했을 때부터 남달랐어요. 뛰어서 3단 착지를 하는데, 스턴트맨보다 더 잘 했으니까요. 이소룡급이다, 생각했죠. 나중에 보니 개그콘서트 '달인'에서도 보여주더라고요. 최고의 실력이죠. 사실 이 바닥에서 연기력이 특출나지 않은 경우 살아남기는 참 어려워요. 그래서 저마다 개성과 특기를 마련하고 있지요."

◆ 3집까지 낸 가수, 장윤정 잇는 '쿵야' 인기 끌었죠

고태산은 3집까지 낸 가수이기도 하다. 2004년 1집, 그 이듬해 2집, 지난해 3집을 낸 그는 '원 히트 원더'를 꿈꾼다.

"처음에 노래를 했던 이유는 좀 쉽지 않을까란 생각 때문이었어요. 연기를 할 때는 대기시간도 긴데, 가수는 시간도 짧게 걸리고 노래를 부르는 시간 동안 주목받으니까요.(웃음) 그리고 노래가 한 번 뜨면 30년은 보장되잖아요."

지금껏 '남자의 눈물', '사랑을 줘봐' 등 곡을 발표했다. 고생한 아내를 위해서는 '내 사랑 정심아'도 불렀다. 그중 가장 히트한 곡은 '쿵야'다. '사랑도 쿵야' '행복도 쿵야' 등 쉬운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로 구성된 이 곡은 2004년 KBS 1TV 드라마 'TV소설 그대는 별'에서 배우 김병세가 부르며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 드라마인데 '쿵야'는 극중에서 10대 가수상을 받은 노래였죠. 그때 통화연결음 인기순위를 보면, 1위가 장윤정 '어머나'였고 2위가 '쿵야'였어요.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곡을 연결음으로 등록했죠. 그래서 뜨는 줄 알았더니…."

 

곡의 반응은 좋았으나 소속사 없이 혼자 홍보활동을 하다 보니 부족함이 있었다. 뜰 타이밍을 놓쳤다는 스스로의 분석이다. 그러나 그는 조급하기보다 좀 더 길게 보려고 한다. 하나의 곡이 크게 히트하면 된다는 '원 히트 원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저는 한 곡이 뜨는 데는 10년이 걸린다고 생각해요. 성인가요는 더더욱 그런 면이 있고요. 지금 히트한 트로트들도 뜨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두고 보세요. 반드시 뜹니다.(웃음)"

[취재후기] 고태산은 연기, 노래로 다양한 활동 중이다. 그는 지금도 계속해 꿈을 꾼다. 앞으로는 연출에도 직접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여전히 열정 가득하다.

"물론 훌륭한 감독님들은 배우를 존중해 주시지만, 가끔은 연출가라는 지위로 배우에게 못 되게 구는 경우도 있어요. 보면서 안타까웠던 적이 있어서, 직접 연출하면서 배우들과 소통하는 촬영을 해 보고 싶어요. 지금 나이가 적지 않지만, 영화부에 들어가 조연출부터 차근히 시작하려고 합니다."

ohso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