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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소녀시대' 컬러풀 대구가 만드는 일곱색깔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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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소녀시대' 컬러풀 대구가 만드는 일곱색깔 무지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10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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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노장이 주력인 팀, 지금은 20대 초중반 선수로 재편…경험 적지만 패기로 도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컬러풀 대구(대구시청)가 달라졌다. 한때 여자 핸드볼 실업의 강팀으로 자리했지만 세대교체에 실패하면서 중위권으로 떨어진 컬러풀 대구가 젊은 선수들로 재편하면서 예전의 영광을 다시 찾을 기세다.

2015 SK 핸드볼 코리아리그가 지난 4일 개막한 가운데 9일까지 펼쳐진 경기에서 컬러풀 대구는 개막전 1패 뒤 2연승을 거두며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아직 초반이어서 컬러풀 대구의 성적을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지만 강호 원더풀 삼척(삼척시청)과 대등하게 맞붙었고 SK 슈가글라이더즈와 광주도시공사를 연파했다.

이미 컬러풀 대구의 변신은 지난해부터 서서히 시작됐다. 노장이 많았던 팀에서 이제는 20대가 주류인 팀으로 변신했다. 주축 선수들의 연차가 확 낮아지면서 노련미는 다소 사라졌지만 패기로 메우며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지난 시즌 코리아리그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원더풀 삼척, 인천광역시청과 대등한 전력을 구축하며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

▲ 컬러풀 대구 김진이(오른쪽)가 지난 9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섭 벌어진 광주도시공사와 2015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수비를 뚫고 슛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노장이 많았던 팀에서 아이돌 걸그룹 팀으로

컬러풀 대구 선수 면면을 보면 신선하다. 아이돌 걸그룹을 보는 듯하다. 아직까지 30대 초중반 선수들이 즐비한 여자 핸드볼에서 20대 '젊은 피'를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몇몇 선수는 인터넷에서 '귀요미'로 통하며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실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인기 팀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골키퍼 정명희(30)가 최고참이다. 16명의 선수 가운데 유일한 30대 선수다. 나머지는 모두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다. 정명희에 이어 1990년 1월 16일생인 윤아름이 두번째로 나이가 많을 정도다. 막내 황은진(19)은 유일한 10대 선수다. 이쯤 되면 걸그룹 '소녀시대'를 떠올려도 될 법하다. 소녀시대 윤아나 수영도 윤아름이나 골키퍼 박소리처럼 1990년생이다.

불과 2, 3년전만 하더라도 컬러풀 대구는 노장이 많은 팀이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에 참가했던 최임정(34·서울시청)이 주축으로 활약했다. 여기에 허순영(40)과 김차연(34), 송해림(30) 등이 컬러풀 대구의 중심이었다.

허순영과 김차연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은퇴의 길을 선택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고 송해림은 일본으로 진출했다. 최임정 역시 2013년을 끝으로 서울시청으로 이적했다. 노장 선수들이 줄줄이 은퇴하거나 이적하면서 컬러풀 대구는 한때 대회에 불참할 정도로 선수층이 얇아졌다.

▲ 컬러풀 대구 김금순(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9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섭 벌어진 광주도시공사와 2015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점프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컬러풀 대구의 전력이 급격하게 약화된 것은 세대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때문이다. 컬러풀 대구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0년에는 핸드볼 슈퍼리그 코리아와 전국체육대회에서 준우승에 오를 정도로 꾸준히 성적을 올려왔기 때문에 세대교체가 늦었다.

그러나 이는 컬러풀 대구에 오히려 기회가 됐다. 이재영 감독이 본격적으로 리빌딩을 통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레프트 윙 최수지(20)를 데려오는 등 주축 선수들을 20대 초중반으로 바꿨다. 외형상 전력은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노장들의 공백을 젊은 선수들이 패기로 메울 수 있었다.

그 결과 컬러풀 대구는 지난 시즌 코리아리그 4위에 오르며 인천광역시청, 서울시청, 원더풀 삼척의 '3강 구도'를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준 컬러풀 대구는 올해 코리아리그에서 3강 구도를 뒤흔들고 플레이오프까지 오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 공격적 플레이·젊은 패기·친자매 같은 단합, 컬러풀 대구의 자랑

현재 컬러풀 대구의 주포는 레프트백 김진이(22)다. 179cm에 84kg의 탄탄한 체격조건을 자랑하는 김진이는 2012년 코리아리그에서 117골을 넣으며 여자부 득점상까지 받으며 '베스트 7'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직 22세의 어린 나이임에도 2009년부터 시작한 코리아리그에서 지난해까지 307골을 넣어 역대 대회 개인득점 8위에 올라있다. 김진이는 지난 9일까지 치러진 경기에서 3경기 19골로 득점 5위에 랭크돼 있다.

▲ 컬러풀 대구 이미경(가운데)이 지난 9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섭 벌어진 광주도시공사와 2015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또 센터백 이미경(24)도 무시할 수 없다. 김진이의 황지정산고 2년 선배인 이미경도 현재 3경기에서 22골을 넣으며 컬러풀 대구의 공격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컬러풀 대구는 공격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공격적인 플레이가 컬러풀 대구의 특징이다.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가 보여주는 '닥공(닥치고 공격)'을 보는 듯 하다.

이재영 감독은 "노장들의 공백을 젊은 선수들이 메우면서 팀 컬러도 상당히 공격적으로 바뀌었다"며 "김진이, 이미경 외에도 라이트백 정유라(23)와 최수지까지 공격에 가담한다. 주축 선수들이 3~4년차 정도여서 노련미가 다소 부족하지만 공격력 하나만큼은 자신있다"고 설명한다.

컬러풀 대구의 첫번째 색깔이 공격적인 플레이라면 두번째 색깔은 역시 젊은 패기다. 김진이 외에도 레프트백 김수정(21)도 176cm의 장신을 자랑한다. 피봇 김금순(20)과 김은선(22)도 각각 178cm, 174cm로 체격조건이 탄탄하다.

탄탄한 체격조건을 앞세운 젊은 패기는 컬러풀 대구의 힘을 짐작케 한다. 실제로 컬러풀 대구는 힘을 위주로 하는 속공 플레이로 상대팀 수비를 공략한다. 지난 9일 경기에서도 광주개발공사 선수 몇몇이 컬러풀 대구의 파워 넘치는 플레이에 밀려 코트 바닥에 넘어질 정도였다.

▲ 컬러풀 대구 선수들과 황정동 코치가 지난 9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섭 벌어진 광주도시공사와 2015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세번째 색깔은 친자매처럼 단합된 협동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아 모두가 친자매 같다.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윤아름부터 막내 황은진까지 6살차에 불과하다. 30대 중반과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혼재한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매우 살갑다.

황정동 코치는 "선수들의 나이차가 적다보니 모두가 친자매처럼 지낸다. 정명희가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주면서 모두가 친하게 지내니 그만큼 협동심이나 조직력도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컬러풀 대구에 황지정산고 출신이 많다는 점이다. 정명희와 김진이, 김슬미(21), 서민지(21), 이미경, 김금순(20) 등 6명이 모두 황지정산고 선후배 사이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잘 알 수밖에 없다.

◆ 앞으로 만들어갈 네가지 색깔도 기대된다

아직 컬러풀 대구는 미완성이다. 이재영 감독이나 황정동 코치도 이를 인정한다. 이재영 감독 대신 인터뷰에 응한 황 코치는 "올시즌 목표를 플레이오프로 잡고 있지만 워낙 노련미 넘치는 팀들이 많아 경기를 좀더 가져봐야 정확한 우리 위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코칭스태프가 역시 가장 걱정하는 것은 노련미다. 원더풀 삼척과 첫 경기도 잘 싸웠다가 상대의 노련미에 말려 아쉽게 졌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분석이다.

그러나 노련미라는 점은 계속 경기를 치르면서 경험을 쌓아야만 되는 것이다. 이는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노장이 많은 팀과 달리 컬러풀 대구는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이 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패기와 노련미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팀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 컬러풀 대구 최수지(왼쪽)이 지난 9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섭 벌어진 광주도시공사와 2015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수비를 받으며 공격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여기에 컬러풀 대구 선수들은 여자 핸드볼의 인기를 끌어모을 수 있는 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국내 핸드볼 대회 가운데 가장 큰 대회인 코리아리그가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다른 종목에 비해 관심 밖이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와 달리 핸드볼은 아직까지 실업무대 상태라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신선함도 동시에 보여줘 핸드볼의 인기를 끌어모을 수 있는 선두주자가 되고 싶어한다.

나아가 이들이 대표선수로 대거 발탁될 수도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대여섯씩 대표 선수를 배출했던 컬러풀 대구의 옛 영광을 재현해낼 수 있는 재목들이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미래의 '드림팀'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와 함께 핸드볼을 사랑하는 어린 세대들에게 꿈을 주는 '드림팀'이 되겠다는 소망도 갖고 있다.

김진이는 "핸드볼의 수많은 선배 언니들을 보며 배우고 본받고 싶다. 그런만큼 나 역시 미래의 핸드볼 주역의 롤모델이 될 정도로 발전하고 싶다"며 "아직 핸드볼이 '한데볼'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인기를 얻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컬러풀 대구가 앞으로 만들어갈 네가지 색깔도 실현 가능한 것이다. 코트에서 뛰는 7명의 선수들이 발산할 컬러풀 대구의 일곱색깔 무지개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컬러풀 대구 선수들이 지난 9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섭 벌어진 광주도시공사와 2015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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