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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괴테의 파우스트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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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괴테의 파우스트를 만났을 때
  • 김신일 음악평론가
  • 승인 2015.04.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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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바라본 음악의 형이상학적 가치' (下)

[스포츠Q 김신일 음악평론가] '음악이 사랑의 양식이 된다면 연주하라.'

역사적인 문학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인 '십이야(Twelfth Night)'에 나오는 명대사다.

오페라와 가곡을 만든 클래식 시대의 작곡가들은 주로 희곡과 시편에 영감을 얻으며 음악 예술의 원천을 문학에 두었다.

이렇게 주로 작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곡가들은 공감각적 심상과 암시, 내면의식의 발현으로서 상징적인 곡들을 만들며 그들의 독특한 세계관을 확립하고자 했다.

세계문학에 있어서 불멸의 가치를 인정받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는 문학 자체를 넘어 음악과 종교 등 각종 문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대문호의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 선과 악의 충돌과 구원 과정을 그린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는 문학을 사랑한 음악가의 창작력과 만나 세계 음악사에 길이 남는 곡들로 재탄생했다. [사진= 김신일 제공]

독일의 실존 인물이었던 '파우스트 박사'에게 모티브를 얻은 후 괴테가 무려 60년 동안의 집필을 통해 비로소 완성할 수 있었던 이 희곡에는, 그의 시대를 대표하는 초월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방대한 의식과 종교사상이 총망라되어 있다.

또한 문학사를 넘어 많은 작곡가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대표적 소재로 자리 잡으며 음악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기도 하다.

괴테는 인간의, 헛된 야망과 포부를 좇는 의지와 지적 허영심을 관통하며, 물질만능이 커질수록 불행해진다고 말하고 있다. 파우스트는 '선'과 '악' 두 영혼의 충돌과 구원 과정을 통해 인류가 행해야 하는 보편적 지향점과 무소유의 의미에 대한 탐구가 '세기를 초월한 윤리론'임을 설파하고 있다.

교향시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헝가리 작곡가 '리스트'는 이 희곡에 감명을 받은 후 '파우스트 교향곡'을 작곡했다. 실연하는데만 70여 분이 걸리는 이 교향곡은 그의 대표작으로도 일컬어지는 대곡이다.

프랑스 작곡가 구노(1818~1893) 역시 파우스트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동을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하며 문학에서 파생되는 영감을 예술성으로 적극 실현했다.

작곡가 베토벤은 불운하게도 20대 후반에 청력을 상실한 뒤 점차 세상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게 되면서 작곡과 독서에 매진했다.

특히 그는 전설적 음유시인으로 불리우는 '호메로스'의 '오딧세이', '일리아드'와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집, 괴테와 셰익스피어와 같은 대문호의 서적을 주로 읽었으며 인도 철학사상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가 작곡한 '에그몬트'(Egmont) 서곡은 괴테의 동명의 비극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으로, 문학에 바탕을 두고 자신의 음악성을 발현한 최초이자 대표적인 고전이다.

에그몬트 서곡과 그의 대표작인 '운명 교향곡'은 그가 청력을 상실한 시기에 그 정신적 충격을 딛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만들어진 곡이다. 그 고뇌와 시련의 시기에서 접한 괴테, 셰익스피어와 같은 대문호의 문학작품들은 그에게 음악적 감성을 이끌어 내는 결정적인 근원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관념에서 파생된 공포, 두려움, 분노와 희망과 같은 만감을 상징적인 세계관으로 표현하며 문학과 음악의 공존을 실현한 그의 업적은 실로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음악과 문학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이은 '역사적인 거멀못' 역할과 새로운 차원의 창작의지에서 더욱 더 값진 그의 존재가치를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베토벤과 같이 문학에 기반을 둔 작곡가들의 음악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수많은 클래식 연주가들에 의해 그 명맥이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문학인들과 음악인들로 꾸며진 다양한 콘서트도 개최되고 있다. 시낭송과 음악을 공연으로 채우며 또 다른 예술적 영감을 유도하고 새로운 가능성과 시도를 가능케 하는 목적을 가진 행사들이다. 이처럼 문학적 근간이 되는 음악활동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예술을 향유하기 위한 주체는 대중이다.

대중은 문학과 음악을 선택적으로 고민하거나 그 영역을 제한하려고 하기보다 자신들의 모든 삶과 행복조건에 부합하는 예술작품을 피동적으로 만나며 감동을 받기 바라는 경향이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대중들은 예술가처럼 창작하려는 사명감보다 예술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즐기려는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예술을 바라보는 대중의 진정한 안목과 상징적 체계를 지닌 작곡가들의 음악이 앞으로도 상존한다면, 모든 예술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는 인류의 초심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끝>

kimshinil-_-@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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